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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獻給殺人魔的居家清潔指南, 2018
스녠(十年)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고아 출신으로 대낮보다는 달밤에 걷는 모습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살인마 집단 'JACK'의 조직원을 밥 먹고 물 마시는 일만큼 자연스럽게 죽이는 남자이기도 하다.

살인 집단 잭은 잭 더 리퍼의 전설을 광적으로 숭배하고 계승하는 살인마 조직으로 오른쪽 가슴에 알파벳 J를 새기고 있다. 납치한 피해자의 복부를 절개하고 다크웹에 영상을 올리는 집단이다.

중증 결벽증 환자인 스녠은 청소도구가 가지런히 정리된 가방을 메고 다닌다. 잭의 조직원을 죽인 후 더럽혀진 살인 공간을 깨끗하게 청소하기 위해서다. 스녠은 잭의 조직원이 마지막 한 방울의 피를 흘릴 때까지 기다리며 말한다.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큰 실례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군요."

특별히 착한 일을 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를 준 적도 없는 샤오쥔. 사축(社畜)1 신세인 샤오쥔은 살인마에게 진부한 드라마 같은 납치를 당한다. 잭의 조직원을 해치우는 스녠과 처음 만나며 엮이게 된다.

스녠의 살인 방법은 야무지면서 잔혹하고 생생하다. 목표물이 즉사하지 않았다면 항상 유용한 청소지침을 알려준다. 그런 스녠의 오른쪽 가슴에도 알파벳 J가 새겨져 있다. 잭의 조직원을 죽이는 연쇄살인마가 되어 잃어버린 기억을 좇는 스녠의 살인은 정당할 수 있을까?

타이완 웹소설 플랫폼에 연재된 글이어서 진행 속도가 거침없이 빠르다. 다만 전개 과정이 상투적이고 놀랄만한 대반전이 없어 아쉽다. 묻지마식이나 혐오 살인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면 가해자 정보를 알아내 스녠에게 넘겨주고 싶다. 그럴 때 읽으면 대리만족을 할 수도 있다.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獻給殺人魔的居家清潔指南, 2018/쿤룬崑崙/진실희 역/한즈미디어 20210108 372쪽 15,000원


  1. '회사에서 기르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박봉과 긴 노동시간, 고용불안 등의 현실에 놓인 직장인을 빗댄 신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