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전환

산업 대전환
  • 판데믹으로 발생한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상황이 매우 유동적임에도 불구하고, 전개 방향을 예측하고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짜야 하는 이유다. (...) 4차 산업혁명의 빠른 진전,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국과 중국의 마찰, 코로나로 드러난 세계화의 한계 세 가지가 최근의 주요 글로벌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세 가지 흐름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이들 간 상호 작용의 결과에 따라 새로운 세계 질서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12)
  • 자동화는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로 생산 현장의 반발이 심해 빠르게 진행하기 어려웠던 분야다. 그동안 4차 산업혁명의 진행을 암묵적으로 더디게 한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긴박한 상황이 조성됐다.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감염이 확산되고 작업장이 폐쇄될 리스크가 생겼다. 자동화에 대한 반대, 디지털화 추진에 대한 기업 내부의 거부감 등도 많이 줄어들었다. (15)
  • 세계화의 기반 위에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해 가던 와중에 코로나 팬데믹이 터져 세계 경제가 순식간에 거의 붕괴되는 혼란에 빠짐으로써 또 한 번 세계화의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18)
  • 각국 산업의 생산을 동시에 중단시킨 GVC1의 붕괴는 단순한 가치 사슬의 마비가 아니다. 1차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유지돼 온 원가(가격) 절감 중심의 산업 체계가 붕괴되고 외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회복력이 강한 새로운 체계로의 전환을 시사한다. (20)
  •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 변화도 GVC 재편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가격이나 이익을 중시하는 기존의 효율성 중심에서 외부 충격으로부터 회복하는 능력, 보건을 포함한 사회 안전 확보,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기여 등 새로운 가치에 주목하는 생산 체제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28)
  • 세계화의 방향을 바꾸거나 되돌리는 탈세계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세계화를 벗어나려면, 세계가 그동안 누려 온 혜택을 버려야 한다. (...) 많은 전문가들은 제조업의 국내 회귀(리쇼어링 reshoring) 등 탈세계화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는 있지만 궁극적인 탈세계화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30)
  •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생산 현장에 스며들수록 자동화가 진척되어 인건비 부담이 줄어들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활용으로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어 리쇼어링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선진국의 리쇼어링 추세는 가속될 전망이다. (33)
  • 가까운 미래에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경제 블록이 등장할 것이다. 경제 블록의 경계는 곧 상호 운용성의 범위와 일치한다. 부품이나 기기, 생산 체계 등이 서로 호환될 수 있는 지역이 곧 경제 블록이다. (55)
  • 제품 개발의 방향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가령 이전에는 재활용성과 상관없이 성능만을 중시했다면, 앞으로는 성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재활용성을 높여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환경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다. (56)
  • 코로나 판데믹으로 세계화의 약점이 드러나긴 했지만, 세계화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제조업 회귀나 집중화와 분권화의 조화 등을 통해 더욱 안정된 GVC가 구축될 것이며 산업의 혁신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57)
  • 뉴 노멀이란 2008년 글로벌 금융 이기 이후 저소득, 저수익, 고위험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환경이 자리 잡은 것과 같이 사회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사건 이후 새로 형성되는 경제 환경의 특징이나 성격을 말한다. (58)
  • 이윤 추구 중심의 산업 활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에 시민 사회가 공감하게 되면, 정부나 기업 활동도 고객이나 사회의 가치 실현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63)
  • 과거와 다르게 생각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때는 인프라도 갖춰져 있지 않고, 축적된 경험도 없다. 결과를 얻기까지 과정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누려 오던 익숙함, 편리함, 효율성을 상당 부분 포기하는 고통이 있을 수도 있다. 과거와 결별하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절실한 동기와 큰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배경이나 코로나 판데믹으로 조성된 환경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68)
  • 20세기 후반 글로벌화로 외형적으로는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지만 국가 간,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어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71)
  • 기술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시장에 나올 수 없었던 제품들이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75)
  • 그동안 제조업이 지향해 온 것은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값싸게 공급하기 위해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제조하는 것이었고, 높은 생산성과 낮은 가격이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이었다. (...) 제품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던 사용자들은 이제 제품의 가치, 즉 의미나 경험을 더 중시한다. 생산자의 최대 이익, 소비자의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추구하던 제조업도 이제 고객의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기 시작할 것이다. 제조업의 가치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단순히 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첨단 제조 기술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76)
  • 제조를 하되, 제조한 제품이 아니라 제품을 이용한 서비스를 파는 비즈니스도 확장될 것이다. 발전소를 지어 주고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부담으로 발전소를 건설하고 거기서 나온 전기를 주변 지역에 판다거나, 항공기 엔진을 생산하되 팔지 않고 여객기에 장착해 주고 운행 시간에 따라 요금을 받는 구독 경제 방식의 사업이다. (79)
  • 자연에서 출발한 인류는 지금까지 역사를 만들면서 자연으로부터 점점 유리되는 길을 걸어 왔다. 그동안 여러 문제를 키워 왔다면, 지금부터는 자연과의 괴리를 줄이고 그동안 누적돼 온 문제를 해결해 자연 친화적인 길을 밟아 갈 차례다. (...) 지금은 코로나 판데믹이 만든 기회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 한계에 부딪힌 데다, 기후 변화나 환경 오염으로 각종 재난이 발생해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85)
  • 지금까지는 단기간에 높은 이익을 창출하는 생산성이 산업 생태계를 움직이는 동인이었지만, 앞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다. 사회적 가치나 고객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이익을 창출하는 방향이다. (87)
  • 미래 사회는 산업이 추구하는 방향과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이 일치하는 방향을 지향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문명의 발전으로 분명 삶의 질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그만큼 행복해졌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 경제적으로 단기간에 큰 이익을 얻기보다 고객의 긍정적인 경험이나 평판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통해 장기적으로 이익을 얻는 방향이다. (95)
  • 판데믹 이후 조만간 시작될 경기 회복기는 과거로의 회귀 과정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다. (101)

산업 대전환/박종구/스리체어스 20210118 118쪽 12,000원

팬데믹은 4차 산업혁명, 미국과 중국의 마찰과 코로나로 드러난 세계화의 한계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팬데믹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더디게 진행하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전쟁, 환경 중시 패러다임으로 가성비 중심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 가능성이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나친 장미빛 전망이 아니라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읽었다.

우리는 미래를 결정하는 순간에 있다. 백 년도 못 살면서 천 년을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났으면 싶다.


  1. GVC : 글로벌 가치 사슬(Global Value Chain), 세계에 흩어져 있는 여러 기업들이 납품한 부품을 공급받아 완성품이 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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