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인가 기더기인가

파리의 유충인 구더기는 더러운 곳에 살고 징그럽지만, 지렁이처럼 분해 능력이 뛰어나 음식 쓰레기를 분해하고 정화한다. 반면 쓰레기는 인간이 만든다. 특히 플라스틱처럼 썩지 않는 쓰레기는 골칫거리이다.

구더기에 대해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에서 조안 엘리자베스 록은 이렇게 썼다. "구더기는 대개 쓰레기, 똥, 동물 시체 같이 죽은 것이나 단백질이 풍부한 것을 먹는데, 인간을 포함한 살아 있는 동물의 방치된 상처나 죽은 표피도 구더기에게는 좋은 먹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추잡한 식성 때문에 구더기를 혐오하지만, 썩은 살이나 오물을 효율적으로 분해하고 순환시키는 바로 그 식성 때문에 구더기가 중요한 것이다. 사실 구더기가 이러한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온갖 썩은 오물의 악취에 질식해 장미 향기는 맡지도 못할 것이다."1 구더기의 특성을 이용해 상처를 치료하기도 한다.2 지구 입장에서 보면 해충은 없다.

2015년 12월 사이언스지에 실린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관련 논문 수석저자인 레프레톤 박사는 "세계 전역에서 해마다 약 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속도로 플라스틱 양이 늘어난다면 오는 2060년이 되면 전체 물고기 양보다 플라스틱 양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3 호주 해양산업연구소는 2015년 현재 바닷새들의 90%가 소화기관에 플라스틱 조각이 들어있고, 2050년경이면 바닷새의 99%가 생존의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4 쓰레기가 분해되는 기간은 비닐봉지가 50년, 페트병은 500년, 폐건전지는 200만 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인류가 망하면 닭뼈와 플라스틱을 화석으로 남길 것으로 예측한다. 지구 입장에서 보면 쓰레기는 해악이고, 쓰레기를 만든 인간은 해로운 종족이다.

기자와 쓰레기를 합쳐 기레기라 하고, 기자와 구더기를 합쳐 기더기라 한다. 구더기는 자연에서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쓰레기는 인간이 만들었고 썩지 않는다. 기자를 구더기에 비유하는 것은 구더기에 대한 모욕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창궐한 언론의 사악한 행태는 기더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해로워 기레기가 딱 맞는 표현이다. 라면 논평, 따옴표 기사, 기계적 중립과 받아쓰기로 일관하는 한 외신이 이민족(異民族) 정론지 역할을 할 것이다.

한번 기레기는 영원한 기레기다. 내게 단 한 발의 화살이 있다면 기레기를 쏘겠다.


  1. 조안 엘리자베스 록,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민들레, 2004년, 84쪽
  2. 김창규, 구더기가 첨단 의학에 쓰인다구!?
  3. 이강봉, 태평양 쓰레기섬 16배 커져
  4. 홍수열, 쓰레기 문제 및 자원순환에 대한 기본 이해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