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세우스의 배

백 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테세우스의 배가 있다. 그런데 한 조각이 떨어져나가 다른 조각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부분적인 공사가 진행되어 결국엔 백 조각 모두를 다른 조각으로 대체했다. 이 경우 새로 보수된 배는 원래의 배와 동일한 배인가, 아닌가? 즉 모든 조각을 대체했음에도 원래의 배는 정체성을 유지하는가의 문제이다. 또다른 경우를 생각해보자. 테세우스의 배를 한 조각씩 옮겨서 원래의 배와 동일한 순서와 구조로 재조립했다면, 그 배는 원래의 배인가, 아닌가? 그리고 한 조각씩 옮기면서 그 자리에 다른 조각을 하나씩 붙여놓았다면, 그 배는 원래의 배가 지녔던 정체성을 유지하는가, 상실하는가? (31)

철학은 빵을 구울 수 없다고 한다. 철학의 무용함과 비현실성을 지적한 말이라 짐작한다. 사실 철학은 빵을 구울 수 없다. 하지만 왜 빵을 구워야 하는지, 더 나아가 왜 빵을 먹어야 하는지를 말해줄 수 있다. 철학이 꼭 빵을 구워야 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못하고 빵을 굽는 이유, 빵을 먹는 이유도 알아야 한다. (118)

한국의 정체성/탁석산/책세상 20011231 143쪽 4,900원


덧. 20080220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을 복원하면 그 숭례문은 원래의 숭례문인지, 국보1호의 정체성을 유지하는지 궁금해서 다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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