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의 약탈

Plunder of the Commons, 2019
  • 공유지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모든 자연자원-토지, 숲, 황야와 공원, 물, 광물, 공기 등을 포함해서-과 우리 조상들이 물려주었고 우리가 보존하고 개선해야 하는 모든 사회적·시민적·문화적 제도를 말한다. 또한 수세기에 걸쳐 구성된 사상과 정보의 체계 위에 건설된 사회로서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지식을 포함한다. (15)
  • 자연의 쇠퇴는 존중의 쇠퇴를 반영한다. (20)
  • '공유지'(common)는 초기 영어의 '공동체'(commune)에서 왔으며, 일반적이거나 보편적이거나 함께 쓰고 있는 어떤 것을 의미했다. 오늘날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옛날 동사 'to common'과 이와 연관된 '공유화'(commoning)는 공유지에서 벌어지는 집단적 노동활동을 말한다. (60)
  • 개릿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이 근본적으로 공유지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공유한 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합의한 규칙과 실천이 공유지의 본질이다. 하딘은 그 유명한 1968년 논문에서 모든 이용자가 공유지에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을 최대화하려는 유인이 있기 때문에 공유지는 고갈될 운명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사영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를 이용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언제나 논박당했다. 사실 하딘은 죽기 얼만 전에 자신의 논문을 "관리되지 않은 공유지의 비극"으로 불렀어야 한다고 고백했다. (65)
  • 공유지는 공적 부(public wealth)이다. 그러나 공유지에는 가격이 없다.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이것은 공유지가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공유지는 상업적 이해관계자들이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자원은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될 때(고갈될 때)에만 가치를 가진다. 이것이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성장이다. 공유지의 상실은 계산에 넣지 않는다. (80)
  • 사회적 기억-공유된 과거, 전통, 관습의 기억-은 우리의 사회적 정체성 감각을 형성한다. 공유지는 사회적 기억에서 유래하며, 공유지의 집단적 회상과 가치와 비공식적 규칙이 공유지를 관리한다. 공유지는 사회적 기억으로 주조된 가치를 체현하며, 사회의 유대로서의 사회적 기억을 강화한다. 공유지가 더 풍요롭고 더 널리 확산되어 있을수록 사회적 기억의 네트워크는 더 강해질 수 있다. (86)
  • 1977년에 경제학자 존 하트윅은 세대 간 공평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는 채굴과 자연적으로 희소한 고갈 자원의 사용에서 나오는 지대 소득 가운데 충분한 양을 투자하여 미래 세대가 현세대와 마찬가지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세대 간 공평에 관한 하트윅 규칙(Hartwick Rule)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세계은행이 말하는 것처럼 "하트윅 규칙은 재생 가능하지 않은 자원에서 나오는 지대가 소비를 위해 쓰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투자될 경우에만 소비가 유지될 수 있다-지속 가능한 발전의 정의-는 주장이다." (88)
  • 공유지의 총체성이 자연은 아니지만 공유지의 핵심은 자연이다. 자연 공유지는 근본적으로 공간적이다. 토지, 토지 아래와 위에 있는 광물과 기타 자연물, 삼림, 숲, 야생생물, 강과 호수, 해안,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우리에게 보이거나 보게 되는 하늘. (101)
  • 사회 공유지(social commons)는 정상적인 생활에 필수적인 기관들과 생활 편의시설을 포함하는데, 이것들은 사적 시장 외부에서 제공되며, 여러 세대에 걸쳐 만들어졌고, 이것들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데에는 세금과 기부금, 그리고 가끔은 자발적 공유화를 통해 돈이 들어갔다. 사회 공유지에는 치안, 우편, 대중교통과 도로, 하수도 체계, 홍수 예방, 공원 등의 기본적인 인프라뿐만 아니라 공공주택, 아이와 노인 돌봄, 보건의료와 사회서비스 같은 복지국가의 많은 서비스가 포함된다. (177)
  • 사회 공유지의 약탈은 부유한 사람들보다 프레카리아트1에게 더 큰 타격을 주어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생활비를 상승시켰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변화하는 불평등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 공공 서비스 축소, 상업화와 사영화로 나빠지는 것은 언제나 저소득층이다. (228)
  • 시민 공유지를 존중하지 않는 법적 체계는 정의를 결딴내며 그 결과 불평등을 더욱 심화한다. (288)
  • 예술, 스포츠, 대중매체, 공공도서관, 미술관, 콘서트홀, 공연을 위한 공공장소 등은 모두 우리의 문화 공유지의 일부다. 공공건축, 도시 경관, 풍경 또한 한 나라의 문화 공유지를 만들고 구성하며, 이는 지역화되고 역사적으로 사회에 새겨져 있는 무화적 맥락에 존재한다. (293)
  • 뚜렷이 구별되지만 중첩되는 지식 공유지(knowledge commons)의 세 측면이 있다. 정보(핵심적으로 뉴스와 사실), 지식(아이디어), 교육(학습과정)이 그것이다. 이것이 합쳐져 '지식'에 대한 협소한 생각을 넘어선다. 진정한 지식 공유지는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생성되고 공유되며, 모두가 배우고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곳이다. 이 모든 측면에서 지식 공유지가 축소되고 있다. (323)
  • 지식과 아이디어는 공공재이며, 공공재여야 한다. 한 사람이 이를 가진 것이 다른 사람이 이를 갖는 것을 막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과 아이디어는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지적 공유지의 일부여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지식재산권 체제는 반대로 우리의 지적 공유지를 축소했으며, 막대한 양을 부유한 기업과 개인들에게 주고 저소득층은 지식과 이이디어 생산물에 접근할 수 없게 했다. (345)
  • 사회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때 우리는 우리 모두의 부가 우리 자신이 하는 것보다 우리 앞에 있었던 사람들의 노력, 성취, 운과 훨씬 더 관련이 있다는 것을 성찰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볼 때 우리 모두는 그러한 집단적 부에 대해 공정한 몫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누구의 선조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형태의 '지대'(rentier)소득-물리적·금융적·'지적' 재산의 사적 소유에서 나오는 소득-은 공유되어야 한다. (381)
  • 공유지 기금 조성은 부(wealth)에서 시작해야 한다. 어떤 사적인 부도 공적 기여 없이 취득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축적을 가능케 한 물리적·금융적·법적 인프라가 포함된다. 거대한 부를 소유한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의 노력과 지혜만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자만심을 보인다. 그리고 부자는 자식에게 재산을 넘겨줄 수 있기 때문에 사적인 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불평등해진다. 부가 소득보다 더 빨리 성장하는 현대에는 특히 그러하다. (391)
  • 공유지 배당은 실제로 기본소득일 것이다. 공동체의 모든 합법적 거주자에게 소득, 지출, 가족관계 등과 상관없이 권리로서 무조건 지급되는 소액(modest)의 정기적 지불금이라는 것이다. (413)
  • 근본적으로 기본소득은 사회정의의 문제다. 우리의 부와 소득은 우리 자신이 하는 어떤 것보다 우리 공동의 선조들이 했던 노력 및 성취와 훨씬 더 많이 관련되어 있다. 우리가 사적 상속을 허용한다면 사회적 상속도 받아들여야 하며, 기본소득을 우리의 집단적 부에 근거한 사회배당(social dividend)으로 간주해야 한다. (414)
  • 기본소득은 사람들의 활동을 자원 고갈적인 노동에서 벗어나 재생산적인 일로 향하게 할 것이다. 공식적인 노동 통계도 돌봄노동을 포함해 공유화에 가치를 두는 것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좀더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활동을 포함해서 사회의 웰빙을 더 잘 반영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417)
  • 기본소득은 따로 떼어놓고 보아서는 안 되며 지구화된 자본주의의 변화에 대한 진보적 대응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 이는 새로운 공유지를 건설하고, 태곳적부터 생긴 공유지를 재생하는 일을 돕는다. 기본소득은 노동이 아니라 일을, 소비가 아니라 (스콜레의 의미에서) 여가를 장려할 것이다. (424)

공유지의 약탈Plunder of the Commons, 2019/가이 스탠딩Guy Standing/안효상 역/창비 20210709 504쪽 30,000원

공유지를 담대하고 급진적으로 확대하며 불로소득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공유지 배당으로 기본소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새로운 공유 시대를 위한 선언으로 부족함이 없다. 대한민국이 공유지 기반 사회의 선구자가 되려는 대담한 변혁에 도전하길 기대한다.


  1. 프레카리아트(precariat) : 지난 40년 사이에 지구화, 디지털 혁명,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변화로 만들어진, 새로 등장한 계급이다.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명에 달하는 프레카리아트는 노동과 일에서 독특한 유형이 있으며, 사회소득의 구조가 독특하며, 시민적 권리를 상실하고 있다. 프레카리아트에 속하는 사람들은 임시 일자리, 파견노동(agency labour),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과업 부여'(tasking), 유연한 스케줄, 호출 대기와 0시간 계약 등을 통해 불안정한 노동의 삶을 강제당하고 있다.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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