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 곽재식의 방구석 달탐사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 곽재식의 방구석 달탐사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드려요. 작곡가이자 가수인 윤형주가 편곡한 유명한 음료수 CM송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달을 따다 나눠 준 일이 있었습니다. 1972년 12월에 마지막으로 달에 갔던 아폴로17호가 많은 돌을 가져왔습니다. '한국은 아폴로17호가 돌아온 지 반년 정도가 지난 1973년 7월에 이 선물을 받았는데,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반인들에게 월석을 공개(248)'했습니다.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월석은 1969년 아폴로11호가 가져온 월석인데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흥얼거리는 CM송이 나오기 전에 실제로 달을 따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달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아직도 잘 모릅니다. 여러 학설이 있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 거대충돌가설(Giant Impact Hypothesis)이 지지받고 있습니다. '지구가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은 45억 년 전쯤의 어느 날, 대략 지구의 10분의 1 무게쯤 되는 커다란 돌덩이가 지구와 충돌(21)'해서 부서져 나온 파편들이 달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가설도 골치 아픈 문제가 있습니다. 지구를 들이받은 테이아(Theia)라는 돌덩이가 어디로 갔냐는 문제입니다.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달에 가서 달의 탄생과 달의 성질을 조사하면 그 지식으로 우리는 결국 지구의 모습을 더 명확히 알게 되어, 화산과 지진, 지각 변동과 지질 현상이 어떤 이유로 일어나는지(29)' 알 수 있습니다.

비바람도 물도 식물도 없는 달에 생긴 구덩이는 모양이 몇십만 년 동안 유지됩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이 남아 있는 달의 충돌 구덩이들은 지난 긴 세월 동안, 지구 근처에 어떤 소행성들이 돌아다니다가 떨어졌는지를 꼼꼼히 기록해 둔 일기장(41)'과 같습니다. '달에 있는 수많은 구덩이들은 우리에게 지구를 위협할지도 모를 소행성과 혜성에 얽힌 사연을 더 많이 알려줄 것(48)'입니다. 보름달은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에 속하는 시리우스보다 1만 배 이상 밝(63)'습니다. '매년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약 4㎝씩 멀어진다'는 사실을 측정했습니다. '1억 년 전 과거, 공룡들이 살던 시대에는 달이 지금보다 한결 가까웠을 것이고, 공룡들이 밤하늘을 보면 달이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보였을 것(68)'이라고 상상하니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밀물과 썰물이 일어나는 까닭은 달이 중력으로 지구를 당기고 있기 때문(99)'입니다. '돌과 물 그리고 독한 연기뿐인 황량한 행성이었던 지구를, 달은 5억 년 동안 무엇인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쉬지 않고 저어(109)'주었습니다. 어쩌면 사람도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사는 것은 밀물, 썰물이 어지럽게 바뀌는 가운데 물이 없을 때도 살아남으려고 했던 먼 옛날의 생명체(111)'가 진화했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달 때문에 생긴 일이라니 새삼 경이롭게 보입니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세르게이 코롤료프를 비롯한 소련 기술진은 '1957년 10월, 세묘르카 로켓을 개조한 장치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발사하는 데 성공(169)'했습니다. 소련은 세묘르카 로켓을 개량하며 더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1959년 9월, 무게 400㎏ 정도의 공 모양의 장치를 달로 발사했습니다. 루나2호였습니다. '루나2호는 사람이라는 종족이 지상에 나타난 이후, 사람이 만든 물건이 달에 분명하게 도착한 최초의 순간(174)'을 만들었습니다. 루나2호가 성공하고 한 달 정도가 지나서 루나3호를 달로 보냈습니다. 루나3호는 달의 뒷면을 촬영했습니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달의 뒷면을 소련의 우주선이 처음으로 보는 데 성공(176)'했습니다.

소련은 '사상 최초의 인공위성, 사상 최초로 우주를 비행한 사람, 사상 최초로 우주를 비행한 여성, 사상 최초로 달에 닿은 우주선, 사상 최초의 달 뒷면 촬영(180)' 등 우주 개발의 모든 기록에서 앞서 나갔습니다. 패배감과 위기감이 든 미국은 분위기를 뒤집고자 절치부심하며 많은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1968년 연말부터 1969년 상반기에 걸쳐 아폴로8호, 아폴로9호,아폴로10호가 차례로 성공(190)'했습니다. 마침내 아폴로11호가 사흘에 걸쳐 달을 향해 날아가 미국 시각으로 1969년 7월 20일에 달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닐 암스트롱은 작은 한 걸음이지만 큰 도약이었던 발자국을 달에 찍었습니다. 그 후 달 착륙 조작설이 유행했지만, 2010년을 전후로 달에 간 탐사선들이 달에 남아 있는 탐사 흔적을 확인했습니다.

'달에 날아간 우주선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람들 중에서 중요한 공을 인정받는 인물로는 마거릿 해밀턴(Margaret Hamilton)(224)'이 있습니다. 마거릿 해밀턴은 '제대로 된 컴퓨터도, 소프트웨어 공학도 존재하지 않던 시절,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사람 손으로 아폴로를 우주로 쏘아 올린(226)' 과학자입니다. '해밀턴은 세상 사람들이 컴퓨터라는 기계도 낯설어하던 시기에 소프트웨어 공학이라는 분야가 처음 생겨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평가(236)'받고 있습니다.

달을 좋아했던 신라 문화 중에 지금까지 이어지는 풍속이 한가위입니다. 서기 32년에 '음력 7월 16일부터, 한 달 후인 음력 8월 15일 보름날까지 여성들이 큰 대회 장소에 모여 두 편으로 갈라서 길쌈(121)' 대결을 했다고 합니다. 이 행사를 가배라고 불렀는데 점차 바뀌어 한가위라는 말로 변했습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을 명절로 여기고 이렇게까지 중시하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는(123)' 않습니다. 당시 일본의 승려가 쓴 글에도 '추석은 오직 신라에만 있는 명절이라고 하면서 온갖 음식을 마련해 밤낮으로 노래와 춤을 즐겼다고(123)' 합니다. 한가위에는 모두 놀고먹으며 편히 쉬었는데 2000년 후에 명절증후군으로 변하였습니다. 달의 왕국이었던 신라에서 유래한 한가위에는 모두가 즐겁게 놀아야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달은 시간의 상징입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음력은 중국 청나라의 임금 순치제가 지시하여 만든 시헌력을 기준으로 개발된 것입니다. 사람의 운명이라는 뜻의 팔자(八字)는 '사람이 태어난 연, 월, 일, 시를 각각 두 글자, 도합 여덟 글자로 표시한 것(78)'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매년 초, 그해에 자신의 운명을 따지는 행성을 따져보는(86)' 직성(直星)이라는 문화가 유행했습니다. 우리가 쓰는 "직성이 풀린다"는 말은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해와 달의 움직임이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사주팔자를 따지는 걸 보면 조상 대대로 달은 인기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1969년 7월 16일 밤, 미국 대사관은 남산 야외 음악당에 커다란 화면을 만들고 아폴로11호 발사를 생중계하여 구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5만 명의 인파가 몰렸습니다.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발을 디딜 때는 생중계를 보려고 모인 사람이 10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서울의 신세계 백화점에서는 '백화점의 TV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아폴로11호 이야기를 보도록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 그 앞의 육교 위와 계단에도 빼곡하게 사람들이 몰릴 지경(195)'이었다고 합니다. 신문사는 호외를 뿌렸고, '정부는 하루를 임시 공휴일로 선포하기까지(196)' 했답니다. TV도 귀해서 그랬겠지만, 특별히 한국인에게는 달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생활형 유전자가 흐르고 있었나 봅니다.

난설헌(蘭雪軒) 허초희는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며 자신이 남긴 시는 모두 없애달라고 했지만, 동생 허균이 기억을 되살려 시집을 냈습니다. 허초희가 남긴 시는 중국과 일본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유일한 산문인 〈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樑文)〉은 여덟 살에 썼다고 합니다. '어린 허초희가 쓴 글의 구절마다 멋지고 좋은 달나라 풍경이 묘사되어(149)' 있습니다. '달에 가는 우주선의 이름을 허난설헌호나 초희호라고 붙여도 좋을 거라고 생각(156)'합니다.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2022년 8월 5일 오전 8시8분48초(현지 시각 4일 오후 7시8분48초)에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발사장에서 발사됐습니다. 약 4개월 반 동안 항행하다가 12월 중순 달 궤도에 진입하고 12월 말까지 달 임무궤도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왜 4개월 반이나 걸릴까요? 지구에서 달까지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인 직접 전이(Direct Transfer) 궤도는 많은 연료와 큰 로켓이 필요합니다. 위상 루프 전이(Phasing. Loop Transfer) 방식은 지구 주변을 돌다가 점점 더 먼 거리에서 달과 가까워질 때 달의 중력에 인공위성이 끌려 가게 만드는 방법으로 다누리호는 이 방식을 택하려고 했습니다.

다누리호에 실릴 섀도캠(Shadow Cam)이라는 탐재체가 늘어나며 원래 계획이었던 550㎏에서 700㎏에 가까운 무게로 늘어났습니다. 로켓 방정식의 횡포(Tyranny of the Rocket Equation) 즉 '무작정 연료를 많이 넣어 큰 로켓을 만든다고 쉽게 우주에 나갈 수 없는 문제(267)'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BLT(Ballistic Lunar Transfers) 궤도라는 특이한 방식을 택했습니다. BLT 궤도는 태양을 향해 우주선을 날려 보냈다가 지구로 떨어질 때 방향과 속도를 달이 오는 때와 맞춰 우주선이 달에 도달하는 방식으로 많은 연료를 아낄 수 있습니다. '달과는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방향으로 150만 ㎞ 가까이 가야' 하고, '그렇게 먼 길을 가야하므로 달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도 최소 넉 달 이상 걸릴 것(294)'입니다.

생활형 유전자가 퇴화했는지 달에 대해서 무지했습니다. 5억 년 동안 달은 밀물과 썰물로 지구를 휘저어주었다거나, 공룡은 지금보다 더 컸던 보름달을 바라보았다거나, 신라는 달의 왕국이었다거나, 조선시대 과거 시험에 일식과 월식이 나왔다거나, 남원에 있는 광한루는 달에서 이름을 따왔다거나, 울돌목에서 마포까지 달의 힘이 미친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SF 작가로 보여줬던 번뜩이는 상상과 재치로 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공상(空想)은 거부할 수 없는 재미를 줍니다. 구수한 입담으로 달에서 가져온 지식으로 지구를 더 명확히 알게 된다든가, 달에서 알 수 있는 사연은 지구를 위협하는 물질이나 시공간의 비밀을 알려준다든가, 달에 대한 지식으로 새로운 지식을 알거나 상상할 수 있다든가, 달을 탐사하거나 개발하는 기술로 공동체의 번영을 꾀할 수 있어 달에 가야 한다고 합니다. 다만, 달을 식민지로 만드는 역사를 되풀이하거나, 사악한 자본주의는 절대로 지구를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한국인은 달을 부동산으로 여기며 절대로 알박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달에 가는 건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귀중한 일이라고 세상에 알릴 가치가 생기고, 또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 일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기술과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게(182)' 됩니다. 달 탐사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미래에는 어떻게 어울려 같이 도우면 더 좋은지 널리 알려주는 계기(242)'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가야 합니다. 시방 허난설헌이 꿈꾸던 달을 향해 다누리호가 날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곽재식/동아시아 20220803 320쪽 16,000원


덧1. 이 글은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썼습니다.
덧2. 작은따옴표는 본문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덧3. 오탈자(?)
  1. 125쪽 2행 임금의 부인이 바람이 난 → 임금의 부인과 바람이 난
  2. 143쪽 5행 바람과 달이 말이 → 바람과 달이라는 말이
  3. 209쪽 3행 on the moon(달에 있는 외계인의 구조물)"로 검색해 → on the moon(달에 있는 외계인의 구조물)"으로 검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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