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함께한 10만 시간

The Hidden Life of Dogs, 1993
개들도 죽어서 천국에 갈 거라 생각하느냐고 내게 물었다. 나의 답변은 더할 나위 없이 명확했다. 물론 그들도 천국에 간다. 아니, 이렇게 말하는 편이 낫다. 우리가 천국에 간다면, 그들도 간다. 만약 그들이 가지 못하는 곳이라면, 그곳은 천국이 아닐 것이다. 성 베드로가 개로 구성된 위원회를 두고 인간 후보자를 평가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입양된 동물들에게 충실했는가? 과연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성심껏 보살핀 만큼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돌보았는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천국의 문 입장을 지원할 때 개 위원회와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생각해두는 게 좋을 것이다. (...)
간혹가다 모르는 여성이 울면서 건 전화를 받곤 한다. 새로 생긴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개를 버리라는 압박을 받는 여성들이었다. 나의 조언은 언제나 한결같다. 그 인간을 차버리고 개와 함께 사세요. 아무도 그런 요구를 해선 안 되니까요. (...)
어떤 남자가 어깨에 개구리 한 마리를 얹은 채 술집에 들어온다. 바텐더가 묻는다. 그거 어디서 났어요? 대답은 개구리의 몫이다. 뉴저지요. 수백만 개나 있던걸요? (183~205)


'우리가 개를 데려다 길들인 게 아니라 개가 우리에게 먼저 다가왔다(11)'는 학설이 힘을 얻고 있단다. 굳이 새로운 학설이 아니라도 평소 우리가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우리가 개를 반려견으로 만든 게 아니라 개들이 우리를 반려인으로 삼은 것(12)'이 분명하다.

반려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도 버려진 개들은 매일 안락사된다. '그렇지만 하느님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우리가 더 그분을 필요로 하듯, 개들 또한 우리가 그들을 필요로 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를 필요로 한다(30)'.

개는 인간을 관찰하고 인간 행동을 연구하며 인간 사이를 걸어다니는 인류학자다. 선택된 반려인은 영광인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이 책을 덮을 때 개와 함께 있다면 앞으로 더 세심하게 눈여겨볼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진정한 반려인이 됐다. 끝까지 함께 하시라. 지금은 반려인의 시대이다.

개와 함께한 10만 시간The Hidden Life of Dogs, 1993/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Elizabeth Marshall Thomas/정영문 역/해나무 20210524 216쪽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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