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진, 건너지 못하는 육교를 오르는 소설가

일의 기쁨과 슬픔
같이 입사를 했지만 남자와 여자의 연봉이 '정확히 천삼십만원 차이(27)'나는 사회입니다. 빛나 언니와는 '축의금 오만원 정도의 사이(23)'입니다. '아이는 마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것(142)'이어서 '이십평대 아파트에는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지 않는(143)' 것이 합리적인 세상입니다.

'내성적인 개발자는 대화할 때 자기 신발을 보고 외향적인 개발자는 상대방의 신발(59)'을 보며 '최선을 다해 스팸 방지 로직을 만들었고, 스패머도 최선을 다해 글을 올렸고, 여자도 최선을 다해 글을 지웠고, 업주들도 '최선을 다해 모시겠다'는 다짐'을 하며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었으므로, 달라지는 것은 없(168)'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월급을 포인트로 받을지 모르니까요.

혼자 사는 여자는 초인종 소리에도 놀랍니다. 확정일자를 알아야 '오늘 몫까지 정말 아끼고 아껴서 십만원짜리 적금을 하나 더 부(164)'을 수 있습니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이에서 머뭇거리지만 루보프 스미르노바 공연도 보고 싶고, 해외 리사이틀을 보려고 항공권도 예매합니다. '그리고 큼직한 글씨로 미루고 미뤘던 편지를 다시 쓰기(213)'도 합니다. 잊고 지냈던 따뜻한 사람에게.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은 휙휙 읽힙니다. 장류진 작가는 도로를 가로지르려고 육교를 오르지만 길을 건너지 못하고 결국 내려가는 젊은 을들의 희노애락을 명랑하게 알려줍니다. 재미있는 만큼 씁쓸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계속 쓸 수 있는 사람이 되(234)'길 바랍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장류진/창비 20191025 236쪽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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