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치는 소리

우리나라에는 3대 거짓말이 있다고 합니다.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노인네들이 하는 말, 시집 안 갈 거라는 노처녀가 하는 말 그리고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이 하는 말이 그것입니다. 이런 거짓말을 들으면 액면 그대로 믿지도 않을뿐더러 얘기하는 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면 낚시꾼이 하는 말을 들 수 있겠지요. 얼마나 잡았느냐고 물어볼라 치면 기다렸다는 듯이 피라미를 잡고도 팔뚝을 들어 보이며 썰을 풀기 시작합니다.

옛날 어떤 낚시꾼이 바닷가 절벽으로 낚시하러 갔답니다.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만 달랑 있는 절벽에 앉아 낚싯줄을 던졌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는데도 신호가 오지 않아 하품을 하던 그때 낚싯줄이 팽팽해졌습니다.
- 앗싸. 드디어 한 마리 걸렸구나.

낚싯대를 잡고 밀었다 당겼다 하는데도 도무지 딸려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낚시꾼이 딸려 갈 정도로 기운이 넘치더랍니다. 점점 힘이 부치기 시작하면서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나무 있는 곳까지 가까스로 당겨 낚싯대와 줄을 풀리지 않게 어렵사리 동여매 놓고 옆에 앉아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떨어지고 담배 한 갑을 다 태웠는데도 팽팽한 낚싯줄은 사그라질 줄 몰라 그대로 두고 철수를 했답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 절벽에 올라간 낚시꾼은 허걱 하며 뒤로 나자빠졌다네요. 낚싯대가 걸려 있던 소나무가 뿌리째 뽑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여태 들어 본 낚시꾼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뻥입니다. 그 낚시꾼은 군산 출신인데 못 믿겠으면 군산에 있는 그 절벽을 보여주겠다며 따라나서라고 얘기를 마치며 큰소리 뻥뻥 쳤답니다.

이런 뻥 치는 소리는 듣는 동안 재미있고 그 절벽이 바닷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뻥 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은 허허허 하며 즐길 뿐이지 멱살을 부여잡고 당장 그곳에 가서 두 눈으로 확인하지는 않지요.

요즘 환율이 널뛰기하며 금융시장이 불신을 받는 것이 리만 브라더스가 신뢰가 중요하다고 똥폼 잡으며 뻥 치기 때문이라지요. 리만 형제는 낚시꾼보다도 재미를 주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월척을 낚아 올려 보란 듯이 내밀지도 못하며 뻥을 치고 있나 봅니다. 낚시꾼 뻥 치는 소리야 재미있게 웃어넘길 수 있지만 재미도 없고 감동은 더더욱 없이 뻥 치는 소리는 시장이 먼저 알아보는 것이겠지요.

"이 사람 믿어 주세요. 보통 사람입니다"라고 뻥 치던 그 시절처럼 "신뢰야말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며 라디오까지 나와 줄기차게 얘기합니다. 신뢰와 소통이 낚시꾼의 뻥을 제치고 한국의 네 번째 거짓말로 영원히 남을까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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