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 나와 같은 뭇 여행자들이 라오스에 끌렸던 것은 그곳에 특별한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빠르고 정확하며 효율적인 것을 선호하는 직선의 세상에서,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세상이 그리웠던 것일 테다. (11)
  • 때로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국인과 함께 있을 때가 더 편안할 때가 있다. 언어에 얽매이지 않고, 언어로 표장하지 않고 마음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37)
  • 세상은 다행히 시인과 나그네에게 관대하고, 길 위에서의 어려움은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두려움 대신 여행에 필요한 것은 계산하지 않고 단순해지기, 오직 그것이었다. (47)
  • 여행을 하다 보면 낯선 타국에서 오히려 고향을 느낄 때가 있다. 편안하고 아련한 느낌. 어느 때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너무 생생하게 떠올라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라오스가 그런 곳이다. (119)
  • 만약 어느 여행자가 어느 한 도시의 진정한 매력을 알고 싶다면, 그는 우선 이른 새벽 거리로 나서 보아야 한다. 잠이 덜 깬 도시의 맨얼굴이 그곳에 있기 마련이다. (130)
  • 생각해 보면, 난 배낭의 무게가 내 어깨를 묵직하게 잡아 주는 그 순간, 그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다. (153)
  • 아무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속도는 시속 4킬로미터의 세상이다. 발뒤꿈치만 살짝 들어도 담장 너머에 널어 둔 빨래와 대바구니 안에 잠든 아기와 모이를 쫓아다니는 닭들의 세계가 다 들여다보이는 속도가 시속 4킬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가끔 예기치 않은 만남을 가져다주는 속도이기도 하다. (171)
  • 베트남 사람들이 벼를 심는다면, 캄보디아 사람들은 벼가 자라는 것을 보고, 라오스 사람들은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듣는다. (251)
  • 굳이 말하자면 여행이란 삶의 속도가 주는 '다름'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79)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김향미, 양학용/좋은생각 20110926 287쪽 13,000원

옥수수를 파는 꼬마의 미소가 예뻐 그 미소를 한 번 더 보려고 옥수수를 또 주문하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는 곳, 새벽 공양 음식은 시민들의 손에서 스님들의 발우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거리의 아이들 빈 대나무 밥그릇을 채우며 돌고 도는 곳이 라오스다. 이웃 사람이 벼가 익었다고 알려 주기 전에는 논에 한 번도 나가 보지 않는다는 라오스 사람들이 빠르게 생활하는 직선의 세상 사람들 눈에는 게으르고 답답하다고 한다. 여행자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잠시 현실을 못 본 척하면 배고팠지만 팍팍하지 않았던 아련한 고향의 추억을 만날 수 있다.

전세금을 빼 967일간 47개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부부가 다시 떠난 라오스 여행기. 2008년 뉴욕 타임즈가 꼭 가봐야 할 나라 1위로 선정한 나라, 라오스. 표지 뒷면에 적힌 "관광하려면 태국으로 가고, 유적지를 보려면 미얀마로 가고, 사람을 만나려면 라오스로 가라"는 말처럼 직선을 선호하는 세상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라오스가 끌렸다는 책속을 시속 4킬로미터로 뒤따라 가며 음미하다 보면 문자 메세지 알림음에 화들짝 놀란다. 손전화를 집어던지고 맨발로 논두렁을 걷고 싶어진다.

라오스, 그곳에 가면 벼 자라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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