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산경표 공부) - 이성부

물 흐르고 산 흐르고 사람 흘러
지금 어쩐지 새로 만나는 설레임 가득하구나
물이 낮은 데로만 흘러서
개울과 내와 강을 만들어 바다로 나가듯이
산은 높은 데로 흘러서
더 높은 산줄기들 만나 백두로 들어간다
물은 아래로 떨어지고
산은 위로 치솟는다
흘러가는 것들 그냥 아무 곳으로나 흐르는 것
아님을 내 비로소 알겠구나!
사람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들 흘러가는지
산에 올라 산줄기 혹은 물줄기
바라보면 잘 보인다
빈 손바닥에 앉은 슬픔 같은 것들
바람소리 솔바람소리 같은 것들
사라져버리는 것들 그저 보인다

*산경표(山經表) : 조선 영조 때의 학자 여암 신경준(旅菴 申景濬)이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산의 족보격인 지리서.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중심축을 이루는 산줄기인 1대간(大幹), 1정간(正幹), 13정맥(正脈)을 지형·지리학적으로 기술했다.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적·지질학적 '산맥' 개념과는 사뭇 다른 책이다.

지리산/이성부/창작과비평사 20010601 160쪽 10,000원

산경표는 우리나라 산이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흐르다 어디서 끝나는지를 족보형식으로 보여주는 책이라고 합니다. 백두대간이라는 말은 신라 말에 처음 등장하고, 여암 신경준이 편찬(1769년)한 산경표에 의해 완성이 됐다고 합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같은 조선 후기의 지리서는 모두 산경(山經)에 기초하여 제작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태백산맥, 소백산맥 같은 산맥의 개념은 일본의 지질학자가 1903년 발표한 논문에서 비롯되었는데 일제가 우리 전통을 말살하기 위해 도입이 되었습니다. 산맥은 서로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반도의 산은 모두 한 줄기로 엮여 있어 강이나 하천을 건너지 않고 산줄기만 타고 다 갈 수가 있답니다. 강을 위주로 산과 산의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 바로 산경표입니다.

우리는 산에 오르면 산경표의 한 점이 되어 산줄기 물줄기에 사람들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 가는지 볼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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