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돼가? 무엇이든

잘돼가? 무엇이든
영화감독 이경미의 첫 에세이입니다. 아빠가 던진 상추에 얼굴을 맞았어도 다음날 상추쌈을 싸서 아빠에게 주는 사이가 가족이겠지요. '어쩌다가 태어났는데 내 의지와 무관하게 멤버는 이미 정해졌'고 '확실히 복불복(217)'이지만요. 시트콤 같은 가족 얘기가 재밌습니다.

'영화를 시작하게 만드는 것은 머리지만, 영화를 완성시키는 것은 마음'이었습니다. 십사 년이 흐른 후 '영화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머리로 완성(162)'하는 것으로 변했습니다. 그동안 '나쁜 일들은 좀 사정을 봐가면서 와주면 좋을 텐데, 살다 보니 뭔 일이 터질 때는 비슷한 성질의 일들이 연이어 터진(38)' 까닭이겠지요. '갈대밭을 베며 걸어가는 팔자(100)'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고요.

'돈도 안 되는데 재미도 없으면 우울하다. 명예는 없는데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재미있는 걸 찾아본다. 재미없는데 명예만 있으면 우울하다. 재미있는데 돈이 안 되면 우울하다. 돈도 안 되는데 명예가 있으면, 이렇게 명예가 있는데 돈은 안 된다니 더 우울(62)'하답니다. 그러면서도 '창작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자산은, 습작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작가의 삶(113)'이라는 초심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에세이는 가볍게 읽힙니다. 가벼운 만큼 시나리오와 영화 작업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무겁게 연상됩니다. 농담 같은 일상을 읽다 보면 ‘잘돼가? 무엇이든’ 하며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돼가? 무엇이든/이경미/아르테 20180719 256쪽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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