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대차이는 세대갈등으로 변하였나?

예전엔 세대차이라 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세대갈등으로 바뀌었습니다. 과거세대인 꼰대는 기득권이자 적폐가 되었고, 현재세대라는 '청년'은 미래를 대변하는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사람사는 거 다 비스무리했는데 유독 21세기에 들어서며 갑자기 세대 간 대립과 갈등이 심해졌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회학자인 신진욱 교수가 《그런 세대는 없다》에서 명쾌하게 풀어주었습니다. 다음은 세대갈등이 생긴 배경과 의도에 관해 요약한 것입니다.

세대문제를 다룬 기사 빈도 비율, 1990-2020

〈도표2〉는 총 18개의 국내 전국 일간지와 경제지, 4개 방송사(KBS, MBC, SBS, YTN)에서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동안 '세대'가 '불평등' 및 '불공정'과 함께 등장한 기사 건수를 각 연도의 모든 기사 건수로 나눈 비율을 연간 단위로 분석한 결과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나 '불공정' 문제가 '세대' 프레임과 함께 이야기되는 담론이 정확히 2011~12년, 2015년, 2019년을 전환점으로 하여 계단형으로 팽창해왔음을 볼 수 있다. 전체 기사 수에서의 비율 대신에 기사 총 건수로 측정해도 거의 동일한 추이가 확인된다. 언론의 보도 태도뿐 아니라 우리가 언론에서 이 담론들을 접한 절대량이라는 면에서도 동일한 추이라는 것이다.

우선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세대 간의 불평등이나 불공정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자주 보고 듣게 된 것이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최근 현상이라는 것이다. 흔히 세대 문제가 왜 중요해졌는지를 설명할 때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속도, 기대수명의 연장,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 등 구조적 요인을 말하지만 그것의 설명력은 제한적이다. 만약 그게 원인이라면 왜 전통적 신분사회가 해체된 한국전쟁기, 농촌공동체가 산업화로 붕괴된 1970년대, 고도성장이 진행된 1980년대, 민주화·세계화·정보화가 한꺼번에 일어난 1990년대, IMF 구제금융위기 직후인 2000년대가 아니라 하필이면 2012년, 2015년, 2019년에 세대담론이 폭증했는가?1

세대담론이 급증한 2012년, 2015년, 2019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이명박 정부를 겪은 후인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었습니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당선될 때부터 "민주화 이후의 정치환경에서 20~30대 청년기를 보내는 유권자 집단과 그 이전에 출생한 유권자들 간에 이념 성향이나 가치 지향이 많이 다르다(320)"는 경향이 뚜렷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유권자 균열에 세대 변수가 강력하게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와 비노조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대립관계로 부각시키면서 해고요건 완화, 파견근로 확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등을 정당화했고, '기성세대' 노동자의 기득권이 '청년'의 미래를 박탈한다는 세대담론을 적극 확산했는데 이것이 언론 보도량에 그대로 반영(56)"되었습니다. "기득권 기성세대 대 미래 없는 청년세대라는 담론이 이 시기에 대대적으로 확산된 이후로 불평등을 '세대' 문제로 프레이밍 하는 경향은 꾸준히 확산(57)"하였습니다.

2019년에는 조국 사태로 세대담론이 공정성과 불공정과 연계되어 엄청난 규모로 폭증합니다.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사회 상류층의 특권, 특혜, 불법 문제라는 이슈를 '기득권 기성세대'와 '희생자 청년세대'라는 세대 관계의 틀로 의미화하는 담론이 폭발적으로 확장(56)"되었습니다. 정치 갈등이 세대적 프레임으로 확장됨으로써 '청년'이라는 세대 전체가 집권세력에 대한 반대세력으로 자리하게 했습니다.

2002년 대선 이후 "모든 연령대에서 대선과 총선 투표율의 증가 추세가 가장 최근까지 지속되어왔"고, 특히 "40대의 상승폭은 60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데 반해, 무엇보다 20대와 30대 유권자의 투표율 상승(313)"이 나타났습니다.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젊은 유권자들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그들의 정치적 권리를 행사해왔고, 특히 지금 20~30대의 유권자들은 강한 정치 효능감을 갖고 정당들과 정치인들을 무대로 올리거나 무대에서 내리고자(316)"하는 역동성이 커졌습니다.

"20~30대는 인구학적으로 소수지만, 정치적으로 적극적이면서도 특정 정당에 충성하지 않는 비당파적 유권자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산술적 비중을 뛰어넘는 정치적 힘(308)"을 보이자 정당은 '청년'에 구애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에 관심과 표현이 활발한데 누구를 찍을지 불분명하니까 모든 정치세력이 경쟁적으로 '청년'에 호소(316)"하는 것입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86세대'를 '좌파'라고 공격하는 담론이 터져 나오고 보수정당이 집권하면 금세 사그라진다는 사실은, 이 담론을 생산하는 주체와 동기, 담론의 효과에 당파적 색채가 진하게 배어 있음(274)"을 의미합니다. "보수언론들은 '386세대'와 '청년세대'가 극렬히 반목하고 있다는 현실의 상을 대량생산(295)" 했습니다. "담론은 현실의 수동적 반영이 아니라, 현실의 재편이라는 형식을 빌어 원하는 현실을 창조하는 적극적 기획(296)"으로 바뀌었습니다.

"현실에서 세대는, 다양하며 종종 갈등하는 계층, 학력, 젠더, 지역, 가치, 이념 집단들로 구성"됩니다. "모든 세대는 서로 다른 계급들,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학력과, 노동, 여성, 생태, 평등의 지향점이 늙은 청년과 젊은 꼰대는 어느 시대에나 공존했습니다. 자가보유자와 임대생활자, 부자와 빈민, 여성과 남성, 서울 거주자와 지방 거주자, 진보파와 보수파, 페미니스트와 안티페미니스트 등 다중적인 격차와 균열로 구성(13)"됩니다.

"세대차이가 최근 갑자기 생기거나 커진 것도 아닌데 마치 지금 청년들이 여타 세대와 너무 다르고 이해하기 힘든 존재인 것처럼 만드는 사회 분위기(86)"에는 숨은 의도와 노림수가 있습니다. 세대갈등을 과장하는 담론은 "각 세대 구성원들의 다양한 삶과 불평등 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여 "사회현실의 자연스런 반영이 아니라 실은 아주 최근에 몇몇 정치적 사건을 계기로 갑자기 확산된 현상(60)"입니다.

문제는 나이가 아닙니다. 어느 시대나 인권, 노동, 여성, 생태, 평등, 가치의 진보나 발전에 역행하는 늙은 청년과 선행하는 젊은 꼰대는 공존했습니다. 세대차이는 존재하지만, 세대갈등은 프레임입니다.


  1. 신진욱, 《그런 세대는 없다》, 개마고원, 2022년,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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