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말들
- 이 책은 '유고집'입니다. (6)
- 청와대 대변인 입에서 나온 "순수 유가족"이라는 말이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지금 이 사회를 유지하려는 이들이 노리는 것은 우선 이 문제를 특정 소수의 문제로 한정해 나머지 이들을 '일상'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그것만 성공한다면 나머지 일은 그야말로 시간이 해결해준다. (15)
- 우리는 세월호를 공유하지 않았지만 '4·16'은 분명히 공유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죽은 이들만이 아니라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느낀 우리 자신의 붕괴감이다. 그 암담한 심정, 슬픔, 분노가 '4·16'이다. (16)
- 4월 16일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하던 '잊지 않겠다'는 맹세는 결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겐 그들을 망각할 권리 자체가 없다. 그들을 죽이고 구하지 않은 이 사회는 지금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굴러가고, 우리는 이 사회가 유지되도록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살인자의 대오 속에 있다. (57)
- 인권을 정치적 계산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인권의 근간을 뒤흔든다. 인권이 지니는 힘의 원천은 그 무조건성에 있기 때문이다. 예외를 인정하는 순간, 권리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76)
- 눈을 감는다고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꿈꾸기 위해서는 먼저 눈을 감아야 한다. (120)
- 박근혜 정권은 한국 보수의 역사를 집대성한 '작품'이다. 온갖 '찌꺼기'까지 긁어모아 겨우 성립시킨 것이기에 이 정권의 파탄은 한국 보수세력의 총체적 파탄을 의미한다. 그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숨으려고 할 뿐 대안을 내놓을 능력이 없다. (136)
- '태극기 집회'에 나온 사람들은 정말 편하게 말을 한다. 그들이 내뱉는 말들은 그들의 말이라기보다 이 사회에 퇴적된 폭력들이 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 폭력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폭력이 만연한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것은 일상 속에서 불편하게 말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152)
- 대통령의 인격 하나로 사회가 변할 순 없고, 변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큰 개'만이 아니라 주위에 널린 '작은 개들'을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이다. (199)
- 주어진 옷에 맞추어 몸을 만드는 습관을 버리고 진정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퀴어'는 우리의 구호이자 희망이 될 수 있다. (201)
무명의 말들/후지이 다케시藤井たけし/포도밭출판사 20181221 216쪽 13,000원
훈수는 예리하고 정확하다.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면 서문에서 시작해서 책을 덮는 순간까지 줄을 그었을 것이다.
덧. 오탈자
- 195쪽 마지막 행 말은 것 → 맡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