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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書 내 고장

오월
내 고장 오월은 최루탄과 지랄탄이 날아와도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딸기밭으로 놀러 가던 시절

사월
내 고장 사월은 냉이랑 달래랑 캐고 쑥버무리 만들어 물리도록 먹던 시절

삼월
내 고장 삼월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가슴에 손수건 달고 손에 손잡고 등교 하던 시절

이월
내 고장 이월은 어머니가 장롱 깊이 넣어둔 꼬깃꼬깃한 지폐를 정성스레 펼쳐 새해 때때옷을 사러 장에 가던 시절

일월
내 고장 일월은 연탄불에 도루묵 구워 막걸리랑 마시며 덕담으로 시작해서 화투 치다 시비가 붙던 시절

십이월
내 고장 십이월은 예쁜 엽서전을 구경하고 좋아하는 10대 가수들에게 엽서를 보내던 시절

십일월
내 고장 십일월은 은행잎 사이를 걸으며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던 시절

시월
내 고장 시월은 흘러나오는 트로트에 맞춰 관광버스가 들썩들썩 춤을 추던 시절

구월
내 고장 구월은 빨간 고추들이 가을 햇볕 아래 모여 군살을 빼던 시절

팔월
내 고장 팔월은 펌프물에 등목을 하면 입술이 파래지던 시절

칠월
내 고장 칠월은 평상마다 닭도리탕이 익어가는 시절

유월
내 고장 유월은 오디가 후두둑 떨어지는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