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두 계급 이야기

2020년 12월 13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030명(지역발생 1002명, 국외유입 28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처음이다. 주말에 검사량이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진자가 매우 가파르게 증가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3단계가 시행되면 10명 이상 모이는 모든 행사나 모임이 전면 금지되고 스포츠 경기도 중단된다. 학교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문을 닫아야하고, 직장의 경우 필수인원 이외에는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종교활동은 모임이 금지된다. 모든 일상이 셧다운 되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를 둘로 쪼갰다. 안전하게 격리된 채 일할 수 있는 비대면 계급(Untact Class1)과 외부에서 코로나에 노출된 채 일을 해야 하는 대면 계급(Contact Class)으로 나눴다. 자본가, 부동산업자, 정규직 화이트칼라는 비대면 계급이 되었고,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블루칼라 등등 대부분의 노동자는 대면 계급이 되었다. 비대면 계급의 소득은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늘어났지만, 대면 계급의 소득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일상을 봉쇄하는 거리두기 3단계는 대면 계급의 생존을 위협하는 강력한 조치이다. 한국은행은 "강력한 봉쇄조치가 시행될 경우 취업자 3명 중 1명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울 것"2으로 전망했다. 봉쇄령이 내리자 시위가 격해지는 서구사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금융기관 부실정리를 위해 2006년까지 투입된 공적자금이 약 169조 원이다.3 그 돈으로 비대면 계급의 최상위층인 될 자본가는 죽지 않고 살아났다. 대신 중소기업들은 줄줄이 도산했고,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이 난무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금가락지까지 다 빼준 덕분에 되살아난 자본가는 코로나 시대에 꿀을 빨고 있다.

코로나 시대는 비대면 계급이라는 그 자체가 대단한 특혜이다. 코로나 시대에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공적자금은 자영업자나 무주택자, 비정규직이 대다수인 대면 계급을 위하여 제일 먼저 투입해야 한다. 지금은 방역과 경제를 둘 다 잡을 수 있는 혁명적 정책이 필요할 때이다. 공적자금으로 노동시장을 덜 불안하게 만들어야 한다.


  1. 부정사 'un'과 접촉을 뜻하는 'contact'를 합친 콩글리시로 《트렌드 코리아 2018》에 처음 실렸다. 영어권에서는 Non-Contact, Contactless, Zero-Contact 등을 혼용하여 쓴다. contact와 대구(對句)를 이루는 untact가 더 직관적이어서 그대로 사용함.
  2. 한국은행, 〈코로나19에 대한 고용취약성 측정 및 평가〉, 2020년
  3. 공적자금(public fund)이란, 기업에 대출해 준 돈을 기업부도 등으로 인해 회수하지 못해 금융기업이 부실해질 경우 정부가 투입하는 자금으로 1997년 11월부터 2006년 9월 말까지 투입된 공적자금은 모두 168조5천억원이다. - 김인철, 공적자금은 공짜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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