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네 살 무렵 폴은 혼자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로 가서 봉투에 사탕을 그득하게 담고 은박지로 잘 싼 체리 씨 여섯 개를 내밀었다. 위그든 씨는 돈이 조금 남는다며 거스름돈으로 1센트짜리 동전 두 개를 꺼내 주었다. 폴은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며 열대어 가게를 운영하던 어느 날. 대여섯 살 된 남매가 물고기를 사러 왔다. 아이들은 몇 가지 물고기를 고르고 5센트짜리 동전 두 개와 10센트짜리 동전 하나를 내밀었다. 폴은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에서 맡았던 사탕 향기가 향수(鄕愁)가 되어 콧잔등을 스쳤다. 폴은 1센트짜리 동전 두 개를 거스름돈으로 주었다.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에서 나는 박하사탕 향기와 위그든 씨의 너털웃음 소리가 들렸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인 벤슨 선생님을 짝사랑하게 된 폴은 선생님 생일에 야생 식물로 만든 화환을 만들어 드렸다. 선생님은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파티를 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벤슨 선생님은 결근했다. 머루랑 달래 등 야생 열매와 독이 있는 예쁜 담쟁이 잎으로 만든 화환 때문에 선생님이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폴은 10일 동안 정학 처분을 받았다. 벤슨 선생님의 병실을 찾았을 때, 선생님은 붕대로 겨우 눈만 보일 정도로 얼굴을 감고 있었다. 선생님은 폴을 원망하거나 탓하기는커녕 특별한 선물을 해준 폴에게 말했다. 아들을 낳으면 꼭 너처럼 키우겠다고.

동네에 전화기가 있는 집이 드물었던 일곱 살 때 집에 참나무로 만든 커다란 전화기기 있었다. 신기한 상자에는 '안내를 부탁합니다'라는 똑똑한 요정이 살았다. 혼자서 알아낼 수 없는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요정에게 전화를 걸면 다 해결해주었다. 어느 날 카나리아가 죽었을 때 전화하자 요정은 "그 새가 노래 부를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별생각 없이 전화기를 들고 무의식적으로 "안내를 부탁합니다."라고 하자 요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름이 샐리라는 걸 알았고,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즐거운 데이트를 했다. 몇 달 후 시애틀로 돌아와 전화를 걸었지만, 샐리는 이미 5주 전에 세상을 떠났다. 샐리는 마지막 출근하던 날 폴에게 메모를 남겼다. "폴에게 말해줘요. 나에게는 아직도 노래를 부를 또 하나의 세상이 있다고."

베커 아저씨는 양배추 농사를 지었다. 농장에서 양배추 하나를 뽑아서 도망가면 아저씨는 고함을 치며 쫓아왔다. 양배추 머리 부분이 맜있다는 걸 알게 된 폴은 약을 올리고는 도망가서 숨었다. 여름이 끝날 무렵 보호막을 둘러친 아주 큰 양배추를 발견했다. 베커 아저씨는 품평회에서 출품하려고 보호막까지 둘러쳤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떠나기 하루 전날, 베커 아저씨는 기차 타고 가면서 먹으라고 폴에게 큰 과자 상자를 주었다. 기차가 출발했고 폴은 어제 받은 상자를 열었다. 상자에는 품평회에 출품해서 최우수상을 받으려던 큰 양배추가 들어 있었다.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에서 받았던 〈이해의 선물〉, 담임 선생님이 폴에 대해 최고의 찬사를 한 〈사랑에는 끝이 없다〉, 신기한 전화 요정을 만났던 〈안내를 부탁합니다〉, 양배추 서리를 해도 도망칠 시간을 주었던 베커 아저씨와 얽힌 〈양배추 머리〉가 특히 인상 깊습니다. 개구쟁이 소년의 자전적 성장통이라지만 소설보다 더 생생한 감동을 줍니다. 내게도 위그든 아저씨나 베커 아저씨 같은 분들이 있었겠지만 잊어버렸습니다. 위그든이나 베커 아저씨 반만이라도 닮겠습니다.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Growing Pains, 1970/폴 빌리어드Paul Villiard/류해욱 역/문예출판사 20071010 208쪽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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