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이야기 - 거리 이름에 담긴 부와 권력, 정체성에 대하여

주소 이야기 - 거리 이름에 담긴 부와 권력, 정체성에 대하여 The Address Book: What Street Addresses Reveal about Identity, Race, Wealth, and Power, 2020
  • 콜카타의 빈민가는 주소보다 시급한 것이 많아 보였다. 위생 설비, 깨끗한 물, 의료 서비스는커녕 장마철 호우를 피할 지붕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주소가 없어 빈민가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주소가 없으면 보통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 은행 계좌가 없으면 저축을 할 수 없고 대출도 받을 수 없으며 연금도 받을 수 없다. (...) 주소가 생긴 체틀라 사람들은 이제 수바시즈와 그의 팀의 도움을 받아 바로다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처음으로 개인 직불 카드를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주소가 신원을 증명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39)
  • 주소의 이점은 현실에서 거의 즉각적으로 드러났다. 먼저 도로명 덕분에 유권자 등록과 선거구 책정이 쉬워지면서 민주주의가 증진되었다. 둘째, 주소 없는 지역이 범죄의 온상이 되곤 했던 터라 도로명은 치안 강화에도 도움을 주었다. (다소 부정적인 점이 있다면 주소가 반체제 인사들을 찾는 데도 유용하다는 사실이다.) 셋째, 그동안 수도와 전기회사들은 요금을 징수하고 설비를 유지하기 위해 기업마다 나름의 시스템을 고안해 왔는데, 도로명 주소는 그런 업무를 훨씬 수월하게 해 주었다. 넷째, 각국 정부는 납세자들을 더 쉽게 찾고 세금을 더 쉽게 걷을 수 있게 되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도로명과 소득 사이에는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는데, 도로명 주소가 있는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소득 불평등 수준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51)
  • 오늘날 지도가 완성되지 않은 지역은 전 세계 70퍼센트에 달한다. 그중에는 인구가 백만이 넘는 도시도 많다. 그런 지역이 우연찮게도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라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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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이야기The Address Book: What Street Addresses Reveal about Identity, Race, Wealth, and Power, 2020/디어드라 마스크Deirdre Mask/연아람 역/민음사 20211126 496쪽 18,000원

짐작했던 대로 주소는 세금을 거두려고 생겼습니다. 그런 주소가 빈민촌을 바꿀 수 있고, 전염병도 막을 수 있습니다. 주소는 땅값을 올리기도 하고, 권력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마틴 루서 킹이라는 거리 이름을 두고 인종 갈등이 일어난 것은 아이러니합니다. 지금의 주소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미래의 주소인 디지털 주소가 해법을 제공하지만, 개인의 정체성이 예속되거나 언젠가 유료화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졌습니다. 디지털 주소는 기억을 제공하지 않지만 디지털 주소에 익숙한 다음 세대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주소를 통해 본 역사와 세상 이야기는 새롭습니다. 무엇보다 거리 이름에 담긴 부와 권력, 정체성에 대한 주소 이야기는 재밌습니다.

Comments

  1. 태어날 때부터 있던 주소여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세금을 매기는데도 쓰이지만 복지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항상 나무님의 독서 포스팅을 보면, 제가 고르지 않는 분야의 지식들을 조금씩 얻어가서 좋습니다. 마음이 동하면 읽어보기도 하고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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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전에 본적이라는 것으로 성향이나 색깔을 단정 짓기도 한 시절이 있었죠. 책에서 언급한 한국에서 지번을 쓰다 도로명으로 바뀐 것도 나라에서 관리가 편해서 그렇게 바꿨다고 하고요. 코로나 유행 때도 가난한 주소지에서 더 아팠고, 지금도 여전히 주소로 재산의 많고 적음을 지레짐작하고요.

      제 독서목록은 두서없답니다. 블로그도 내용을 잊지 않으려고 적어 놓습니다. 와기님에게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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