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받는 남성

억압받는 다수 Majorité Opprimée 2010

프랑스 감독 엘레노르 푸리아(Eléonore Pourriat)가 만든 11분짜리 단편 영화 〈억압받는 다수 Majorité Opprimée 2010〉 중 한 장면입니다. 유모차를 미는 남성 옆으로 가슴을 노출한 여성이 지나쳐갑니다.

예술사회학자 이라영은 "일종의 미러링을 통해 성역할을 교란한 작품이다. 10분 정도의 짧막한 이야기 속에 일상의 젠더 문법을 반대로 뒤집어놓는다. (...)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은 단지 성별만 바뀌었을 뿐인데 모든 상황은 웃기고 어색해진다"1고 평했습니다. 11분의 상상이지만 여성은 평생을 겪는 일입니다. 〈억압받는 남성〉이라고 번역하면 더 직관적입니다.

이 영화를 중학교 도덕 수업 양성평등 교과 시간에 보여준 배이상헌 교사가 직위해제 처분과 함께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습니다. 2019년 11월 13일 프랑스 중등교원노조(SNES-FSU)는 교사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냈고, 여러 시민단체가 지지성명과 연대를 하고 있습니다. 2019년 11월 14일 교육부는 배이상헌 교사가 광주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직위해제 처분취소 청구를 기각하며 광주시교육청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이 영화는 감독이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했고, 조회수가 1300만이 넘습니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 Le Tout Nouveau Testament 2015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Le Tout Nouveau Testament 2015〉에서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이 장면이 압권입니다. 임신한 남성에게 여성이 말합니다. 다리털 좀 깎아.

엘레노르 푸리아 감독은 교사가 직위해제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부디, 의미 없는 싸움을 멈춰주세요. 대신 차별과 싸우세요. 여성들을 희롱하는 것에 대항해 싸우세요. 여성을 향한 폭력과 성차별에 대항해 싸우세요. 강간의 문제와 싸우세요. 하지만 당신에게 성차별과 성희롱에 대한 정보를 주고자 했던 사람과 싸우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1. 이라영, 《타락한 저항》, 교유서가, 2019년, 164쪽

덧1. 20200812
광주시교육청에 의해 고발된 배이상헌 교사가 8월 11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덧2. 20210115
광주광역시교육청징계위원회(광주교원징계위)는 2020년 12월7일 배이상헌 교사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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