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꼰대다

라떼는 꼰대다

오랜만에 라떼 셋이 모여 쐬주 한잔했다.

중구난방으로 이바구를 털다가 라떼1이 하숙집에서 연탄을 땠던 거 기억하냐고 묻자 기억에 없다고 한다. 그건 모르겠고 90년 초까지도 고속버스나 기차에서 담배 피우며 고스톱을 쳤다고 라떼2가 말하자 나도 그랬다며 라떼1이 맞장구를 쳤다. 라떼 얘기는 흘러흘러 이구동성으로 요즘 애들은 싸가지도 없이 무례하다며 모두까기가 시작됐다.

조용히 듣고 있던 라떼3이 젊은이들 앞에서 그런 얘기 하면 꼰대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 생각해봐요. 우리 20대 때 30년 전이라면 6.25 전쟁 직후인데 그때 얘기를 들으면 딴 세상 얘기였잖아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얘기인데 눈곱만한 공감은커녕 귓등으로나 들었어요.

맞는 말이다. 옛날에 좋았던 서사는 옛날이라 좋았고, 지금은 지금이라 좋은 서사가 있다며 한비자는 수주대토(守株待兎)를 말했다. 라떼 얘기는 언제나 꼰대질이었다. 라떼3에게 라떼1, 2도 역시 꼰대였다. 쌍둥이도 세대차이를 느낀다는 말이 헛소리는 아니다. 그날 라떼3은 라떼1, 2보다 천여 일을 적게 살았지만 천 년을 더 산 지혜를 건네줬다.

젊은이는 무례하고 싸가지가 없다며 타박을 들어야 한다. 무례하지 않고 싸가지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마음이 굳어가며 세상과 협잡했다는 것이다. 타협할 줄 몰라 싸가지가 없다는 것이 젊은이의 존재 이유다.

우리끼리 있을 때나 라떼 얘기하고,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에게는 라떼만 사주기로 했다. 고쳐 쓸 수 없는 꼰대는 되지 말자며 막잔을 털어 넣고 자리를 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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