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경작되는 것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사랑이란 생활의 결과로서 경작되는 것이지 결코 갑자기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한 번도 보지 않은 부모를 만나는 것과 같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까닭도 바로 사랑은 생활을 통하여 익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를 또 형제를 선택하여 출생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랑도 그것을 선택할 수는 없다. 사랑은 선택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사후(事後)에 서서히 경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처럼 쓸데 없는 말은 없다. 사랑이 경작되기 이전이라면 그 말은 거짓말이며, 그 이후라면 아무 소용없는 말이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이 평범한 능력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이다. 따라서 문화는 이러한 능력을 계발하여야 하며, 문명은 이를 손상함이 없어야 한다.

Das beste sollte das liebste sein.
가장 선한 것은 무릇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어야 한다. (22)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돌베개 20031015 400쪽 13,000원

신영복 선생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 20일을 복역하다 1988년 8월 15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하였다는군요. 그의 나이 만 스물일곱에 감옥에 들어가서 마흔일곱에 출소하였습니다. 그 후 십 년이 지난 1998년 3월 13일에 사면 복권이 됐답니다. 그의 나이 쉰일곱에 말입니다.

196901 ~ 197009 남한산성 육군교도소
197009 ~ 197102 안양교도소
197102 ~ 198602 대전교도소
198602 ~ 198808 전주교도소

시나브로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
왠지 죄송한 맘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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