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커터 - 그들을 도발해 우리를 결집하는 자들

Provocateur
  • 어그로꾼은 도처에 널려 있고, 앞으로도 계속 출현할 것이다. 선악을 떠나 시선을 끄는 행위 자체가 경제 활동인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26)
  • 자본주의 체제에서 대다수가 먹고살기 위해 돈을 좇는 것처럼, 오늘날에는 주목과 관심 자체가 목적이 되면서 이를 얻기 위한 행보가 곧 경제활동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른바 '조회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34)
  •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표현은 대중적 인기로 성패가 결정되는 연예인과 정치인에게나 어울리는 말이었다.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부고란만 아니면 무조건 언론에 나오는 것이 좋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소셜미디어가 전 인류를 '네트워킹' 하면서 이제는 만인에게 무플보다 악플이 나은 시대가 되었다. (41)
  • 데이터 시대 주목경제의 명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관심은 그 자체로 돈이 되며, 주목이 가치를 규정한다. (44)
  • 오늘날 많은 사람이 리뷰·비평·칼럼 등을 읽는 목적은 '나의 생각을 세련되고 시원하게, 설득력 있게끔 정리하고 표현해줄 누군가'를 찾으려는 것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67)
  • 자신의 생각·느낌·의견을 본인 '따르는' 사람에게 '맡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요컨대 사유를 외주화하는 것이다. 사유는 고된 일이다. 사유를 대신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동안 다른 재미있는 일을 하거나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70)
  • 프로포커터는 도발provoke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인터넷 등지에서 글이나 영상으로 특정인이나 집단을 도발하여 조회수를 끌어올리고, 그렇게 확보한 세간의 주목을 밑천 삼아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79)
  • 정치 불신은 항시적 불안과 혼란을 초래한다. '혐오의 시대'는 이에 대한 반응이다. 다시 말해 불안과 혼란에 대응해 모종의 소속감과 안전감을 얻고자 '우리'와 '그들' 사이에 적대 전선이 공공연하게 구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85)
  • 프로보커터는 말 그대로 도발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주목경제 시대의 신종 직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99)
  • 진중권 입장에서는 보수언론들의 인용 세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 한쪽은 영향력을 만끽하고, 다른 한쪽은 이을 이용해 여론을 비튼다. 상호 증폭의 공생관계다. (123)
  •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며 깐죽대는 것도 심리적 여유가 받쳐줄 때 가능한 도발 기술이다. 주목이 걷히고 여유를 잃은 진중권에게는 억지와 악만 남았다. 프로보커터의 말기적 증상이다. (134)
  • 서민의 '변신'에 대해 게으르다고 진단했지만, 최근에 그의 모습은 차라리 무능해 보인다. 어느 쪽이든 서민은 실패한 프로보커터다. (151)
  • 〈나꼼수〉의 기능은 이미 존재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동원하고 결집하는 데 머물렀고, 반대 진영 설득에는 관심이 없었다. 다시 말해 〈나꼼수〉의 토대는 정치 종족주의tribalism였다. (164)
  • 프로보커터가 정치권에 행사하는 영향력과 관계없이 이들의 언어가 보통 사람들의 언어에 스며드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병먹금'은 답이 아니다. 혐오의 언어가 일상 언어와 뒤섞이는 순간 프로보커터는 언제든 득세하여 한국 사회의 담론 전반을 주도하고 어지럽힐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29)

프로보커터/김내훈/서해문집 20210409 232쪽 15,000원

프로보커터는 도발하여 주목을 받으려고 혐오를 조장한다. 관심이 돈이 되는 주목경제 시대이다. 시선을 끄는 것이 돈이 된 주목경제 시대는 사유조차 외주화하였다. '나의 생각을 세련되고 시원하게, 설득력 있게끔 정리하고 표현해줄 누군가'를 찾으며 사유의 외주화가 시작되며 프로보커터가 남발하는 혐오표현은 일상의 언어까지 오염시킨다.

나도 사유를 외주화하였다. 내 생각을 시원하게 표현해줄 누군가를 찾는다. 몰입하여 선을 넘지 말고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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