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역학자들 - 코로나19의 기원과 맑스주의 역학자의 지도

Dead Epidemiologists, 2020
  • 자본은 질병에 대한 조사 결과를 무기로 삼는다. 소농에게 비판을 떠넘기는 것이 농축산업, 애그리비즈니스Agribusiness의 위기 관리 관행이 됐다. 하지만 질병은 시간, 장소, 방법 등의 모든 측면에서 시스템의 문제이지, 특정의 누군가를 욕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34)
  • 애그리비즈니스는 우리가 자본주의적 관계라는 과거에 계속 묶여 있게 만들기 위해 기술유토피아적 미래를 쳐다보게 만든다. 질병이 진화하는 그 상품의 궤적을 빙빙 돌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역학자가 주로 하는 일은 서커스단 소년이 삽을 들고 코끼리 뒤를 쫓아다니는 식의 사후 관리다. 신자유주의 프로그램 아래에서 역학자나 공중보건 기관은 치명적인 감염병을 부르는 최악의 관행들을 합리화하면서 시스템이 실패한 뒤 뒤치다꺼리를 하고, 그 대가로 펀딩을 받는다. (36)
  • 세계 곳곳에서 자본이 소농이 가진 땅과 숲으로 침투하고 있습니다. 그런 투자 때문에 숲이 사라지고 질병이 출현할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이 광대한 땅이 가진 기능적인 다양성과 복장성을 없애고 예전에는 묶여 있던 병원균들이 지역의 가축과 주민 사이로 들어오는 스필오버spillover가 일어나게 해 놓고는 토지 이용을 효율화했다고 주장하는 식입니다. 간단히 말해, 자본의 중심지인 런던이나 뉴욕이나 홍콩을 질병의 근원지로 봐야 합니다. (44)
  • 애그리비즈니스는 수억 명을 죽일 수 있는 바이러스를 선택적으로 진화시키면서 수익을 추구하고 있는 거예요. (...) 이런 기업은 방역에 위험한 문제를 일으켜 놓고도 그 비용을 얼마든지 외부로 전가할 수 있습니다. 가축에서 시작해 소비자, 농장 노동자, 지역 환경, 정부와 사법 체계에 비용을 떠넘기는 거죠. 그 어마어마한 피해에 따른 비용을 모두 기업 화계에 반영한다면 지금 같은 농업 기업들은 존재할 수 없어요. 자기들이 저지른 해악을 돈으로 물어낼 수 있는 기업은 하나도 없어요. (46)
  • 발병 지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역학을 만들어 낸 세계의 경제적 요인들 사이의 관계를 무시한 것이다. 자본은 빈국에서 토지가 개발되고 질병이 출현하게 만드는 변화를 후원하고 있으면서도 질병의 책임은 원주민과 이른바 '더러운' 문화적 관행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신종 병원균을 불러낸 관행으로 꼽는 것은 야생동물을 가공하고 땅에 묻는 행위다. 하지만 절대적인 지리가 아닌 '관계적인 지리'를 고려하면 감염병의 핫스팟은 뉴욕, 런던, 홍콩 같은 세계 자본의 원천들로 바뀐다. (63)
  • 세계로 퍼진 상품화된 농업은 다양한 곳에서 발생한 병원균을 멀리 떨어진 저장소로부터 인구가 많은 국제 중심지까지 이동하게 하는 추진력이자 연결점이다. (65)
  • 세계의 운송망에 퍼져 있는 숙주들에게서 치명적인 병원균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숲의 복잡성을 보호해야 한다. 가축과 작물의 다양성을 복원하고, 병원균이 치명성을 높이고 지리적 범위를 확장하지 못하도록 동물과 작물 농업을 재편해야 한다. 식용 동물이 현장에서 번식할 수 있도록 하고, 면역을 진화시켜 병원균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하는 자연선택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자연과 공동체를 시장 논리에 따라 몰아내야 할 생존 경쟁의 상대로 취급해선 안 된다. (72)
  • 돈과 정치적 계급과 식민주의 의학의 최신판을 대변하는 다양한 권력 분파들이 주기적으로 치명적인 질병을 불러오는 신종 토지 약탈과 제국 건설을 지지하는 모양을 보게 된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기만적인 의도에서든 혹은 좋은 뜻에서든, 얼핏 보기엔 정반대인 것 같아도 실제로는 모두 자본과 그 하수인인 제국주의 국가가 내려보낸 지침들을 수용한 탓이다. (120)
  • 현대 농업이 다음 대멸종을 이끄는 선두 주자임이 증명되고 있다. 농업이 발달하면서 자연의 주요 서식지와 인간이 아닌 개체는 기록적인 속도로 줄어들고, 그 자리에 농업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든다. 농업 생산과 무역은 토착종을 대체한 외래종과 침입종의 관계를 정하고 새로운 병원균과 해충, 과거엔 별거 아니었던 개체들이 장기적인 생태계 기능을 방해하게 했다. 농작물과 가축 자체가 이런 유전자 침투의 위대함을 보여 준다. (127)
  • 인류의 생산은 지질학적 규모로 영향을 끼친다. 세계의 담수 가운데 70퍼센트가 농업에 들어간다. 가축이 식수의 3분의 1을 먹고 있다. 경작지와 방목지의 50~60퍼센트는 사료를 키우고 먹이는 데에 쓰인다. 사료 생산, 동물의 트림과 분뇨, 육류 가공과 운송에서 해마다 7.1기가 톤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2010년에 발생한 온실가스 증가분의 71퍼센트가 이 과정에서 배출됐다. 2019년 유엔 식량농업기구 자료에 따르면 그 가운데 닭이 내뿜는 온실가스의 96퍼센트는 산업형 생산과 어린 닭들에게서 나왔다. 세계의 돼지들이 뿜어내는 온실가스의 54퍼센트는 산업형 양돈에서 배출됐다. (130)
  • 어디에서건 자본주의의 무기는 철이 아니다. 다국적 애그리비즈니스, 광업, 벌목, 부동산은 탐욕스럽게 생명의 나무를 베어 냈고, 무엇보다 지구와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죽은 역학자들이 떠받치고 있는 이 자본주의 시스템은 그 폐허를 들춰 코로나19를 건져 올렸고, 바이러스는 이제 인간성을 산채로 먹어 치우고 있다. (209)

죽은 역학자들Dead Epidemiologists, 2020/롭 월러스Rob Wallace/구정은, 이지선 역/너머북스 20210908 308쪽 21,000원

저자는 '야생과 농축산업,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막으면서 정작 그 사이사이의 방어막들은 교란시키는 자본의 패악을 경고하기는커녕, 자본에 포섭돼 구미에 맞는 소리만 읊으면서 전염병에 맞선 근본적인 싸움을 방해하는 전문가들(10)'을 '죽은 역학자들'이라고 부른다.

자본으로 무장한 애그리비즈니스는 개발과 효율로 포장하여 생태계를 파괴함으로써 질병이 출현할 환경을 만들며 수익을 추구한다. 절대적인 지리가 아닌 '관계적인 지리'를 고려하면 자본의 중심지인 뉴욕, 런던, 홍콩을 질병의 근원지로 봐야 한다. 여기에 죽은 역학자들이 부역하며 선전선동을 한다.

지난 역사에서 전쟁과 질병이 증명하듯이 돈의 원천이 더 많은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지도 모른다며 생물학적 공산주의를 제안한다. '생태계 서비스로서 자연선택의 개념을 다시 도입하고, 이미 검증된 유전적 면역이 다음 세대에 전달될 수 있도록 가축과 농작물을 태어난 곳에서 키우자(38)'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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