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Rape, 2018
  • 빛은 들어왔던 창문을 통해 다시 방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 레이먼드 카버,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강간은 빛을 앗아갑니다. (15)
  • 아무리 정성껏 치유해도 죽지 않는 한 강간을 당하지 않은 사람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강간은 나를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로 만든 사선들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30)
  • 인도에서는 아직도 강간당한 사람을 '진다 라시 zinda laash'(살아 있는 시체)라고 부릅니다. (54)
  • 남자들은 여자들이 비웃을까 봐 두려워한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죽일까 봐 두려워한다. - 마거릿 애트우드 (66)
  • 차는 마시기 싫다고 하면 강요하지 않는데, 왜 섹스는 강요할까요? 차를 마시고 싶다고 하여 끓여서 건넸는데 갑자기 마시기 싫어졌다고 하면 차를 목구멍에 강제로 들이붓나요? (67)
  • 어느 때가 되었든 그녀의 마음이 바뀌었다면 거기가 끝입니다. 그녀가 더 이상은 허락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동의 없이 종착역까지 갈 수 있는 티켓 따위는 없습니다. (76)
  • '여자가 동의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피해자를 성급하게 비난하기 위한 수많은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우리 여성에게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지금의 굴욕과 나중의 굴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짧은 치마와 긴 치마를 선택할 수 있고, 떠날 때와 머무를 때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스'를 선택하는 것은 적어도 그 순간에는 '노'라고 말하기보다 더 쉽기 때문입니다. 이런 선택은 동의와는 거리가 멉니다. (79)
  • 우리는 지구상 생명체로서 꽤 그럴싸합니다. 그런데 페니스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어디에 두면 안 되는지를 구별하기가 왜 그렇게 힘들까요? 누구도 강간당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왜 모를까요? (91)
  • 변화는 집에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강간범이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들어간다고 해도, 법은 생존자를 위해 많은 것을 해줄 수 없습니다. 법은 여러분이 밤에 외출할 때 손을 잡아주지 않습니다. 법이 바뀐다고 한 들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의 마음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119)
  • 강간은 문화입니다.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강간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만들어냅니다. (...) 사소한 일들이 여자아이와 여성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남자아이의 권한을 높여주어 자신이 더 중요한 사람이므로 별생각 없이 세상을 약탈해도 된다고 여기게 만듭니다. (188)
  • 많은 나라에서 강간이 여성과 가족과 공동체의 명예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강간당한 여성은 몸이 망가졌다고 여기는 시선이 존재합니다. 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짐입니다. 나는 강간이 명예와 상관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197)
  • 강간의 또 다른 피해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비밀은 암과 같습니다. 비밀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형되어 이상하게 왜곡됩니다. 또한 비밀은 독성이 있습니다. (220)
  • 한 가지 절대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최악의 강간은 살아남지 못하는 것입니다. (...) 더 이상 말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250)
  • 강간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은 위험합니다. 강간을 저지른 남자가 잘못인데 왜 여성과 소녀들의 태도가 문제가 되나요? 우리의 딸(아들)들에게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이유가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건 너희 잘못이라고 말하기 위해서인가요? (254)
  • 누구든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강압적인 섹스를 했다면 그것은 강간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착한 여자는 강간을 당하지 않으며, 나쁜 여자는 강간을 당할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형편없는 남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에게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일어났다면 그럴 만했다는 서사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269)
  • 강간은 선택입니다. 강간범들은 강간을 선택했습니다. 우리도 어떻게 행동할지 선택하면 됩니다. 내가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자처럼 보인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나는 강간이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288)

강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Rape, 2018/소하일라 압둘알리Sohaila Abdulali/김성순 역/쌤앤파커스 20200713 304쪽 16,000원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가해자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6개월간 옥살이를 한 여성이 56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재심부는 "청구인이 제시한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무죄 등을 인정할 새로운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아울러 "성차별 인식, 가치관 등의 변화에 비춰 볼 때 반세기 전 사건을 지금의 잣대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당시 검찰은 가해자에게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채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로만 기소하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여성은 중상해죄로 가해자보다 무거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여성에 대한 시각, 특히 판사와 검사는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큰 변화가 없다. 사람답게 만들기 전까지 남성의 뇌는 고환에 있고, 페니스를 권력으로 안다. 참으면 침묵은 영원히 계속될지니 만국의 여성이여, #미투로 연대하고 투쟁하시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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