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다혈질이고 매 순간 자기감정에 충실한 손 여사. 고봉밥을 먹는데도 살이 안 찌는 손 여사. 작정하고 한풀이를 할 수 있었던 건 노동의 순간뿐이었던 손 여사. 전라도 사위는 안 된다는 손 여사. 손 여사는 보수다. 정의롭지는 못해도 불의와는 싸울 수 있는 인간 악바리인 딸. 손 여사가 얌체, 똑똑이, 잘난척쟁이라고 하는 딸. 아담과 바라라는 고양이와 십여 년을 함께 사는 딸. 계절의 이름 봄이 아니라 '보다'에서 가져온 '봄'이라는 이름의 딸은 진보다.

자식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절대 무심해질 수 없는 부모의 마음 덕에 딸은 진보의 가치를 접했고, 진보적으로 사고하게 되었다. 다르지만 다른 모습 그대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게 되었다. 관계는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잊히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 놓쳐버린 관계에 대한 후회가 밀려든다. 딸이 빨갱이라서 빨갱이 좌파 고양이는 안 봐준다는 손 여사가 보수라고 해서 엄마 취급을 안 할 것인가? 손 여사 역시도 딸이 진보라고 해서 딸 취급을 안 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보수 엄마와 진보 딸 사이에 생기는 충돌 사이에서 가족이기 때문에 보듬어야 하는 마음이 있다. 졸지에 아담과 바라가 빨갱이 좌파 고양이가 됐지만 손 여사는 오랫동안 돌봐줬다. 생활형 좌파와 우파는 그렇게 공생한다.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김봄/걷는사람 20200810 176쪽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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