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소감 -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다정소감
'쿨하다가 한 시대의 정신으로 각광받으면서 윤리적 노팬티 상태가 패션인 양 포장되며 쏟아지는 무례한 독설들(61)'로 세상에 유해함을 흩뿌리는 시대입니다. 제사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의 집 여자들이 동원되어 고생해서 만든 음식을 바치어 정성을 나타내는 남녀차별적 의식(79)'이라는 생각을 미처 못했습니다.

'남에게 충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70)'지 반성했습니다. 여전히 '백지에 별생각 없이 점 하나를 찍고 말 때, 누군가는 그 점에서부터 시작하는 긴 선을 그리려 한다는 걸 알아채지(135)' 못하며 사는지 뒤돌아봤습니다.

신파언어차력쇼, 한강의 기절, '하루'라는 음반에 숨겨진 보너스 트랙, 가장 게으른 방식으로 부지런 할 수 있다거나 민폐를 전단지처럼 뿌리고 다닌다거나 국물이 흘러나오고 눈물이 흘러나가면서, 다정한 패턴은 마음의 악력도 만든다는 표현은 역시 김혼비답습니다. 50대가 30대에게 너도 내 나이 돼보면 안다는 거꾸로 인간에게 배웠습니다.

축구를 해서 가장 좋은 점은 집주인이랑 잘 싸우게 됐다는 우아하고 호쾌한 축구인 김혼비가 들려주는 다정에 대한 소감과 감상을 잘 읽었습니다.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은 루브르 언니로 남길 기대합니다.

다정소감/김혼비/안온북스 20211013 228쪽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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