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먼저 떠난 동물은
주인을 많이 기다린다고1

네가 두 발을 들고 일어서면
나는 앉는다
나의 사회와 너의 사회가 만나는
촉촉한 뽀뽀2

개가 주인을 닮는다는 말보다
주인이 개를 닮는다는 말이 더 좋다3

심장을 포개어주려고 달려오는
작고 기쁜 영혼이었지4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유계영 외/아침달 20190624 176쪽 13,800원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반려인이 쓴 시집이다. 나 이외의 대상에게 열광하고 나를 환대해 주는 '개가 천국의 파견자'라고 생각한다. 개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달라 '나보다 어렸던 네가 나보다 늙어가'는 걸 바라보며 이별을 준비하기도 한다.

'시를 쓰는 동안 정작 시인의 개들은 탐탁지 않아 했을 수도 있으나, 이 시집이 닿는 곳마다 개에 대한 사랑이 깊어진다면 시인의 개들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개들은 항상 그런 식이다. 인간보다 더 맑게 인간을 용서할 줄 안다.'

개와 함께한 인생이라면 적어도 개차반은 아니다.


  1. 개의 신, 김소형
  2. 접속, 박세미
  3. 엉망, 안미옥
  4. 코코, 하고 불렀습니다, 최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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