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과 국립공원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계곡에 몸 전체를 담그면 자연공원법에 따라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공지를 발표했다. 지정된 장소 밖에서 야영하면 50만원, 취사행위와 쓰레기 투기는 과태료 10만원이다. 요즘도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 있으랴 마는 작년 7~8월에 301건이 적발됐고 그중에 10건이 계곡에서 목욕이나 세탁한 경우란다. 주의를 주거나 계도한 것을 합치면 더 많았을 것은 뻔하다.

요즘 산행을 하면 나부터가 조심하게 되고 의식수준도 많이 높아져 예전처럼 눈살을 찌푸리는 행위를 목격하기는 쉽지 않다. 정말 산을 좋아해서 산에 오르기 때문에 무척 아끼고 폐를 안 끼치려 한다. 그런 발칙한 행위를 뻔뻔스럽게 저지르고 있는 놈들은 뜨내기들일 게다. 단속하려고 하면 언성부터 높이고 왜 나만 잡고 그러냐고 엉길 게 분명하다. 이런 씨방새 같으니라고.

2004년 9월 초 금강산 관광을 했을 때다.

금강산
통일 전망대에 있는 남측 출입사무소에서 수속을 마치고 휴전선을 넘어갈 때 모두가 긴장해서 말들이 없어지고 지시에 고분고분 따른다. 이동중 사진촬영은 물론 휴대전화 사용도 안 되니 가방 깊숙이 집어넣는다. 미국 잔재인 청바지 차림은 출입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운전기사의 말에 몇몇은 큰소리 한 번 쳐 보지 못하고 전전긍긍. (후에 알았지만 초창기에는 그랬다고 한다.) 주민등록증이 없어 운전면허증이 있음에도 여권을 가지고 온 양반도 있다.

북측 출입사무소에 도착해서 입국 수속을 받는데 남측 사무소와 달리 모두가 조용하다. 인민군이 입국심사를 하고 있고 사방에 부동자세로 서 있으니 기가 죽을 수 밖에. 팽팽히 흐르는 알 수 없는 긴장감과 불안감. 노인네 어린애 할 것 없이 모두 끽소리 없이 지시에 잘 따른다. 줄을 서라면 서고 앉으라면 앉고 인원파악을 위해 일련번호를 부르라면 부르고. 사람들로 북적대지만 조용하고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산에서는 흡연이 일절 금지돼 있고 도중에 볼일을 보려면 지정된 유료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출입금지 선을 넘어 가서는 안된다. 몇 시까지 관광을 마치고 이곳으로 모여라. 북측 안내원과는 민감한 대화는 하지 말 것이며 음식물 휴대도 하지 마라.

이런 금지사항이 많음에도 이를 어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관광은 자유스럽게 즐길 수 있지만 중간 중간 안내원들이 있어 가벼운 제재를 하기도 하고 도가 지나치면 큰일 날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는 나이불문 지위불문. 지킬 걸 지키면 모두가 편안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다.

말로만 들었던 옥빛 물결.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산행길. 너무나 자연적이어서 신선의 세계에 들어 온 듯한 풍경. 형언할 수 없는 감동. 저녁 식사를 하며 흥겹게 북한 소주를 마셨지만 취하지가 않는다. 예전 시골에서 마셨던 막소주보다 더 썼지만.

1박 2일 일정을 마치고 다시 남쪽으로 향하자 긴장이 슬슬 풀어지기 시작하려는 순간 갑자기 버스가 섰다.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는데 단체로 남측을 향해 움직이던 버스 중 한 대에서 이를 어기고 촬영을 한 놈상이 있어 지금 검문 중이라는 것이다. 그 놈상 덕분에 관광버스 30여 대가 꼼짝없이 사십여 분을 묶여 있었다. 휴전선을 넘어서자 소주를 마시기 시작하고 노래를 부른다. 도착한 남한 출입사무소는 난리다. 어제 북쪽 상황과는 정반대. 왜 통과시켜 주지 않느냐며 고함이 들리고 취기가 오른 어떤 관광객은 직원과 대판 싸우고 있었다. 신선 세계에서 노닐다 온 고즈넉한 금강산 여흥은 이내 산산이 부서졌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 등산을 하게 되면 공원관리를 북한에 위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북한 땅이라는 묘한 긴장감 때문이겠지만 금지사항은 예외 없이 모두가 지켜야 하는 그런 분위기 반의반만이라도 있으면 씨방새 같은 행위들은 엄청나게 줄어들 게다. 남북교류 차원에서 검토해 볼만한 일이기도 하고 기합이 쑥 빠져서 욕을 바가지로 쳐 먹는 요즘 공무원들 정신 바짝 차리게 하는 효과도 있을 성싶다.

금강산에서 받은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감동을 느끼시라고 어머니를 모시고 다시 한 번 가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못 지키고 있어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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