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루왁(luwak)은 사향고양이과 동물의 서식지인 인도네시아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루왁 커피는 18세기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서 가난한 농장 일꾼들이 커피를 맛볼 수가 없어 사향고양이 배설물에 섞인 커피 열매로 커피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는데 소문이 나면서 네덜란드인들까지 마시게 되었다.

1990년대 초 서구사회에 알려지면서 사향고양이를 따라다니며 분변에서 커피를 채취하는 방법 대신 사향고양이를 포획해 가두고 강제로 커피 열매를 먹이는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루왁 커피가 점점 인기를 끌자 소규모 농장이 점점 대형화되었고, 베트남에서는 사향고양이 대신 족제비를 사육해서 커피를 생산한다. 닭을 키우는 공장식 축산처럼 사향고양이는 철창에 갇혀 강제로 커피 열매만 먹고 배설하는 일만 한다. 인도적인 기준에 맞는 사향고양이 농장이나 이를 인증하는 인증마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야생 사향고양이는 평균 17제곱미터(500만 평)의 영역에서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광대하고 다양한 서식환경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사는 북극곰은 코끼리, 유인원, 돌고래와 함께 인공시설에서 사육하기에 가장 부적절한 야생동물로 꼽힌다. 북극곰을 사육하는 동물원의 공간은 야생에서 생활하는 공간의 100만분의 1 크기다. 영하 40도의 기온에 적응하도록 태어난 북극곰이 영상 40도가 넘는 아르헨티나의 동물원에서 사육되다 죽었다. 쓸개즙을 얻으려고 곰 농장이 합법인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뿐이다. 쓸개즙을 쉽게 착취하기 위해 작은 철장에 수년 동안 갇힌 곰은 쓸개즙을 빼기 위해 사람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배를 쇠창살에 갖다 댄다. 방송에서는 방사한 반달곰이 건강하다는 소식을 전한다.

야생에서 돌고래는 하루에 100킬로미터 이상을 헤엄치고 무리를 이루며 사는 사회적 동물이다. 얼굴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서 항상 미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돌고래가 재주를 부리는 것은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서이다. 돌고래를 가둔 수족관은 돌고래에게는 욕조만도 못한 크기다. 숲을 불태우며 만드는 팜유 농장으로 인하여 오랑우탄은 목숨을 잃는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개고기의 30퍼센트 정도는 중국산이고, 태국 거리에서 떠돌던 개들이 비인도적이고 비위생적으로 도축된 불법 유통물일 확률이 높다. 약효가 있다는 뿔 때문에 코뿔소는 뿔만 잘린 채 죽고, 샥스핀 요리를 먹으려고 지느러미만 자른 후 상어를 바다에 버린다.

관습이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비인간적인 행동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전통은 살아 있는 생명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폭력을 가하는 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마법의 단어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하더라도 지금 살아가는 시대의 상식에서 벗어난 과거의 관습은 '예전에는 그랬었지' 하며 역사책 속으로 떠나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오늘날을 사는 인류의 정서를 풍요롭게 하고, 대대손손 물려줄 가치가 인정되는 문화만이 노력과 비용을 들여 계승할 가치가 있는 진짜 문화이고 전통이다. (70)

인간 때문에 동물이 겪는 고통은 인간이 존재하는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 순간에도 나의 선택과 인간의 허영심으로 지구 반대편 동물의 생과 사를 가르는 끔찍한 일이 자행되고 있다. 다음 세상에는 사람으로 태어나라는 말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지 알게 된다.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한 번은 같은 동물로 태어나 좁은 사육장이나 쇠창살 안이나 동물원 우리가 아닌 그들의 서식지에서 동물로서의 삶을 누리라는 것이 지극히 옳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이형주/책공장더불어 20161130 272쪽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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