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

1.
'간지'를 목숨처럼 여기는 이 20대들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명랑함. 그렇다고 이들이 이명박이 싫다고 바로 민주당으로 가거나, 민주노동당 아니면 진보신당 같은 데로 관심을 돌릴까? 그럴 리가 있나. 많은 20대들에게 '간지'는 취향이 아니라 존재 이유다. 불의는 참아도 추한 것은 참을 수 없는 이 독특한 감성, 그것이 앞으로 펼쳐질 다음 세대들의 존재론 아니겠는가. '소녀시대' 노래를 들으면서 화려함을 꿈꾸지만, 정작 주머니는 빈털터리인 이 보잘것없어 보이는 20대들 속에서 혁명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71) -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우석훈/레디앙 20090930

2.
불의는 참아도 추한 것은 참지 못하는 것이 '간지'를 대표하거나 모든 것은 아니겠지만 20대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인 까닭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빈털터리 20대가 꿈꾸는 화려한 혁명도 간지 있게 시작되고 있을 것이리라. 그런 20대가 이명박이 싫다고 다른 정당으로 관심을 돌리지 않는 정치적 취향은 나와 같다. 그렇다고 내가 간지남이라며 슬쩍 묻어가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간지남보다는 간사남에 더 가까워 슬프다. 아니 슬픈척하며 악어의 눈물을 흘린다. 그래서 더더욱 간지나는 20대도 유통기간 동안 변질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20여 년 전,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왔다. 간지세대 20대나 간사한 40대 놈상에게나 오늘은 입춘이다. 입춘이 아무리 추워도 꽃은 간지 있게 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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