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두들 등반기

The Ascent of Rum Doodle, 1956
럼두들은 뒤집힌 M자처럼 두 봉우리로 이루어졌으며 정상의 높이는 해발 12,000.15미터다. 최고의 전문가 일곱 명으로 꾸린 등반대는 3,000명의 포터와 375명의 심부름꾼 소년들과 함께 럼두들로 향한다.

힘이 장사인 보급 담당 '벌리'는 온갖 피로증을 달고 다녀 대부분 누워서 보낸다. 과학자 '위시'는 잡다한 실험을 하고 어떤 상황에서 계산을 해도 숫자 153으로 끝난다. 사진 촬영 담당인 '셧'은 촬영 장비 조립을 하느라 정작 촬영을 못 하거나, 찍은 필름을 햇빛에 노출하여 사진을 다 날린다. 등반길 안내자인 '정글'은 노상 길을 잃는다. 포터 관리를 담당하는 언어학자 '콘스턴트'는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된다. 주치의 '프로운'은 온갖 질병을 혼자 앓는다. 그리고 눈치 없는 등반대장 '바운드'는 언제나 긍정적이다.

포터들은 아주 작은 키였지만 각자 450킬로그램 정도의 짐을 짊어지고 갔다. 요리사 '퐁'이 만드는 음식은 산을 오르는 든든한 뒷심(?)이 된다. 크레바스에 들어가선 치료제로 가져간 삼페인을 마시고도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포터가 끌어올렸다. 등반대원들은 빙벽에 계단을 만들며 올라가는 포터들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통역을 담당한 콘스턴트 덕분에 골골대던 주치의 프로운이 정상에 오른다.

소설은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고봉인 럼두들에 오르는 요절복통 등반기다. 산사람이나 모험가들 사이에서 고전으로 읽히다가 뒤늦게 일반인에게 알려졌다. 1959년 오스트레일리아 남극 탐험대는 이 책에 대한 애정으로 그들이 발견한 봉우리에 '마운트 럼두들'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현재 남극 지도에 공식 지명이 됐단다. 카트만두에 있는 '럼두들 식당'은 산악인들이 8,000미터 급 산을 올랐다 돌아오면서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장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등반대장이 본국에 보내는 전문 말미에는 항상 포터들이 할 일을 아주 잘하고 있다는 칭찬으로 끝난다. 이 등반기는 소설이 아니라 무명의 포터들에게 받치는 헌사로 읽혔다.

럼두들 등반기The Ascent of Rum Doodle, 1956/W. E. 보우먼William Ernest Bowman/김훈 역/마운틴북스 20071210 244쪽 9,500원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