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풍경

화로
문근식 시인

호롱불이 춤을 추는 웃풍 센 방안 화로에서 끓고 있는 청국장을 이제나저제나 새벽같이 일 나간 식구들을 기다리며 할미가 들었다 놨다 하는 사이 가을 국화꽃을 붙인 창호지 넘어 소복소복 눈 쌓이는 소리가 들리고 문풍지는 어제처럼 요란하지 않고 조용할 때 보리밥 묻어둔 아랫목 이불에서 대굴빡만 쏙 내민 철없는 손주 놈은 설에 먹었던 가래떡을 조청에 찍어 먹자며 칭얼댑니다.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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