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하자

1.
고스톱을 치다 보면 식겁하는 판이 한 번은 있다. 판이 다 끝나 가는데도 광박과 피박을 면하지 못할 때가 그렇다. 다행히도 막판에 비 쌍피가 놓여 있어 쥐고 있던 비광으로 내려치며 한마디 한다.
- 법대로 해!

2.
부서 간에 이견이 생겨 왈가왈부하는 회의가 종종 있다. 가령 설계부서가 실행부서에 설비를 개선해야 한다며 도면을 툭 던질 때가 있다. 설계부서는 생산부서의 요청사항을 반영하였으니 그대로 실행하라고 하고, 실행부서는 불요불급하다며 거절을 한다. 왈가왈부하던 회의는 시시비비를 따지다 결론 없이 끝난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누군가 한마디 한다.
- 법대로 합시다.

실행부서는 사무실로 돌아가 도면 대신 규정집을 펴놓고 조목조목 살펴보기 시작한다. 안 되는 이유를 찾기 위해.

3.
속초에 법대로(法大路)가 개통했단다. '법대로'라는 말이 면피나 다툼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반대가 심하자 법대로는 법대로 지었다며 법대로라는 이름을 고치자면 법대로 3년이 지나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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