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주의 경제는 최악의 경우 아르헨티나처럼 국부가 소실되는 붕괴 상태로 나아가고, 최선의 경우조차 일본처럼 제로 성장이 계속되는 '잃어버린 시대'로 진입한다. 《자본》이 예측하는 자본주의의 종착지는 아르헨티나와 일본 사이의 어떤 상태이다. 경제학자들은 《자본》의 이런 결론을 종교적 종말론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경제학의 세계는 경제가 영원한 균형 위에서 지속해서 성장하는 것이다. 심지어 경제학은 장기간에 걸쳐 균형이 깨져 있어도 그것을 붕괴가 아니라 새로운 정상-뉴노멀new normal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것을 포함해 우주 만물 중에 불멸의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구적 작동 체계야말로 오히려 종교적 발상이다. 현실의 체계는 잘 작동하다가도 내적 결함이 어느 순간 임계점에 다다르면, 작동이 중지된다. 《자본》은 '모순의 전개'라는 변증법을 이용해 내적 결함이 어떻게 체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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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이란 변화의 속도 이전에 방향을 지칭하는 것이다. 점진적 개혁을 통해서든 아니면 급격한 교체를 통해서든,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그 변화가 어디를 향해서 가는지다. 우리가 자본주의의 결함을 집요하게 분석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함을 제대로 알아야 변화의 방향도 정확히 알 수 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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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은 새로운 생각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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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모글루는 기술진보의 형태를 두 가지로 나눈다. 인간의 작업 능력을 증진시키는 기술enabling technology과 인간의 작업 능력을 대체하는 기술replacing technology이 그 둘이다. 증진기술과 대체기술의 중요한 차이점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다. 증진기술은 작업자의 직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만, 대체기술은 직무 자체를 없애버린다. 그는 20세기가 증진기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대체기술의 시대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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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적 소유의 특징은 잉여노동을 기계 소유자가 생산물과 함께 취득한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취득되는 무급노동을 착취라고 부른다. 자본은 무급노동을 취득하는 수단이다. 인간 노동을 추출하는 수단인 기계는 그 소유자가 무급노동을 취득할 권리를 가질 때 자본이 된다. 즉 생산성 향상이 목적인 기계는 특수한 소유제도 속에서 자본이 된다.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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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노동을 취득할 권리가 자본의 본질이라면, '자본'주의는 노동의 생산성을 자본의 생산성으로 뒤바꾸는 일련의 체계라고 말할 수 있다. (45)
- 오늘날의 기술 발전은 인류의 푸요를 증진하는 진보가 아니라 경제 위기나 실업의 공포를 부추기는 악몽으로 나타난다. 기계와 인간의 뒤바뀐 지위 때문이다. 이 지위를 되바꿔야만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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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과 측정을 둘러싼 혼란은 경제학이 스스로의 계급성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경제학은 경제성가를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효용의 증감으로 정의하고, 그 효용의 증감을 상품가격으로 측정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상품가격의 목표는 효율의 증가 이전에 자본가의 이윤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상품경제는 소비자 효용이라는 중립적 목표를 위해 조직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이라는 계급적 목표를 위해 조직된다. 미국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던컨 폴리Duncan Foley는 신경제로 불리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 기술에 대한 혁신이라기보다 세계적 수준에서 노동을 이전받는 지대추구 방법의 혁신이라고 꼬집었다.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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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가치론의 노리 전개에 따르면 화폐의 본질은 상품에 대한 '보편적 등가물general equivalent'이다. 보편적 등가물이란 어떤 상품에 대해서든 그것과 같은행은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의미이다.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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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물신숭배fetishism 현상은 상품 경제에서 화폐가 사회성 그 자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회적 생산물은 인간 사이의 관계를 통해 생산되지만, 이런 사회성은 화폐를 통해서만 드러나기 때문에, 인간이 아니라 화폐가 사회적 주체로 등장한다. 사람들이 "돈, 돈, 돈"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단지 그들이 도덕적으로 속물이어서가 아니다. 상품 경제의 필연적 결과다.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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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노동과정은 노동자의 노동 지출expenditure보다는 기업의 노동 추출extraction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당하다. 위계와 명령으로 노동을 추출하는 것이 기업 내 생산과정의 핵심이다. (...) 기업 내 갑질은 예외적 폭력이나 도덕적 약탈이 아니라 근본적 속성이다.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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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기본적으로 노동생산성에 비례하여 상승한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생산성은 자본투자를 동반하는 기술진보로 상승한다. 경제학은 노동생산성을 개인의 속성으로 간주해 노동자 개개인의 임금 격차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지만, 사실 노동생산성은 오히려 자본의 속성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은 자본의 지휘를 받아야만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만약 노동이 자본을 지휘한다면 그 체제는 더는 자본주의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임금 격차는 자본의 격차를 반영한다. 노동자는 어떤 자본의 지휘를 받느냐에 따라 생산성이 결정되고, 사회적 위치와 소득 수준도 정해진다.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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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격차 축소는 단순한 도덕적 평등주의가 아니다. 노동자가 자신의 임금을 개별적 보상이 아니라 사회적 분업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이 임금 격차 축소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를 개별화하는 시장의 논리를 깨고 계급적 단결과 윤리를 만들어야 격차 축소가 가능하다. (...) 경제적 불평등이 커진다는 것은 노동조합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이해관계자로서의 노동조합, 더구나 상위 임금소득자 중심의 이해관계자인 노동조합은 '귀족노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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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거대한 부는 부동산 중에서도 토지다. 한국은행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2018년 토지의 총가격은 8,000조 원이다. 민간이 소유한 토지는 75퍼센트인 6,000조 원이다. 한해 국민총생산의 세 배다.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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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영업은 노동시장의 '배수통'이락 불린다. 자영업자 대부분은 기업가적 열정으로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됐거나 취업이 불가능해 생존의 마지막 보루로 창업을 선택한다. 자영업은 일자리에서 밀려난 실업자를 받아내는 배수통이다.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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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속에 이뤄진 한국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사례다. 그리고 그 효과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나 임금 격차 완화에 생각만큼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은 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까? 간단히 말해 최저임금이 시장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임금주도상장론을 근거로 한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에게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가져온다.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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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적 성장이 만드는 경제적 불평등의 최종 결과는 시민 다수를 비참하게misery 만드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축적의 절대적이고 일반적인 법칙이 바로 이것이다. 여기서 비참하다는 것은 "빈곤, 노동의 고통, 노예상태, 무지, 포악, 도덕적 타락"이 시민에게 누적된다는 의미다.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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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이전 생산양식에 비해 대단한 생산력 발전을 이뤘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나, 자본주의는 내적 모순으로 결국에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자본》의 결론이다. 자본의 이윤 추구 원리로 작동하는 경제는 최종적으로 작동중지breakdown 상태에 도달한다. 물론 위기를 해결하는 자본의 혁명도 있다.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혁명 말이다. 그러나 이런 혁명은 쉽지 않다. 심지어 산업혁명도 작동중지 상태를 영원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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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핵심을 네 가지 키워드로 요약하면 가치법칙, 착취법칙, 자본순환, 축적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 첫째, 가치법칙은 생산의 사회적 관계가 화폐 관계로 뒤바뀌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 둘째, 착취법칙은 이윤이 무급노동에 기초하며, 노동자가 누리는 풍요는 이윤의 낙수효과로 만들어질 뿐이라는 걸 증명한다. (...) 셋째, 자본순환론은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이 다양한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이윤율은 자본순환의 과정에서 여러 하방 압력을 받는다. (...) 넷째, 자본축적론은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의 필연적 종착지가 작동 중지 상태라고 분석한다. (...) 기업은 노동을 절약해 특별 이윤을 얻으려 기술혁신에 매진한다.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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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상상 속 4차 산업혁명의 구빈법이다. 거대한 실업의 공포를 만든 후 그들을 구제할 방법으로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을 제시하니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하는 월스트리트의 엘리트들은 진보진영 이상으로 기본소득에 우호적이다. 이유는 그들이 지대추구로 독차지하는 사회적 부를 기본소득이 정당화해주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현 엘리트들의 기득권을 전혀 침해하지 않으면서, 시장 경쟁에서 패배한 시민들이 금진적 저항에 나서는 것도 방지한다.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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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 도전은 어렵더라도 반드시 다음의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시장의 결함과 한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둘째, 계급 지배를 어떻게 지양할 것인가? (...) 셋째, 임금노동이 아닌 사회적 노동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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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변혁의 주체는 어떻게 형성될까? 사회운동을 통해서다. (...) 사회운동은 평등을 지향하는 노동조합, 진보적 법을 만드는 정당, 부당한 현실을 폭로하는 시민단체, 틈새 영역에서 협동조합의 경험을 쌓는 자주관리 기업, 역사와 사회에 대한 과학을 탐구하는 연구집단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사회운동의 핵심은 그 형태나 운동 대상이 아니라, 연합적 생산에 필요한 시민의 소양을 키워내는 것이다. (334)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한지원/한빛비즈 20210125 352쪽 18,500원
4차 산업혁명은 경제성장을 견인하며 소득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이 기존의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까? 임금주도성장이나 기본소득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자본론》은커녕 경제학에 문외한이어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자본론》으로 지금의 경제를 명쾌하고 탁월하게 해설한 책이다.
변신을 거듭하던 자본주의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양극화와 불평등이라는 근본적 결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에필로그에서 밝힌 몇 가지 단상에 답하는 다음 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