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뜨겁게, the Re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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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이나 했으면 좋겠다. 16강은 개뿔! 개최국은 모두 예선을 통과했다는데 망신당하면 어떡하냐. 일본보다 못하면 어쩌지. 2002년 월드컵 때 저를 비롯한 회사 동료들 생각은 비슷했습니다. 빨간 응원T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폴란드와 첫 경기는 숙소에서 혼자 봤습니다. 캔맥주를 홀짝이고 소시지를 까먹으며 봤습니다. 25분이 지나자 건물이 울릴 정도로 고함과 박수 소리가 터졌습니다. 황선홍이 첫 골을 넣었습니다. 그렇게 월드컵 첫 승리를 했습니다.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국대 경기를 예매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미 표가 동이 났더군요. 할 수 없이 한국 경기가 열리는 날은 카페를 전세 내 모두 모여 응원했습니다. 빨간T를 구하려고 했지만 정품은 구할 수 없었습니다. 끝내 야매 빨간T를 입고 응원했습니다. 망신이나 안 당했으면 좋겠다는 냉소는 야매 빨간T를 입으며 이러다 결승전을 보러 일본에 갈지도 모른다며 환호하게 됐습니다.
터키와 3·4위전은 월출산 아래에서 봤습니다. 진작 회사 산악회가 월출산에 가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죠. 이른 저녁으로 짱뚱어탕을 먹고 한방에 모두 모였습니다. 경기 결과를 예측하며 만원빵 내기를 했습니다. 대부분이 한국이 이긴다고 하길래 역적이 된 심정으로 2:3으로 진다에 걸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실점했습니다. 아마 월드컵 역대 최단 시간 득점이라는 기록일 겁니다. 하지만 정말 신나고 즐겁게 응원했습니다.
결국 경기는 터키가 3위를 하며 끝났고, 점수까지 꼭 맞힌 나는 30여만 원을 챙겼습니다. 이튿날 월출산에 오르기 버겁게 노래방에서 밤새도록 놀았습니다. 월드컵이 열리는 한 달 동안 야매 빨간T를 입고 붉은악마가 되어 모두가 하나로 응원하며 행복했습니다. 그 후 축구 수준이 4강에 맞춰져 모든 국대 경기가 성에 차지 않는 후유증이 남았지만 말이죠.
2022 월드컵이 열렸습니다. 손흥민 선수를 비롯한 모든 선수가 흥겹게 경기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더 뜨겁게, the Re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