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플라스틱 바다 - 지구의 바다를 점령한 인간의 창조물

Plastic Ocean, 2011
1997년 여름. 하와이에서 캘리포니아로 항해하던 찰스 무어는 그림 같은 바다에 이상한 덩어리와 부스러기들이 흩어져 있는 걸 봤다. '낮이고 밤이고 하루에 몇 번을 내다봐도 플라스틱 조각이 물 위로 떴다 잠겼다(13)'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의 중간 지점이었다. 머지않아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고 불리게' 되지만 대형 잔해 위에 플라스틱 부스러기로 가볍게 양념을 친 '묽은 플라스틱 수프(14)'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상황이었다.

1997년의 항해 때 본 것은 '전체 그림으로 치면 겨우 조그만 점 하나에 불과한 것 같았다(74)'. 찰스 무어는 공식 탐사팀을 꾸리고 1999년 8월 15일에 태평양 환류(還流 Gyre)가 무풍지대에 만든 쓰레기 섬으로 떠났다. '지독한 쓰레기들을 많이 수집했다. 그물과 로프 더미는 물론이고 화학 물질이 들었던 드럼통, 물러진 표백제 병, 일본식 그물 부자(浮子) 여러 개, 신발창을 오려내고 남은 발표 고무 시트, 조리용 사워크림 통도 있었다(109)'. '플라스틱은 마치 육상선수 같다. 종종걸음을 치다가, 하늘을 날고, 헤엄도 친다. 여권 없이도 국경을 건너 어디든 간다. 말 그대로 불법 체류자다(88)'.

무어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 쓰레기 문제가 너무나 속상했던 것 외에는 어떤 특별한 동기도 없었(236)'지만, 환류 탐사에 관한 논문을 쓰며 단편 영화도 찍었다. '2001년 12월. 1999년 환류 탐사로부터 1년 반이 지났고, 운명의 첫 번째 환류항해로부터 3년 반이 지났다. 『해양 오염 회보』의 제42권 12월 호가 도착했다. 이렇게 씌어 있었다. "북태평양 중앙 환류에서 플라스틱과 플랑크톤 비교". 이 간결한 다섯 쪽짜리 연구가 그간의 노력을 증명하고 있었다(238)'.

바다에 플라스틱이 있는 것은 '동네 수영장에 상어가 있는 것만큼이나 어이없는 일이다. 플라스틱은 침입종과 같다. 일단 정착하면 사라지지 않는다. 바다는 어느 정도까지는 오염 물질, 심지어 석유까지도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석유에 촉매가 더해져서 합성 스티로폼, 플라스틱이 된다면 소멸되지 않는다. 축적될 뿐이다. 그런 것들이 지구에 매년 3억 톤씩 증가하고 있다. 그중 바다에 이르는 비율이 5퍼센트밖에 안 되더라도, 아니 1퍼센트, 혹은 0.5퍼센트밖에 안 되더라도 그것은 엄청난 양이다(152)'.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대 동물성 플랑크톤의 비율이 6대 1임을 보여주는 경악할 만한 분석 결과(155)'가 나왔다. '수표층의 바닷물을 뷔페라고 하면, 아무리 작은 생물에게도 주 요리는 플라스틱 조각일 것이다. 그 생물에게도 우리에게 그런 것만큼이나 플라스틱은 생활의 일부인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생물들은 잡아먹힌다. 그리고 그걸 잡아먹은 놈들도 다시 잡아먹히는 것이다(156)'.

일회용 시대의 개막으로 '1960년에서 2007년 사이에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쓰레기양은 매일 한 사람당 1.2킬로그램에서 2.1킬로그램으로 두 배가 되었다(364)'. '플라스틱을 만들고 버리기 위해 이 지구가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너무나 커서 아무도 생각조차 해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속으로 플라스틱 제품(쓰고 버리는 제품, 포장지와 봉지, 병, 튜브 등)을 더욱 평가절하하며 불안감을 덜어낸다. 마지막 목적지가 없기에 그 모든 것은 그냥 쓰레기가 된다. 쓰레기는 아무 가치가 없다(140)'.

'플라스틱 재료 자체는 유독성을 띤 트로이 목마와 같다. 겉으로는 그리 나쁘게 보이지 않더라도, 무서운 잔류성 유기 오염 물질보다 해양(그리고 육지) 생물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화학 물질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334)'. '우리가 아열대 환류를 구성하는 1억 4500만 제곱킬로미터부터 청소한다고 치자. 그리고 충분히 선진화된 청소 선박이 매일 하루 5제곱킬로미터를 청소할 수 있다고 치자. 이 선박이 청소를 끝내려면 2900만일 또는 7만 9000년이 걸릴 것이다. 또는 그냥 1000대의 선박이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청소 작업을 한다고 하면 79년이 걸린다. 그리고 이것은 수표층에 있는 쓰레기만을 고려한 것이고 파괴될 수 있는 관련 생물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383)'.

'우리는 우리 경제의 건강 상태를 '혁신'에 의지하면서 혁신은 언제나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혁신으로 인해 2009년 한 해에만 2만 6893가지의 새로운 포장 식품과 제품이 나타났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새로운 개선의 결과가 어떤 판도라의 상자가 될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는 혁신을 위한 혁신을 이제 그만 좀 추구해야 한다(191)'. '누구든 친환경 노력만 하면 격려를 받지만 실은 어떤 기업이 자신들의 제품 소비를 줄여달라고 애원하지 않는 이상, 그들의 노력은 진짜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179)'.

바다는 지구의 쓰레기통이 되었고, 플라스틱은 독성을 품은 트로이 목마와 같다. 플라스틱 자본주의는 바다를 플랑크톤보다 미세 플라스틱이 여섯 배는 더 많게 만들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몸도 바다만큼 오염되고 있다.

플라스틱 바다Plastic Ocean, 2011/찰스 무어Charles Moore, 커샌드라 필립스Cassandra Phillips/이지연 역/미지북스 20130920 460쪽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