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와 허구 사이에서 가치의 흔적을 붙잡다
주제넘게도 문학과지성사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출간 기념 이벤트에 응모했습니다. '사서 보든, 빌려 보든, 베껴 보든, 빼앗아 보든, 훔쳐 보든 놓치지 마라!'는 역자 장경렬 교수의 말과 '역사적인 책을 받아보실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문지의 유혹(?)에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트위터 영향인지 요즘 140쪽이 넘는 책을 읽으려면 엄청 부담되는데 모터사이클에 관한 정비지침서로 오해를 살만한 소설은 8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어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책을 펼치면 지은이 소개와 서문이나 작가 후기를 먼저 훑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스패너가 그려진 표지를 넘기며 지은이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Robert Maynard Pirsig) 소개를 찬찬히 들여다봤습니다.
정신병력이 있는 피어시그는 1968년 7월 아들 크리스와 함께 모터사이클 여행을 떠났고, 이 여행의 기록이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의 기본 골격을 이루게 되었답니다. 책 뒷부분에 작가를 자세하게 소개한 내용 가운데 한국에서 군복무를 마쳤다는 기록도 볼 수 있습니다. 1946년에 군에 입대하여 1948년까지 2년 동안 한국에 있었으며, 이때 경험은 소설에서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소설은 '실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하여 기록된 것'이지만, '엄밀한 사실적 기록은 아니'라는 말을 작가의 노트에 기록해 놓았습니다. 아들 크리스와 떠난 여행에 관한 자전적 소설이지만 스스로 '야외 강연'이라고 부른 과거로의 여행은 '꿈을 꾼 사람'이 '파이드로스(588)'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 '나'는 지은이 피어시그인지 '그 사람 자신이 유령이 되어버(79)'린 파이드로스인지 모호하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경치를 바라보는 수동적인 상태에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완전히 경치 속에 함몰(25)'되어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휴가를 가는 기분으로 주인공 '나'를 따라가면 되니까요.
유령을 쫓는 파이드로스
모터사이클 대장정은 두 가지 골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인공 '나'와 아들 크리스, '연장을 끓어내고 그런 귀찮은 일(38)'을 하지 않는 이웃집 부부 존과 실비아와 함께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는 여행과 파이드로스의 세계를 탐구하며 철학적 사유를 들려주는 '야외 강연'으로 시작합니다.
유령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크리스의 물음에 '한때 알고 지내던 사람 가운데는 유령 하나를 찾아 헤매는 일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일생을 보낸 사람(79)'인 파이드로스를 알려주지만 정작 '나'는 '유령 이야기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81)'고 합니다. 파이드로스는 '이성이라는 유령을 찾아 헤매(638)'는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죠. '모든 공학 기술, 모든 현대 과학, 모든 서양 사상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그런 유령'은 '스스로 자신을 합리성이라고 부르지만,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은 온통 모순과 무의미뿐(155)'인 유령을 의심하며 파이드로스는 지적 사유를 시작합니다.
파이드로스는 '소크라테스의 설교에 희미하게나마 위선의 냄새를 감지(685)'하고 '자기 자신과 대립되는 분열된 정신'(715)' 때문에 정신 병원에 수용되어 전기 충격 치료까지 받게 됩니다. '동양적인 것이든 서양적인 것이든...만물을 생성해 내는 거대하고 근원적인 힘인 도(450)'와 '질이 곧 부처이고...질이 곧 예술의 목적이라는 개념(490)'까지 이르며 질에 대한 이해의 길로 들어섭니다. 그리하여 '나와 나 아닌 것 사이의 경계가 없음을 완벽하게 인식하는(258)' 깨우침의 경지에 이릅니다. 결국 이성이라는 유령을 찾아 '그 유령을 파멸시키기를 원했는데, 그 유령이 바로 과거의 그 자신(162)'이었음을 깨닫고 멍에에서 해방됩니다.
그런 면에서 '개성은 끊임없이 변하는데, 대개 나쁜 쪽으로 변한다. 하지만 어쩌다 놀랍게도 좋은 쪽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모터사이클 관리에서 실제로 관리 대상이 되는 것은 바로 이 개성(92)'이고 '내 주변 사실들의 질에서 부처를 찾는(654)' '당신의 인격에 반응하는(559)' 모터사이클은 '모든 것이 나름의 목적'이 있어 '질의 결정체인 셈(533)'일지도 모릅니다. 아울러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동안 '나'와 마찬가지로 정신병 초기 증세라는 진단을 받은 아들 크리스가 또 하나의 파이드로스라는 발견하게 됩니다.
성벽에서 찾은 가치의 흔적
'화학 분야에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뛰어난 재능(749)'이 있었던 파이드로스는 군대에 들어가 한국으로 오는 '배의 뱃머리에서 보았던 성벽의 영상(220)' 때문에 가치의 본질인 질을 찾는 지적 방황을 시작합니다. 이후 철학으로 학위를 받고, 인도로 건너가 동양철학을 공부하게 됩니다. 성벽에 대한 첫인상이 얼마나 강렬했는가 하면 '한국의 성벽과 같이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는 비지적인 현실을 보기 시작하면, 그 모든 언어적인 것들은 몽땅 잊고 싶어질 것(439)'이라며 그것이 바로 질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성벽이 '아름다웠던 것은 그 성벽을 쌓는 일을 하던 사람들이 대상을 바라보는 나름의 독특한 방식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자기 초월의 상태에서 그 일을 제대로 하도록 자신들을 유도하는 방식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그들 자신과 일을 따로 분리하지 않음으로써 일을 그르치지 않았던 것이다. 총체적인 핵심이 바로 여기에 존재한다(516)'며 어떤 질도 소유하지 않는 현대 기술 공학에 대한 뼈아픈 충고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낭만적 속임수라는 꿀을 발라 위장해놓은 기술 공학적 추함, 바로 그것에 당신은 열광하(519)'고 있다는 경고를 합니다.
파이드로스가 질을 찾아 떠나며 마주치는 동서고금의 철학은 '문화를 옮겨 나르는(738)' 여정이었습니다. '도대체 질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대체 무엇인가(332)'라며 그토록 찾던 질은 어쩌면 한국의 성벽에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평화는 올바른 가치를 낳고, 올바른 가치는 올바른 생각을 낳는다. 올바른 생각은 올바른 행동을 낳고, 올바른 행동은 고요함이 물질적으로 현현(顯現)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그런 작업-즉, 누가 보더라도 확연히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모든 것의 중심부에 고요함이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작업-을 낳는다. 그것이 바로 한국에서 본 성벽이 일깨워주는 것이었다." (526)
파이드로스는 한국의 성벽을 아주 천천히 돌아보며 '무아(無我)의 경지(523)'에 이르렀는지도 모릅니다.
다시 가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나'와 크리스는 모터사이클 여행을 하면서 대화가 별로 없습니다. 과거의 나인 파이드로스를 찾는 여정이었기 때문이죠. 여행이 끝날 무렵 크리스가 묻습니다. '우리가 지금 와 있는 곳은 어디예요?' 생각하기도 귀찮다는 듯 대답합니다. '나도 모르겠다(708)'. '두뇌에 전극이 연결되기 이전에 그는 그가 소유하고 있던 모든 유형의 자산을 상실했(338)'던 과거의 기억을 되찾은 '나'는 크리스에게서 파이드로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긴 것이'고 '이제 사정이 더 나아질 것이(735)'라고요. 실제인지 허구인지 모르는 공간에서 부자간의 사랑과 믿음을 확인하며 다시 길을 떠납니다. '물음을... 동일한 물음을 계속 묻는 존재(718)'인 크리스와 함께.
파이드로스의 지적 방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파이드로스는 '나'이거나, 그의 아들 크리스이거나, 우리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성벽에서 찾은 가치를 우리는 '주변에 있다는 이유 때문에 그것을 원하지 않(378)'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 합니다. 왜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게 올바른 것인지 잊고 사는 이에게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 무척 길고 지루한 여행이 될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기계공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정비사의 느낌'이라는 말과 현대인의 외로움과 기술 공학(633~638)에 대한 '야외 강연'은 대단히 인상 깊었습니다. 모터사이클을 타거나 산에 오르는 그들을 따라가다 보면 가치의 흔적 한 올을 줍는 행운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단, 모터사이클이 질주하는 속도감은 접어놓고, 고산지대를 오르는 기분으로 아주 느긋하게 걸어야 지치지 않을 겁니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Zen and the Art of Motorcycle Maintenance, 1974/로버트 M. 피어시그Robert Maynard Pirsig/장경렬 역/문학과지성사 20101029 800쪽 18,000원
트위터 영향인지 요즘 140쪽이 넘는 책을 읽으려면 엄청 부담되는데 모터사이클에 관한 정비지침서로 오해를 살만한 소설은 8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어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책을 펼치면 지은이 소개와 서문이나 작가 후기를 먼저 훑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스패너가 그려진 표지를 넘기며 지은이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Robert Maynard Pirsig) 소개를 찬찬히 들여다봤습니다.
정신병력이 있는 피어시그는 1968년 7월 아들 크리스와 함께 모터사이클 여행을 떠났고, 이 여행의 기록이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의 기본 골격을 이루게 되었답니다. 책 뒷부분에 작가를 자세하게 소개한 내용 가운데 한국에서 군복무를 마쳤다는 기록도 볼 수 있습니다. 1946년에 군에 입대하여 1948년까지 2년 동안 한국에 있었으며, 이때 경험은 소설에서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소설은 '실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하여 기록된 것'이지만, '엄밀한 사실적 기록은 아니'라는 말을 작가의 노트에 기록해 놓았습니다. 아들 크리스와 떠난 여행에 관한 자전적 소설이지만 스스로 '야외 강연'이라고 부른 과거로의 여행은 '꿈을 꾼 사람'이 '파이드로스(588)'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 '나'는 지은이 피어시그인지 '그 사람 자신이 유령이 되어버(79)'린 파이드로스인지 모호하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경치를 바라보는 수동적인 상태에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완전히 경치 속에 함몰(25)'되어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휴가를 가는 기분으로 주인공 '나'를 따라가면 되니까요.
유령을 쫓는 파이드로스
모터사이클 대장정은 두 가지 골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인공 '나'와 아들 크리스, '연장을 끓어내고 그런 귀찮은 일(38)'을 하지 않는 이웃집 부부 존과 실비아와 함께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는 여행과 파이드로스의 세계를 탐구하며 철학적 사유를 들려주는 '야외 강연'으로 시작합니다.
유령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크리스의 물음에 '한때 알고 지내던 사람 가운데는 유령 하나를 찾아 헤매는 일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일생을 보낸 사람(79)'인 파이드로스를 알려주지만 정작 '나'는 '유령 이야기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81)'고 합니다. 파이드로스는 '이성이라는 유령을 찾아 헤매(638)'는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죠. '모든 공학 기술, 모든 현대 과학, 모든 서양 사상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그런 유령'은 '스스로 자신을 합리성이라고 부르지만,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은 온통 모순과 무의미뿐(155)'인 유령을 의심하며 파이드로스는 지적 사유를 시작합니다.
파이드로스는 '소크라테스의 설교에 희미하게나마 위선의 냄새를 감지(685)'하고 '자기 자신과 대립되는 분열된 정신'(715)' 때문에 정신 병원에 수용되어 전기 충격 치료까지 받게 됩니다. '동양적인 것이든 서양적인 것이든...만물을 생성해 내는 거대하고 근원적인 힘인 도(450)'와 '질이 곧 부처이고...질이 곧 예술의 목적이라는 개념(490)'까지 이르며 질에 대한 이해의 길로 들어섭니다. 그리하여 '나와 나 아닌 것 사이의 경계가 없음을 완벽하게 인식하는(258)' 깨우침의 경지에 이릅니다. 결국 이성이라는 유령을 찾아 '그 유령을 파멸시키기를 원했는데, 그 유령이 바로 과거의 그 자신(162)'이었음을 깨닫고 멍에에서 해방됩니다.
그런 면에서 '개성은 끊임없이 변하는데, 대개 나쁜 쪽으로 변한다. 하지만 어쩌다 놀랍게도 좋은 쪽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모터사이클 관리에서 실제로 관리 대상이 되는 것은 바로 이 개성(92)'이고 '내 주변 사실들의 질에서 부처를 찾는(654)' '당신의 인격에 반응하는(559)' 모터사이클은 '모든 것이 나름의 목적'이 있어 '질의 결정체인 셈(533)'일지도 모릅니다. 아울러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동안 '나'와 마찬가지로 정신병 초기 증세라는 진단을 받은 아들 크리스가 또 하나의 파이드로스라는 발견하게 됩니다.
성벽에서 찾은 가치의 흔적
'화학 분야에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뛰어난 재능(749)'이 있었던 파이드로스는 군대에 들어가 한국으로 오는 '배의 뱃머리에서 보았던 성벽의 영상(220)' 때문에 가치의 본질인 질을 찾는 지적 방황을 시작합니다. 이후 철학으로 학위를 받고, 인도로 건너가 동양철학을 공부하게 됩니다. 성벽에 대한 첫인상이 얼마나 강렬했는가 하면 '한국의 성벽과 같이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는 비지적인 현실을 보기 시작하면, 그 모든 언어적인 것들은 몽땅 잊고 싶어질 것(439)'이라며 그것이 바로 질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성벽이 '아름다웠던 것은 그 성벽을 쌓는 일을 하던 사람들이 대상을 바라보는 나름의 독특한 방식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자기 초월의 상태에서 그 일을 제대로 하도록 자신들을 유도하는 방식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그들 자신과 일을 따로 분리하지 않음으로써 일을 그르치지 않았던 것이다. 총체적인 핵심이 바로 여기에 존재한다(516)'며 어떤 질도 소유하지 않는 현대 기술 공학에 대한 뼈아픈 충고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낭만적 속임수라는 꿀을 발라 위장해놓은 기술 공학적 추함, 바로 그것에 당신은 열광하(519)'고 있다는 경고를 합니다.
파이드로스가 질을 찾아 떠나며 마주치는 동서고금의 철학은 '문화를 옮겨 나르는(738)' 여정이었습니다. '도대체 질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대체 무엇인가(332)'라며 그토록 찾던 질은 어쩌면 한국의 성벽에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평화는 올바른 가치를 낳고, 올바른 가치는 올바른 생각을 낳는다. 올바른 생각은 올바른 행동을 낳고, 올바른 행동은 고요함이 물질적으로 현현(顯現)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그런 작업-즉, 누가 보더라도 확연히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모든 것의 중심부에 고요함이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작업-을 낳는다. 그것이 바로 한국에서 본 성벽이 일깨워주는 것이었다." (526)
파이드로스는 한국의 성벽을 아주 천천히 돌아보며 '무아(無我)의 경지(523)'에 이르렀는지도 모릅니다.
다시 가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나'와 크리스는 모터사이클 여행을 하면서 대화가 별로 없습니다. 과거의 나인 파이드로스를 찾는 여정이었기 때문이죠. 여행이 끝날 무렵 크리스가 묻습니다. '우리가 지금 와 있는 곳은 어디예요?' 생각하기도 귀찮다는 듯 대답합니다. '나도 모르겠다(708)'. '두뇌에 전극이 연결되기 이전에 그는 그가 소유하고 있던 모든 유형의 자산을 상실했(338)'던 과거의 기억을 되찾은 '나'는 크리스에게서 파이드로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긴 것이'고 '이제 사정이 더 나아질 것이(735)'라고요. 실제인지 허구인지 모르는 공간에서 부자간의 사랑과 믿음을 확인하며 다시 길을 떠납니다. '물음을... 동일한 물음을 계속 묻는 존재(718)'인 크리스와 함께.
파이드로스의 지적 방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파이드로스는 '나'이거나, 그의 아들 크리스이거나, 우리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성벽에서 찾은 가치를 우리는 '주변에 있다는 이유 때문에 그것을 원하지 않(378)'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 합니다. 왜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게 올바른 것인지 잊고 사는 이에게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 무척 길고 지루한 여행이 될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기계공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정비사의 느낌'이라는 말과 현대인의 외로움과 기술 공학(633~638)에 대한 '야외 강연'은 대단히 인상 깊었습니다. 모터사이클을 타거나 산에 오르는 그들을 따라가다 보면 가치의 흔적 한 올을 줍는 행운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단, 모터사이클이 질주하는 속도감은 접어놓고, 고산지대를 오르는 기분으로 아주 느긋하게 걸어야 지치지 않을 겁니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Zen and the Art of Motorcycle Maintenance, 1974/로버트 M. 피어시그Robert Maynard Pirsig/장경렬 역/문학과지성사 20101029 800쪽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