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우리가 이곳에 있음을

Chile: The Other September 11
  • 쿠데타군이 우리를 끝장낼 수도 있겠지만 미래는 인민들에게 달렸습니다. 노동자들에게 달렸습니다. 인류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진보해왔습니다. (38)
  • 조국의 노동자 여러분, 저는 칠레와 칠레의 운명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반역이 우리에게 강요한 이 잿빛으로 쓰디쓴 순간을 이겨낼 누군가가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자유로운 인간이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당당히 나아갈 드넓은 거리가 열리게 될 것임을. (41)
  • 칠레의 막대한 외채는 미국이 만들어낸 제국주의 정책의 산물이었다. 미국은 칠레를 기독교식 민주주의의 시범 사례로 삼고자 했다. 이를 통해 등불처럼 번지고 있는 사회운동을 견제하고 무력화시키려 했다. (115)
  • 칠레군 4개 군단 지휘부가 인민연합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에 맞서 단 40명이 7시간여를 버텨냈다. 단 40명이 대포와 탱크, 전투기와 파시스트 보병의 총공세를 7시간이나 버텨냈다. 인류 역사에서 이만한 영웅적 투쟁이 기록된 사례는 대단히 드물다. (129)
  • 파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은 경영진과 관리직 직원들이었다. (167)
  • 1973년 9월 1일의 비극과 2001년 9월 11일의 비극은 기이하리만치 닮아 있다. 두 차례 모두 미국이 만들어낸 '괴물'이 주연배우다. 1973년의 비극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쿠데타란 형식으로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였다. 2001년의 비극 역시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괴물이 된 오사마 빈라덴이 테러란 형식으로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였다. 둘 사이엔 '전쟁'이란 연결고리가 있다. 피노체트가 만들어낸 비극은 '냉전'의 산물이다. 냉전이 씨를 뿌린 반소 무자헤딘 출신 빈라덴이 만들어낸 비극은 '테러와의 전쟁'을 불렀다. (197)

기억하라, 우리가 이곳에 있음을Chile: El Otro 11 de Septiembre, 2006/살바도르 아옌데Salvador Allende 외/정인환 역/서해문집 20110902 200쪽 9,800원

세계 최초로 선거를 통해 집권한 사회주의 정권인 칠레 아옌데 정부는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가 일으킨 군사 쿠데타로 무너졌다. 아옌데 정부를 시작으로 남미가 공산화될 것을 우려한 미국의 패권주의가 그렇게 만들었다. 아옌데의 죽음 이후 칠레 역사는 암흑기가 시작되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한복판에서 수천 명이 죽는 테러가 발생했다. 전 세계에 있는 칠레인들에게 공포와 상실감을 새삼 떠올리게 했다. 책은 칠레에서 벌어진 또 다른 9.11을 전후한 혼란과 공포를 전한다. 쿠데타군과 맞선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마지막 육성이 비장하다. 기억하라, 우리가 이곳에 있었음을.

강한 나라 시민의 죽음은 기억하고, 약한 나라 시민의 죽음은 잊혀진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