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여름

펭귄의 여름
2017년 12월 12일. 푼타아레나스에서 오전 7시 칠레 공군기를 타고 남극으로 출발.

짝짓기를 마친 젠투펭귄은 작은 돌을 쌓아 둥지를 만듭니다. 사용된 돌의 개수는 '적게는 400개에서 많게는 600개(54)'가 넘습니다. 둥지가 완성되면 2개의 알을 낳아 암수가 번갈아가며 품어줍니다.

여름이와 겨울이는 펭귄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젠투펭귄인 아빠 세종과 엄마 남극이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느 날 여름이가 죽었습니다. 건강하게 자라던 여름이는 둥지 가장자리에 죽은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죽은 원인은 알 수 없습니다.

여름이 사체는 도둑갈매기에게 먹히고, 다시 도둑갈매기 새끼를 부양할 것입니다. 혼자 남은 겨울이는 몸무게 1.9킬로그램으로 활동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 2마리 가운데 젠투펭귄은 평균 1.14마리, 턱끈펭귄은 평균 1.33마리가 살(202)'았습니다.

바다로 떠난 지 45시간이 넘도록 아델리펭귄 A02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붙인 장비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며 '남겨진 암컷, 굶고 있을 새끼에게도 죄책감(123)'이 들었습니다. 며칠 후 번식지를 찾았지만 'A02가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고 걱정했던 것처럼 짝과 새끼도 사라지고 없었(148)'습니다.

펭귄의 이혼율은 꽤 높습니다. '절반 이상의 번씩상이 이혼을 하는 것(178)'으로 보입니다. 이혼의 원인은 '부부가 새끼를 잘 키워내지 못했을 때 그 이듬해 각자 다른 짝을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178)'고 합니다. 또 다른 변수는 짝이 번식지에 늦는다면 '먼 거리를 이동하느라 몸에 축적한 지방도 많이 소모한 상태이기 때문에 서둘러 짝을 찾고 먹이를 섭취(179)'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싫어서 이혼한다기보다는 다시 만나기 힘들어서 이혼하는 경우(179)'입니다.

강한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아지면 펭귄들도 쉽게 바다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둥지에서 먹이를 기다리고 있을 새끼를 생각하면 이렇게 낭비할 시간(171)'이 없지만, 펭귄도 바다를 겁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펭귄도 '대담한 성격을 가진 개체들이 먹이도 잘 찾고 번식도 잘한다'고 하지만 큰 위험에 처하기도 쉽습니다. '어떤 환경에 처했느냐에 따라 대담함이 큰 이득을 가져다줄 수도, 소심함이 목숨을 지켜줄 수도 있(221)'습니다.

동면하는 동물은 '장 속에 사는 미생물이 숙주의 에너지 손실을 감소시키는 역할(225)'을 한다고 밝혀졌습니다. 펭귄은 1년에 한 번씩 깃갈이를 하는데 보통 2~3주 정도 걸립니다. 이 기간에 펭귄은 가만히 서서 깃털이 새로 나기만을 기다립니다. 이때 '장내 미생물이 숙주인 펭귄의 체내 지방을 소비하는 데 기여할 것(226)'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남극에도 식물이 자랍니다. '전 세계 현화식물 23만 5,000종 가운데 단 2종, 남극좀새풀과 남극개미자리뿐(188)'이라고 합니다. '남극의 식물은 20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오히려 광합성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10도 부근에 맞춰져 있어 남극의 여름철 환경에 적합(189)'합니다.

마리안 소만이라고 불리는 세종기지 앞 해안선은 '1956년부터 2012년까지 빙하 경계선이 약 1,700미터 뒤로 물러났'습니다. '1년에 30여 미터씩 빙하가 후퇴하고 있는 셈(142)'입니다. 온난화 문제를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긴 어렵겠지만, 개인이 무언가를 시작해서 연대했을 때에야 사회적으로도 큰 힘(145)'이 모여 풀어나갈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의 조류학자 챈들러 로빈스는 1956년에 하와이에서 레이산알바트로스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46년이 지난 2002년, 같은 개체와 재회하며 레이산알바트로스의 수명이 적어도 46년이라는 사실(139)'을 알고 위즈덤이란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로빈스는 2017년 세상을 떠났지만, 위즈덤은 그 후에도 확인이 돼 최소한 68세가 된 할머니 새입니다. 어떤 연구는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젠투펭귄 1마리가 태어나 둥지를 떠날 때까지 소비하는 크릴의 양은 118킬로그램에 이른다(127)'고 합니다. 2018년 1월 22일. 세종이, 남극이 그리고 세종이를 따라다니며 계속 먹이를 조르는 겨울이에게 인간의 언어로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이튿날 출남극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남극을 품고 있습니다. 펭귄도 보고 싶습니다. 이원영 박사가 우리를 위해 아주 오래도록 펭귄을 쫓아다니길 바랍니다. 겨울이 안부도 궁금합니다.

펭귄의 여름/이원영/생각의힘 20190619 256쪽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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