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의 모든 것, 당신 몸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습니다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이자 인류 최후의 숙주였던 247이 죽었다. 20XX년 4월 8일 오후 1시 20분에 죽었다고 WCDC(World Centers for Disease Control, 세계질병통제센터)가 공지했다. 247은 추방에 동의하고 스스로 우주에 격리되기로 했다. 인공위성에 태워 우주로 날린 247은 유언 없이 죽었다. 누군가 247의 모든 것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모든 걸 파묻어버리는 족속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돌면 돼지를 파묻었다. 조류독감이 돌면 닭과 오리를 파묻었다. 20세기 후반 말레이시아 북부에 있는 순가이 니파라는 마을에서 기괴한 병이 돌기 시작했다. 공무원들은 돼지들을 구덩이에 몰아넣고 흙을 뿌렸다. 감염병 학자들은 마을 이름을 따서 니파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이러스가 지구 곳곳으로 퍼지자 숙주로 알려진 돼지를 묻었고 더는 돼지를 사육하지 않았다. 돼지고기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열화상 카메라로 감염자를 색출하자 발열을 감추는 자들이 늘어났다. WCDC는 바이러스 보유자를 색출하기 위해 해열제를 금지 약물로 지정하려고 했다. 열이 나면 병원에 방문해서 바이러스가 없음을 확인받고 해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WCDC 논리는 설득력이 있었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WCDC 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화염병을 던졌다. 해열제를 먹을 자유, 안면인식 열화상 카메라에 얼굴을 찍히지 않을 자유를 외쳤다.
그날도 시위대가 자유를 외치며 걷고 있을 때 군중의 리더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뒤를 이어 시위대가 이유도 없이 피를 흘리며 차곡차곡 쓰러져 쌓였다. 방호복을 입은 정부 요원들이 도착해서 리더의 목과 코를 면봉으로 긁어내 문질렀지만 키트에는 아무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변종 니파바이러스가 처음으로 출현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WCDC는 몸집을 키우며 모든 정부 위에 군림하기 시작했다. "당신 몸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습니다"라고 통보받는 순간 격리센터로 끌려갔다. 아무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를 동정하지 않았다. 격리와 봉쇄를 어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악의 증거로 여겨졌다. 만약 누군가를 이 세계에서 몰아내고 싶으면 당신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있다고 WCDC가 선고만 하면 되는 세상이 되었다.
넘버 247은 최초 감염자이자 초강력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슈퍼전파자 즉 변종 바이러스의 숙주라는 WCDC 브리핑이 있었다. 247이 살던 집에는 "코로나로 죽은 사람의 수보다 코로나 때문에 번성하게 된 생명체가 훨씬 더 많다"는 기사가 벽에 붙어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 숙주였던 확진자 넘버 247은 대한민국 국적으로 오십대 중반인 김홍섭이다. 김홍섭이 박쥐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돌연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돼지 몸속에서 변이되어 다시 인간으로 종간이동했다는 것이 WCDC 공식 입장이다.
해열제는 특수 중점 관리 의약품으로 긴급하게 지정됐다. 바이러스 감염을 숨기고 열감지 센서를 통과하는 일은 불가능하게 됐다. 백신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자발적 모금 운동이 전 세계에서 일어났다. 죽은 시위대의 리더를 최초로 검사한 병리학자는 2020년 이후 백신, 제약회사, 실리콘밸리의 부자들, 세계정부와 결탁한 WCDC의 음모론을 얘기하다 격리됐다. 247은 죽은 뒤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2010년 겨울에 발생한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347만 9,962마리의 가축과 648만 마리의 가금류를 땅에 묻었다. 전국 4,799곳에 매몰지가 생겼다. 동물 위에 군림한 위생권력이 사람 위에 군림할 수도 있다. 위생권력이 사악해지면 "당신 몸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습니다"라는 통보를 당신에게 제일 먼저 할 것이 분명하다.
247의 모든 것/김희선/은행나무 20240510 224쪽 16,800원
인간은 모든 걸 파묻어버리는 족속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돌면 돼지를 파묻었다. 조류독감이 돌면 닭과 오리를 파묻었다. 20세기 후반 말레이시아 북부에 있는 순가이 니파라는 마을에서 기괴한 병이 돌기 시작했다. 공무원들은 돼지들을 구덩이에 몰아넣고 흙을 뿌렸다. 감염병 학자들은 마을 이름을 따서 니파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이러스가 지구 곳곳으로 퍼지자 숙주로 알려진 돼지를 묻었고 더는 돼지를 사육하지 않았다. 돼지고기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열화상 카메라로 감염자를 색출하자 발열을 감추는 자들이 늘어났다. WCDC는 바이러스 보유자를 색출하기 위해 해열제를 금지 약물로 지정하려고 했다. 열이 나면 병원에 방문해서 바이러스가 없음을 확인받고 해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WCDC 논리는 설득력이 있었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WCDC 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화염병을 던졌다. 해열제를 먹을 자유, 안면인식 열화상 카메라에 얼굴을 찍히지 않을 자유를 외쳤다.
그날도 시위대가 자유를 외치며 걷고 있을 때 군중의 리더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뒤를 이어 시위대가 이유도 없이 피를 흘리며 차곡차곡 쓰러져 쌓였다. 방호복을 입은 정부 요원들이 도착해서 리더의 목과 코를 면봉으로 긁어내 문질렀지만 키트에는 아무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변종 니파바이러스가 처음으로 출현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WCDC는 몸집을 키우며 모든 정부 위에 군림하기 시작했다. "당신 몸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습니다"라고 통보받는 순간 격리센터로 끌려갔다. 아무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를 동정하지 않았다. 격리와 봉쇄를 어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악의 증거로 여겨졌다. 만약 누군가를 이 세계에서 몰아내고 싶으면 당신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있다고 WCDC가 선고만 하면 되는 세상이 되었다.
넘버 247은 최초 감염자이자 초강력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슈퍼전파자 즉 변종 바이러스의 숙주라는 WCDC 브리핑이 있었다. 247이 살던 집에는 "코로나로 죽은 사람의 수보다 코로나 때문에 번성하게 된 생명체가 훨씬 더 많다"는 기사가 벽에 붙어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 숙주였던 확진자 넘버 247은 대한민국 국적으로 오십대 중반인 김홍섭이다. 김홍섭이 박쥐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돌연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돼지 몸속에서 변이되어 다시 인간으로 종간이동했다는 것이 WCDC 공식 입장이다.
해열제는 특수 중점 관리 의약품으로 긴급하게 지정됐다. 바이러스 감염을 숨기고 열감지 센서를 통과하는 일은 불가능하게 됐다. 백신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자발적 모금 운동이 전 세계에서 일어났다. 죽은 시위대의 리더를 최초로 검사한 병리학자는 2020년 이후 백신, 제약회사, 실리콘밸리의 부자들, 세계정부와 결탁한 WCDC의 음모론을 얘기하다 격리됐다. 247은 죽은 뒤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2010년 겨울에 발생한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347만 9,962마리의 가축과 648만 마리의 가금류를 땅에 묻었다. 전국 4,799곳에 매몰지가 생겼다. 동물 위에 군림한 위생권력이 사람 위에 군림할 수도 있다. 위생권력이 사악해지면 "당신 몸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습니다"라는 통보를 당신에게 제일 먼저 할 것이 분명하다.
247의 모든 것/김희선/은행나무 20240510 224쪽 1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