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
'역병은 상처를 남긴다(14)'. 팬데믹의 결과로 경제와 정치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해도 인간은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개인의 운명과 세상의 방향을 결정지을 10가지 제언'이다.
1.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어야 할 때
2. 중요한 건 정부의 크기가 아니라 능력이다
3. 시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4.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한다, 전문가는 사람들 얘기를 듣고
5. 삶은 디지털이다
6. 아리스토텔레스는 옳았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7.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질 터
8. 세계화는 끝나지 않았다
9. 온 세상이 양극화하고 있다
10. 때론 최고의 현실주의자가 이상주의자다
저자는 '이제 막 시동을 걸고 있는 여러 가지 힘을 묘사하고 있(297)'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이 흉측한 팬데믹은 변화와 개혁의 가능성을 마련해 주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낭비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미 쓰여 있는 건 하나도 없다(305)'며 긍정적 가능성을 강조한다. '팬데믹은 각국이 눈길을 국내로 돌리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나 머리가 트인 지도자라면, 팬데믹이나 기후변화나 사이버 전쟁 등의 문제에 대해 유일한 해결책은 밖으로(더 많고 더 긴밀한 협력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301)'이라고 조언한다.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Ten Lessons for a Post-Pandemic World, 2020/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권기대 역/민음사 20210416 388쪽 18,500원
1.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어야 할 때
- 어떤 체제에서든 '개방' '신속' '안정'이란 세 요소 가운데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은 두 개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처럼 열려 있고 빠르게 움직이는 체제는 본디 불안하게 마련이다. (...) 이런 트라일레마들은 다소 공부벌레 냄새가 나긴 하지만 모두 하나의 단순한 개념, 즉 열려 있고 빠르게 움직이는 체제는 위험천만한 통제 불능에 빠질 수 있다는 개념에 도달한다. (28)
- 우리는 언제나 오버드라이브(과속) 상태에 있는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어떤 의미에서건 인류의 발전은 지난 200년에 걸쳐 극적으로 속도를 높여 왔고, 최근 몇십 년 동안은 그 페이스가 한층 더 빨라졌다. (29)
- 성장, 개방성, 혁신 같은 전통적인 발전 요소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안전, 회복 탄력성, 위기에서 강해지기(anti-fragility) 같은 새로운 요소를 강조하는 등, 발전 과정에 접근하는 수백 가지의 다양한 방식이 있을 것이다. (43)
2. 중요한 건 정부의 크기가 아니라 능력이다
- 수백 년에 걸쳐 정치조직을 좌우해 온 것은 좌파와 우파의 분열이었다. 좌파는 경제에 대한 정부의 좀 더 커다란 역할을 옹호해 왔다. 우파는 자유시장주의를 고집스럽게 주창해 왔다. 20세기 최대의 정치 논쟁은 정부의 크기와 경제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 그러니까 정부의 양(quantity)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에서 가장 중요해 보였던 것은 정부의 '질(quality)'이었다. (55)
-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가 아니라, 훌륭한 정부란 무엇이냐를 배워야 한다. (78)
3. 시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 내가 한창 자라나고 있을 땐 세상이 달랐다. 이윤이란 것은 최대화하는 게 아니라 절절해야 하는 시대였다. (92)
- 정치학자인 로버트 달(Robert A. Dahl)은 (...) 사회에는 가령 정치인들과 시민들의 투표처럼 사람들이 시장의 힘에 좌우되지 않도록 떼어 놓고 싶어 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고 그는 지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조차 거래할 수 있는 재화가 되어 돈이 정치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회사든 개인이든 부유한 자들이 사실상 표를 사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여러 가지 규칙을 쓰기도 하고 고쳐 쓰기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93)
- 이번 팬데믹으로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비록 하는 일이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지 않아도 가치 있고 꼭 필요하며 심지어 고귀하기까지 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 다시 말해 학자며 교사, 잡역부와 환경미화원 같은 사람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사실을! 시장은 그들에게 제대로 보상해 주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린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 (96)
4.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한다, 전문가는 사람들 얘기를 듣고
- 지금의 팬데믹과 미래의 여러 가지 위기를 헤쳐 나갈 때 우리는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도 사람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129)
5. 삶은 디지털이다
- 이제 우리는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의 팬데믹은 디지털 라이프를 위한 일종의 강요된 대량생산 제품 테스트 역할을 했으며, 우리의 기술적 도구들은 대개 이 시험을 통과했다. (139)
- 기계가 데이터 계산과 해답 제시에 더 스마트해질수록, 추론 능력을 넘어서서 우리가 독특하게 인간적인 점은 무엇인지 더욱더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지능을 갖춘 기계들 때문에 우리는 인간 동료들을 한층 더 소중하게 여길지 모른다. 그들의 창의력, 변덕, 예측 불가능성, 따뜻함, 친밀함 때문에 말이다. 이것은 그리 이상한 생각이 아니다. 역사의 대부분 동안 인간은 계산하는 능력이 아니더라도 용맹성, 충성심, 관대함, 믿음, 사랑 같은 여러 자질로 인해 칭송을 받아 왔다. 디지털 라이프를 향한 움직임은 폭넓고 빠르고 생생하다. 그러나 그것의 가장 심오한 결과는 어쩌면 우리가 우리 내면의 가장 인간적인 것을 보듬어 아끼도록 만든다는 점이 아닐까? (161)
6. 아리스토텔레스는 옳았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 인간은 도시를 창조하고 도시는 인간을 만든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재앙과 맞닥뜨리고도 우리의 도시가 성장하고 견디는 것은 우리 대부분이 참여와 협동과 경쟁에 이끌리도록 태어났기 때문이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처럼 고정된 배선에 합선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다. 아니, 사실 봉쇄의 격리는 그 단순하지만 심오한 직관, 인간은 속석상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통찰을 우리에게 상기시킴으로써, 어쩌면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옳았다. (192)
7.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질 터
- 이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라고 하지만, 불평등도 거기에 끼어들어 영원히 우리를 떠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195)
- 고도의 불평등이 나쁜 경제와 나쁜 정치로 나아가는 길임을 이미 많은 학자들이 보여 주었다. 그것은 저조한 경제성장(소비할 사람이 적어짐)과 상호 간의 불신 및 정치기구에 대한 고도의 불신을 의미한다. (208)
- 전염병이 만들어 낸 가장 현저한 불평등은 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 사이에 드러난다. 수전 손택(Susan Sontag)이 "우물 왕국"과 "환자 왕국" 사이의 경계선이라 불렀던 그것이다. 그 간격이 어찌나 큰지, 그 간격을 건널 땐 우리의 세계관이 영영 바뀔 수 있을 정도다. (...) 우리가 (가능성이 매우 큰 일이지만) 또 다른 팬데믹과 맞닥뜨린다면, 우리는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살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평등의 본질적인 형태여야 한다. (215)
8. 세계화는 끝나지 않았다
- 1990년대 이후로 세계화는 어떤 면에서 측정하든 일취월장 약진해 왔고, 최근 몇 년 사이에 한두 걸음 뒤로 물러난 양상이다. 그것은 탈세계화가 아니다. 그저 잠시 멈춤일 뿐이다. (224)
- 간단히 말해서, 세계화는 죽지 않았다. 그러나 자칫하면 그것을 죽일 수도 있다. (239)
9. 온 세상이 양극화하고 있다
- 미국과 중국의 양극체제가 아무리 긴장이 넘치더라도, 그것은 이 끈질기고 강력한 '다자간 세계' 속에 담겨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를 우리는 이제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다. 미래의 국제정치가 어떤 모습일지를 보면, 분명해진다. 양극체제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냉전은 선택의 문제다. (266)
10. 때론 최고의 현실주의자가 이상주의자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의 현상이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나라가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 아픔과 괴로움, 경제의 온갖 어려움, 그리고 끝이 안 보이는 혼란에 세계 각지의 지도자들은 국제 협력이란 생각을 버리는 대신 몸을 숨기고, 국경을 폐쇄하고, 그 나름대로 회복 계획을 짜게 되었다. (270)
- 지금 이 시점에서 미국이 압도하는 국제 질서를 회복하기는 불가능하다. 너무 많은 신진 세력이 부상하고 있고, 길들일 수 없는 힘들이 너무 많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다자주의를 열정적으로 신봉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중국은 이미 경쟁자가 되어 있고, 많은 영역에서는 동료이기도 하지만 미국 패권의 리부팅을 수락할 것 같진 않다. 그리고 다른 세력들의 부상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제 세계는 여러 집단과 기구로 차고 넘치며, 대다수가 지역적이란 속성을 띠고 있다. (289)
- 만약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협력의 틀을 찾지 못한다면, 제약받지 않는 국수주의의 경쟁이 판을 치는 세계를 만날 것이다. 참으로 끔찍한 위험성인데도, 엄청나게 과소평가되고 있다. 제약받지 않는 국수주의적 경쟁의 세계에 담긴 위험은 참혹하다. 그리고 엄청나게 과소평가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기술적으로 진보한 두 나라인 미국과 중국이 (우주의 군사화에서 사이버공간의 무기화까지,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군비경쟁으로 불이 붙은) 무제한 분쟁으로 빠져든다면, 그 결과는 재앙이다. (292)
- 우리 시대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불완전하고 결점도 많다. (...) 자유주의의 기저에 깔린 이상주의는 단순하고도 실용적이다. 사람들이 힘을 합치면 혼자서 행동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고 더 튼튼한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국가들이 전쟁을 피할 수 있다면, 그들의 국민은 더 장수하고, 더 부유하며, 더 안전한 삶을 영위할 것이다. 그들이 경제 면에서 서로서로 엮이게 된다면, 모두에게 한층 더 득이 될 것이다. (...) 협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허황한 꿈이 아니다. 그것은 상식이다. (294)
저자는 '이제 막 시동을 걸고 있는 여러 가지 힘을 묘사하고 있(297)'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이 흉측한 팬데믹은 변화와 개혁의 가능성을 마련해 주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낭비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미 쓰여 있는 건 하나도 없다(305)'며 긍정적 가능성을 강조한다. '팬데믹은 각국이 눈길을 국내로 돌리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나 머리가 트인 지도자라면, 팬데믹이나 기후변화나 사이버 전쟁 등의 문제에 대해 유일한 해결책은 밖으로(더 많고 더 긴밀한 협력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301)'이라고 조언한다.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Ten Lessons for a Post-Pandemic World, 2020/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권기대 역/민음사 20210416 388쪽 1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