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용후기

대한민국 사용후기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람들 앞에서 미소를 짓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정신병자나 얼간이가 아니면 아무도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예쁜 여자에게 미소를 지으면, 못 본 척 외면하거나 아니면 무슨 변태라도 만난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눈길을 돌려 버린다. 인도네시아 사람에게 미소는 미소일 뿐이며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주고받을 수 있는 그 무엇일 뿐이다. 그들은 미소가 사회 전체에 활력을 북돋는 이외의 어떤 불순한 의도도 개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만큼 세련된 사람들이다. (23)

하지만 많은 도덕주의자, 돈에 눈먼 개발업자, 도심의 고급화를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낡아빠진 이 오욕의 전당을 관광객들의 눈에 잘 뜨이지 않는 낙원동 빈민가로 밀어낸 것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성인들 사이의 합의에 의해 성(性)을 사고파는 것과, 단지 돈을 벌려고 자기 자신의 역사를 강간하는 것, 둘 가운데 무엇이 더 나쁜지는 선뜻 판단하기 어렵다. (57)

이른바 '네티즌'이라 불리는 인간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유치하고 막돼먹은 행동을 하느라 너무 바빠서 자신들에게 붙은 '네티즌(인터넷 시민)'이라는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진정한 시민은 현실 세계든 온라인에서든 언제나 자기가 속한 정치적 공동체의 성숙하고 책임있는 구성원으로 행동한다. (71)

전 세계 주요 대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에만 차이나타운이 없는데는 구체적인 역사적, 법적 이유가 있다. 그리고 비한국인이 한국 땅에서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경우 즉시 제 발로 이 나라를 떠나지 않으면 강제 추방을 면치 못한다. 한국 사회에 성, 나이, 지역, 계급, 교육에 따른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민족적, 이종적 배경을 가진 비한국인에 대한 차별도 엄연히 존재하며, 당장 나 자신부터 일개 소수자로서 그 같은 편견과 차별을 수시로 경험하고 있다. (125)

쿨한 것과 잘난 척하는 것의 차이를 모르는 인간들, 정말 싫다. 그 차이가 뭔지 아냐? 간단하다. 쿨한 사람은 절대 쿨하게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잘난 척하는 사람은 쿨하게 보이려고 겁나게 애쓴다. (172)

대한민국 사용후기/J. 스콧 버거슨/안종설 역/갤리온 20070409 254쪽 12,000원

훈수는 언제나 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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