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거 없이 싫은 사람

"정부가 말을 바꾸었다. 처음에는 협상금은 정부에서 지원을 하고, 다음에 선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협상이 다 된 이제 와서 협상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게도 언론의 접촉을 막고,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오던 정부가 이제는 국민적 여론이 없다고 한다. 저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지만 해적보다 더한 정부를 만나고 있는 꼴이다" - 소말리아 피랍 선주 안현주 씨가 MBC 시사매거진 2580 앞으로 보낸 이메일 중

김 원장은 2일 피랍자 19명과 귀국한 뒤 국정원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앞으로도 우리 국민이 위협에 처하면 설사 그것이 死地라 할지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아프칸 인질 석방 후 국정원장 말씀 중

서해교전에서 남편 한상국 중사를 잃은 아내는 2005년 "이런 나라에서 과연 어떤 병사가 전쟁터에서 목숨을 던지겠느냐"는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이민 갔다.

사람 사이는 세 종류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 그리고 주는 거 없이 싫은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좋아할 여지가 있다. 뜻밖의 계기로 말미암아 참모습을 보게 되면 싫어하는 감정이 사라진다.

그런데 주는 거 없이 싫은 사람은 여간해서 좋아하는 사람으로 둔갑하기 어렵다. 예쁜 짓을 해도 미워 보이고 혹 실수라도 하면 그럴 줄 알았다며 고소하다. 특별한 억하심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주 사소한 것까지 꼴사납게 보이기 일쑤다.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 특별한 도움을 요청할 사정은 더더욱 없으니 주는 거 없이 싫은 사람은 그렇게 자꾸만 싫어진다.

대한민국 정부여. 주는 거 없이 싫은 정부가 더는 되지 마시게. 해적보다 더한 정부가 되면 어쩌란 말인가. "국민 여러분. 제발 도와주십시오."라고 할 때가 한 번은 꼭 있을 게다. 그때 모두가 고소하다며 손가락질하고 등을 돌리면 어쩌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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