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그림

나를 위로하는 그림
클로드 모네와 카미유가 사랑했다는 건 알았지만 집안의 반대로 생고생을 했는지 몰랐습니다. 백여 년 후 나온 영화 〈러브 스토리〉는 그들이 환생한 것 같습니다. '카미유가 죽은 뒤 인상파는 몰락했다'는 말이 과분해 보이지 않습니다. 모네에게 카미유는 '영감의 원천이었고 영원한 사람이었으며 빛, 그 자체(115)'였으니까요.

10분도 지속하지 않는 짧은 저녁 풍경을 재현하려는 존 싱어 사전트는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를 그리려고 '여름 내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그림을 그리며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끝내 그림을 완성하지 못(100)'했답니다. 이듬해 다시 돌아와 2년에 걸쳐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붓으로 찰나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시인(98)'인 화가 사전트는 그렇게 '순간의 미학을 보여주는 걸작(100)'을 그렸습니다.

늦은 나이란 없다는 걸 보여준 화가들이 있습니다. '원시적 예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화가 앙리 루소는 22년간 세관원으로 근무하다가 49세에 화가로 전업'했고, '루미니즘의 선구자 제임스 아우구스투스 수이담은 건축가와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37세'에 전업화가로 데뷔를 했습니다. 미국의 샤갈이라고 불리는 해리 리버맨은 은퇴 뒤 '노인클럽에서 만난 한 젊은 봉사자의 권유로 생애 처음 그림을 그'렸습니다. 77세에 화가로서 제2의 삶을 시작해서 '101세의 나이에 21번째 전시회(237)'를 열었습니다. '미국의 민속화가 그랜드마 모지스는 67세부터 그림을 그려 80세에 뉴욕의 한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101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1,600여 점에 이르는 그림을 남'겼습니다. '열정이 있는 한 늙지 않(238)'는 삶을 살았습니다.

덴마크 지폐 1,000크로네에 있는 초상은 안나와 마이클 앵커 부부입니다. 기혼여성이 직업을 갖는 것이 금기였던 시절이지만 안나는 굴하지 않고 전업화가로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그 옆에는 아내를 지켜보고 도와준 남편 마이클 앵커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살았던 덴마크 최북단에 있는 스카겐의 집은 박물관으로 바뀌었답니다. 그림은 문외한이지만 언젠가 꼭 가보고 싶어 버킷 리스트에 담았습니다.

'지금 나는 인생의 어느 대목을 써내려가고 있는 것일까. 다음 문장의 첫 단어가 그리 슬프지만은 않았으면 좋겠(79)'습니다.

나를 위로하는 그림/우지현/책이있는풍경 20150427 300쪽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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