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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착한 소비나 현명한 소비의 반대말로 통하는 돈지랄에 관한 고정관념을 단박에 깨버린 책입니다. '매일 쓰는 물건일수록 좋은 걸로 써야 한다(16)'든가, '아낄 물건은 아끼고, 후딱 써야 할 물건은 얼른 써야(29)'지 아끼다 똥 된다는 걸 수많은 실패담으로 알려줍니다. '미니멀리스트란 좋다는 걸 두루두루 써본 다음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 딱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사람(101)'이라는 정의는 신선합니다.

'내 기분 좋으려고 사는 물건은 내 마음에 들어야 한다. 오만가지 제품을 쫙 깔아놓고서 그중 가장 가성비 좋은 걸 고르는 게 아니라, 첫눈에 확 꽂히는 걸 집어야 한다(21)'는 말은 정말 옳은 말입니다. 키보드나 마우스, 책상, 의자 같은 '21세기 문방사우(66)'는 '똥 한번 밟지 않고 귀신같이 좋은 것만 쏙쏙 골라 사긴(119)' 어렵습니다. 좋은 물건을 사야 후회가 없고 몸이 괴롭지 않다는 걸 다시 배웁니다.

'창문을 열고 왼쪽 팔꿈치를 창틀에 턱 걸친 채 겨드랑이를 식히며 달리는 맛(96)'이라는 표현은 무릎을 탁치게 만들었습니다. 그 상황에 어울리는 표현을 찾고 있었습니다. '세상엔 수많은 지랄이 있고 그중 최고는 단연 돈지랄(11)'이라는 걸 '쇼핑 비평가이자 상품 감식가(7)'인 저자가 알려줍니다. 그렇다고 돈이 많은 작가는 아니더군요. 20여 년간 가계부를 쓰고 있고, 하루 1,500원짜리 적금도 붓고 있습니다.

헛돈을 쓰고, 낭비한 덕분에 진짜를 찾았다는 작가 신예희가 권하는 제품을 찾고 있다는 건 잘 살고 싶다는 겁니다. 돈지랄, 기쁘게 지릅시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신예희/드렁큰에디터 20200525 178쪽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