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Post-Truth: How Bullshit Conquered the World, 2017
  • 개소리꾼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유리한 발언을 할 뿐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개의치 않는다. (29)
  • 한마디로 개소리는 주요 미디어 없이는 뜨기 어렵다. 매체는 개소리를 막으려고 애쓰면서도 이를 전파한다. 객관성을 중시하는 매체들은 진실에 얽매이지 않는 정치인과 캠페인을 다루거나 요즘 대중에게 친숙한 소통 방식을 택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어떤 매체들은 그들이 선정한 정치적 의제나 그들이 처한 재정 상태 때문에 스스로도 미심쩍은 기사와 담론을 적극적으로 퍼뜨린다. (108)
  • 트래픽이 높아진다는 것은 당연히 해당 사이트의 수익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제목은 나중에 바꾸더라도 일단 기사부터 올리면 트래픽이 올라가지만 시간을 들여 사실을 확인한 후 아무 기사도 올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112)
  • 미디어에 대한 신뢰 하락이 곧 미국 사회가 얼마나 양극화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122)
  • 기존 보도 관행은 트럼프의 개소리에 맞서고 그에게 책임을 묻기에 무기력할지 몰라도 회사의 순익에는 큰 도움이 된다. 이럴 때는 뭐든 순익에 가장 이로운 방법을 택하기 마련이므로 기존 틀이 그대로 유지된다. (131)
  •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는 미디어를 얻는다. 뉴스 미디어와 허위 사이트 둘 다 소비하는 대중이 있으니 그런 정보를 만든다. 정치인은 유권자가 반응한다고 판단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소셜 네트워크는 우리가 서로 교류하게 해줄 뿐이다. 개소리가 기승을 부리고 믿을 만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도 소비자이자 유료 독자이자 유권자로서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이제 우리도 전통적인 매체와 거의 대등하게 정보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다. (156)
  • 우리에게는 개소리 확산에 일조하는 나쁜 습관이 또 있다. 소셜 미디어에 있는 기사를 읽어보지도 않고, 심지어 링크된 기사를 열어보지도 않고 공유하는 버릇이다. (165)
  • 확증 편향 하나만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이보다 훨씬 강력한 심리적 편향이 있다고 한다. 내가 굳게 믿는 신념에 반하는 증거를 알게 될 때, 신념을 바꾸기보다 오히려 더욱 굳히는 현상이다. (244)
  • 우리는 내가 속한 집단에 순응하고, 그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신호를 보내며, 집단을 통해 성향이 양극화한다. 소속 집단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정확하고 검증 가능한 정보보다, 정체성을 한층 더 견고하게 하는 개소리 정보를 더 반기는 이유다. (257)
  • 개소리는 그것의 확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과 조직, 또 개소리를 받아들이는 독자가 있을 때 번성한다. 일부 정치인이 개소리를 퍼뜨리는 이유는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분명하다. 선거에 도움이 되고, 라이벌을 황당한 추문에 빠뜨리며, 쓸데없는 미디어 담론을 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잡을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정치적인 면으로 보았을 때 좋은 징조는 아니다. (265)
  • 진실이 신발을 신을 때, 거짓말은 이미 지구 반 바퀴를 돌았다. (312)
  • 개소리 중에서 가짜뉴스에만 초점을 맞추면, 기술적 대책이 손쓸 수 없는 더 크고 어려운 문제는 피해 가게 된다. 즉 왜곡된 뉴스, 인기몰이를 하는 허위 정보, 극당파적인 밈, 정치 캠페인이 쏟아내는 개소리 등 가짜뉴스에 속하지 않지만 해결책이 필요한 여러 문제를 놓친다. 가짜뉴스는 갖가지 개소리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341)
  • '객관적' 뉴스 보도는 사람들이 보도기관의 권위를 인정하고 매체의 브랜드를 존중하던 시절의 유산이다. (347)
  •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는 개소리에 맞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실 감각을 유지하고 음모론에 맞서면서 서로 기본적 합의를 도출하는 일은 건전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진실이 무의미해진 세상은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360)
  • 명확성은 민주주의의 토대다. 혼란은 독재자의 도구다. 저질 정보, 망상, 허위 정보는 민주주의를 손상시키고 정보 스모그를 만들어서 무엇이 사실이고 사실이 아닌지 합의하려는 시도를 소모적으로 만든다. 사회 전반에 이런 불확실성이 커지면 독재자와 전제군주, 선동꾼이 힘을 얻는다. (361)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Post-Truth, 2017/제임스 볼James Ball/김선영 역/다산초당 20201111 400쪽 18,000원

이 책은 '개소리를 효과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무엇이고 왜 인터넷이 개소리의 온상지가 되었는지, 또 개소리가 어떻게 정치 영역에 침투했으며 배후에 거대한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337)'를 알려준다. 문제는 개소리에 대처할 방법이 뾰족하게 있지 않다는 것이다. 행간을 읽고, 안광이 지배를 철하는(眼光紙背撤) 수밖에 없다.

트럼프와 브렉시트 논쟁에서 나온 개소리를 중심으로 사례를 반복해 서술하여 지루한 감이 있다. 책에서도 인용한 해리 G. 프랭크퍼트(Harry G. Frankfurt) 교수의 《개소리에 대하여》를 먼저 일독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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