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꼴통들은 무상급식을 두려워할까?

다가오는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는 무상급식이다. 4대강 저지와 반MB를 내세운 정권심판론도 있지만 독고다이 삽질은 선거 결과를 마이동풍처럼 흘리며 마이웨이를 외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정권심판론보다 생활 밀착형 공약이 그나마 약발을 받는 지방선거이다 보니 그렇기도 하다.

이렇게 무상급식이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도의회에 제출한 무상급식 예산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기를 쓰고 반대하며 전액 삭감한 사건이 전국적 쟁점이 되면서다. 이후 여권에서는 무상급식을 좌파적 포퓰리즘이라며 잠재우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럴수록 무상급식 문제로 들끓었고 급기야 지방선거의 화두로 떠올랐다.

정당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왜 그들은 무상급식을 나라가 결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반대를 했느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좌파와 우파 혹은 진보와 보수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좌파, 우파 혹은 진보, 보수를 매끈하게 구분하는 기준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림은 여러 자료를 참고해서 내 마음대로 그린 것이다.

먼저, 가로축은 정치적 경향을 나타낸다. 보수는 체제를 유지하려는 자이고, 진보는 체제를 개선하려는 자를 말한다.

세로축은 경제적 성향을 나타낸다. 자본주의 대척점이 공산주의지만 공산주의는 이념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고 사회주의로 대신한다. 현시점에서 자본주의는 FTA를 찬성하는 신자유주의로, 사회주의는 FTA를 반대하는 반신자유주의로 대치해도 무방하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당을 위치해 보자. 좌표값의 고저는 있겠지만 저 구간에 위치한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위치한 구간(①)을 우파라 부르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위치한 구간을 좌파(②)라 부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면 극우파는 어디쯤 있을까? 극우파는 보수의 끝과 자본주의의 끝이 만나는 곳에 있다. 극우파가 변질되어 요즘은 가스통을 들고 나오는 보수꼴통으로 변했다. 보수꼴통 대척점에는 좌빨이 있다. 좌빨은 공산주의자나 무정부주의자처럼 체제 변방이나 그 너머에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진정한 좌빨은 이상주의자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를 좌파라고 불렀고, 노무현은 스스로 좌파 신자유주의자라고 했다. 이는 한나라당과 참여정부 스스로 가로축의 어디에 위치하느냐 하는 문제지만 분명한 것은 좌파는커녕 중도(원점) 근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중도실용정부라며 나불대는 이명박 정부는 극우파에 가깝다. 이는 앞서 언급한 FTA 찬성 여부를 가지고 가늠하면 명확해진다.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나는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고민하지 마시라. 우리는 그때그때 다르다. 우리는 세월 따라 이슈에 따라 구간을 넘나들며 살아간다. 그렇다고 신념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억대 연봉을 받는 대기업 사장이면서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에 당원회비를 내는 이도 있을 것이고, 노동자지만 처한 상황에 따라 FTA를 열렬히 찬성하는 신자유주의자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성향은 혈액형과 같다. ABO식으로 묶지만 똑같은 피는 하나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자, 이제 무상급식 문제로 돌아가 보자. 무상급식 문제가 떠오르자 한나라당(우파라 칭하고 꼴통이라 부른다)은 왜 그렇게 거품을 물며 반대를 할까? 한마디로 말하면 우파는 좌파가 내세우는 무상급식이 몰고 올 패러다임의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여기서 민주당은 제쳐놓자. 눈치를 보다가 슬쩍 찬성하는 쪽으로 붙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내세운 뉴타운 공약을 따라 했던 전력을 봐서는 존재감을 무시해도 좋을 듯싶어서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극우파의 역사였기에 극우파가 아닌 자는 모두 좌파로 불리게 됐다. 극우파가 득세한 역사로 말미암아 극우파를 제외하고는 모두 좌빨로 몰리며 명맥을 잇기에도 급급했다. 좌파는 씨앗조차 뿌릴 수가 없어 몰래 간직만 하고 있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 무상급식이라는 우량종자가 던져졌고, 시대적 상황은 물을 뿌리며 튼실하게 기르려고 한다. 꼴통들은 보기보다 위험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꼴통들은 이 현상이 단순한 나와바리 싸움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무상급식이 실현되면 그 뒤를 이어 복지와 분배, 환경과 생명의 시대가 도미노처럼 오리라는 걸 느꼈다. 꼴통들은 좌파 포퓰리즘이 두려운 게 아니다. 새로운 물줄기를 감당하기가 벅차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걸 지진을 피하는 쥐새끼처럼 직감했다.

6.2 지방선거는 정권심판일 수도 있고, 4대강 살리기 삽질을 늦추는 일이기도 하다. 이 기회를 놓치면 적어도 강산이 한번 변하기 전에는 가스통이 날뛰는 세상에서 울화통을 삼켜야 한다. 무상급식에 찬성하든 아니든 물갈이를 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죽어가는 4대강을 연명하게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패러다임을 전환하며 사고의 틀을 확장하는 일이다. 싫든 좋든 무상급식은 새로운 사회로 도약하는 시대정신의 출발점이 됐다. 꼴통들은 무상급식을 도미노의 첫 패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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