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테크,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

어스테크,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
비닐봉투가 처음 나왔을 때는 가볍고 오래 쓸 수 있던 신소재 혁신상품이었다. 나무를 쓰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며 열광했다. 코끼리 상아로 만들던 당구공을 대체하려고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동물과 식물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플라스틱이 이제는 동식물은 물론이요, 사람에게까지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역설(93)'이 되었다.

'육류에 대한 열렬한 선호 탓에 현재 600억 마리가 넘는 동물이 사육되고 있으며, 그 동물들을 위한 식량과 목초지 확보에 농지의 거의 절반이 할애되고 있다(25)'. '2050년이면 지구에 100억 명이 살고 있을 것이고, 고기의 수요는 지금보다 70퍼센트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33)'된다. 지금처럼 동물성 단백질 생산시스템이 유지된다면 인간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굳이 2020년을 지구사의 한 변곡점으로 획정한다면 그것은 2020년이 인공물의 무게가 자연물의 무게를 넘어선 첫 번째 해라는 점일 것이다. 인류가 생산하거나 건설한 인공물의 무게가 1.1테라 톤에 이르렀다고 한다. 듣보 보도 못한 '1테라 톤'은 1조 톤을 일컫는다. 그간 인류가 만들어 낸 사물의 무게가 1조 1천억 톤에 육박한 것이다. 자연적 진화의 소산으로 지구에 번성하고 있는 생물의 총 무게는 1테라 톤에 그친다. (...) 인공물의 무게는 21세기, 지난 20년 동안 두 배로 증가했다. 백 년 전, 20세기 초반에는 인공물의 무게가 자연 생명체의 고작 3퍼센트에 그칠 뿐이었다. 불과 한 세기 만에 사물과 생물의 비중이 역전된 것이다(88)'.

'태양 에너지가 지구까지 닿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8분이다. 단 15분간 내리쬐는 태양 에너지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1년 동안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다. 매일 지구로 보내지는 태양 에너지와 같은 양의 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대형 화력 발전소 1억 7,300만 개가 필요하다(144)'.

'자연을 보호하면 자원이 부족하고, 자원을 남용하면 자연을 해치는 딜레마를 창의적으로 해결해 가며 자본도 불려 나간다. 자연과 자원과 자본의 원만한 순환 관계를 도출해 내는 것이 미래기업의 사업이자 대업이고 선업이 되는 것이다(134)'. 스타트업 CEO 4명이 어스테크Earth Tech, 지구를 살리는 기술에 도전을 시작했다.

'균사체를 통하여 대체고기와 대체가죽을 생산하는 마이셀프로젝트, 해조류를 통하여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어 내는 마린이노베이션, 태양과 바람 등 천상의 자원과 디지털 금융이라고 하는 가상의 자원을 결합하여 로컬 차원에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루트에너지, 그리고 로봇과 AI를 통하여 산삼을 재배하고 농촌을 되살리고자 하는 심바이오틱(241)'을 만났다.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류가 산업폐기물,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연의 순환 고리안에서 분해하고 새로운 자원으로 탄생시켜 우리의 미래를 구할 수 있다고 믿고(34)' 있는 마이셀프로젝트 사성진 대표. '많은 사람에게 바이오 플라스틱의 가능성을 널리 알리고 (...) 인간을, 자연을, 지구를 이롭게 하는 비즈니스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전파(115)'하고 싶은 마린이노베이션 차완영 대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금융과 지역주민의 결합(163)'을 통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루트에너지 윤태환 대표. '우리가 확보한기술을 통해 농촌과 농업과 농민의 문제를 해결(219)'하려는 심바이오틱 김보영 대표.

'마이셀프로젝트는 땅에서 피어나는 곰팡이, 균사체에서 지구의 미래를 구한다. 마린이노베이션은 지구의 7할, 바다의 해조류에서 청정한 환경의 대안을 찾는다. 루트에너지는 태양이 떠 있고 바람이 불어오는 하늘로부터 지속가능한 인류의 내일을 열어 가고자 한다(195)'. 심바이오틱은 로봇으로 산삼을 재배하는 로봇공학과 임업의 창조적 융복합을 지향한다.

'생명을 생각하는 생활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생활만이 아니라 새로운 생산도 반드시 결합되어야(16)' 한다. '진보가 아니라 진화(133)' 하여야 한다. '돌아보면 생명이야말로 지구에 등장한 최초의 기술이었다. 무질서를 향해 무심히 팽창하는 열역학 제2 법칙의 물리 세계 속에서 항상성을 유지하며 부단히 질서를 재창조해 가는 최초이자 최고의 테크놀로지가 바로 생명이었던 것이다. 즉 에코와 테크는 처음부터 별개가 아니었다. 그만큼이나 테크의 기하급수적 자율진화에 힘입어 에코와의 재결합도 급속도로 전개될 것이다(234)'.

'쓰레기는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용되지 않은 막대한 자원이자 풍부한 자산Waste to wealth(136)'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간 중심의 세계가 마침표를 찍고 사람과 생물과 활물이 공존하고 공생하는 미래를 열어가는(241)' 어스테크를 위해 단념없이 얼른 성공하길 빈다. 어스테크를 지향하는 기업이 늘어야 하고, 먼저 인간이 바삐 바뀌어야 한다.

어스테크,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이병한/가디언 20210923 244쪽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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