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즐랜드 자매로드 - 여자 둘이 여행하고 있습니다
조립식 분자가족(W₂C₄ 여자 둘 고양이 넷)인 두 작가가 여행을 떠났습니다. 미니멀리스트 도비와 맥시멀리스트 호더가 가방을 꾸리는 일부터 재미있습니다. 콩알만 한 이유에도 잠 못 드는 콩쥬님과 3초 만에 꿀잠자는 두 사람이 '살아 있는 초대형 그림엽서'라는 호주 퀸즐랜드에 갔습니다.
맥시멀리스트인 황하나 작가는 여행을 이렇게 말합니다. "여행이란 나 자신을 낯선 환경 속에 던져놓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러 가는 일이다. 거꾸로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나에게 최적화된 즐거움을 추구하러 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모든 일이 기대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사실, 어떤 경험도 단정하거나 장담할 수 없다는 점, 심지어 나 자신조차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빈틈들을 기꺼이 껴안을 때 여행은 훨씬 흥미진진해진다.(67)"
서퍼스 패러다이스에는 "칼로리에 전전긍긍하며 관리한 몸보다는 바닷바람에 깎여나간 것처럼 터프하게 조각된 몸(95)"으로 서핑을 즐기는 이들과 달리기를 하거나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속도로 자연스럽게 사는 모습입니다. 수만 년 전부터 멈추지 않는 파도를 잠시 타며 한순간 그 세계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걸 가진 기분을 느낄 수(103)" 있습니다. 그런 해변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찍찍이 캐치볼은 정말 잘 어울리는 놀이입니다.
미니멀리스트 김하나 작가는 럭셔리 호텔에서 무언가를 잠시 잊었습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한국에서의 삶에서 떼려야 떼어지지 않던 어떤 가치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것의 이름은 '효율'이었다. 효율에서 잠시 분리됨으로 인해 쉼은 더욱 충만해졌다. 굳이 질 좋은 종이 네 장을 봉투에 넣어 건네고, 사람이 여러 번 오가며 환영의 인사를 전하고, 공간을 불필요할 정도로 널찍하게 제공하고, 꼼꼼히 그 공간을 아름답게 채우는 이런 곳에서야, 근육 깊숙이 배어 있던 어떤 피로는 비로소 풀리기도 한다. 럭셔리를 넘어선 배니티vanity의 미덕이었다.(120)" 사람마저 가성비로 보는 K-효율을 벗어나게 만들어주는 여행은 K-여행객에게 더 특별한 지상 최고의 선물입니다.
두 작가는 "쇼를 위해 동물을 길들이거나, 무리와 떼어놓은 채 좁은 우리에 가둬 전시하는 형태의 동물원에 반대(131)"한다고 합니다. 동물이 "귀엽다 그렇지 않다는 건 인간의 해석일 뿐, 동물들은 미학적 가치판단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존재들(134)"이기 때문입니다. 적극 지지합니다. 옹색한 K-동물원과 달리 커럼빈 와일드 생추어리는 27만 제곱미터에 이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귀여움과 느릿함을 보다 못해 명상에 빠지는 코알라 예찬을 대하니 꼭 한번 보고 싶습니다. 웜뱃 똥이 정육면체라니 깜짝 놀라서 찾아봤습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초콜릿 모양을 닮았더군요. 호주 야생동물이 5억 마리 이상 희생되었다는 산불이 몇 개월씩 이어질 때 웜뱃들이 만든 굴속에 다른 동물들이 피신했다는 소식은 감동이었습니다. 웜뱃은 다른 동물이 자신의 땅굴로 들어와도 개의치 않는 성격이라 내쫓지 않는답니다.
투움바 플라워 페스티벌이 40분이나 지났는데도 시작하지 않아도 "지체될수록 시간은 1분이라도 더 봄을 향해 가까워지고, 꽃은 한 송이라도 더 피어(167)"난다며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코알라에게서 느긋함을 배워서 그랬나 봅니다. "젊고 아름다운 균질한 존재들만이 무대에 오르고 매순간 엄격하게 평가받는 한국에서, 내가 가장 멀리 와 있다고 느낀 여행의 순간(170)"이라며 꽃을 보러 왔다가 사람들을 봤다고 합니다. 딱히 보여줄 뭔가가 없는 사람들도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속도로 걸어가는 소박한 모습은 그래서 더 특별했습니다. 투움바 공원에는 "낯선 사람이 껴안아도 좋아하는 대형견들로 가득한(185)" 천국입니다. 물론 좋아하는 음악과 술이 있으면 금상첨화이고요.
브리즈번 공항 출국장에는 K-슬로건처럼 요란하지 않게 간결한 한 문장이 있습니다. Keep the Sunshine(햇살을 간직해). "여행이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일 뿐 아니라 우리 삶의 색깔을 조금씩 바꿔놓은 경험이라면, 그건 퀸즐랜드주의 햇살 같은 것이 오래 남아 우리 안팎을 밝히기 때문이다.(251)" 퀸즐랜드주에서 코알라를 보며 명상에 빠지고, 웜뱃 똥을 찾으며 이타심을 배우고, 투움바 플라워 페스티벌(Toowoomba Carnival of flowers)을 보며 천국의 햇살을 아주 조금이나마 피부에 묻혀 가져오고 싶습니다.
퀸즐랜드 자매로드/황선우, 김하나/이야기나무 20220525 256쪽 16,000원
맥시멀리스트인 황하나 작가는 여행을 이렇게 말합니다. "여행이란 나 자신을 낯선 환경 속에 던져놓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러 가는 일이다. 거꾸로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나에게 최적화된 즐거움을 추구하러 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모든 일이 기대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사실, 어떤 경험도 단정하거나 장담할 수 없다는 점, 심지어 나 자신조차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빈틈들을 기꺼이 껴안을 때 여행은 훨씬 흥미진진해진다.(67)"
서퍼스 패러다이스에는 "칼로리에 전전긍긍하며 관리한 몸보다는 바닷바람에 깎여나간 것처럼 터프하게 조각된 몸(95)"으로 서핑을 즐기는 이들과 달리기를 하거나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속도로 자연스럽게 사는 모습입니다. 수만 년 전부터 멈추지 않는 파도를 잠시 타며 한순간 그 세계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걸 가진 기분을 느낄 수(103)" 있습니다. 그런 해변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찍찍이 캐치볼은 정말 잘 어울리는 놀이입니다.
미니멀리스트 김하나 작가는 럭셔리 호텔에서 무언가를 잠시 잊었습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한국에서의 삶에서 떼려야 떼어지지 않던 어떤 가치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것의 이름은 '효율'이었다. 효율에서 잠시 분리됨으로 인해 쉼은 더욱 충만해졌다. 굳이 질 좋은 종이 네 장을 봉투에 넣어 건네고, 사람이 여러 번 오가며 환영의 인사를 전하고, 공간을 불필요할 정도로 널찍하게 제공하고, 꼼꼼히 그 공간을 아름답게 채우는 이런 곳에서야, 근육 깊숙이 배어 있던 어떤 피로는 비로소 풀리기도 한다. 럭셔리를 넘어선 배니티vanity의 미덕이었다.(120)" 사람마저 가성비로 보는 K-효율을 벗어나게 만들어주는 여행은 K-여행객에게 더 특별한 지상 최고의 선물입니다.
두 작가는 "쇼를 위해 동물을 길들이거나, 무리와 떼어놓은 채 좁은 우리에 가둬 전시하는 형태의 동물원에 반대(131)"한다고 합니다. 동물이 "귀엽다 그렇지 않다는 건 인간의 해석일 뿐, 동물들은 미학적 가치판단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존재들(134)"이기 때문입니다. 적극 지지합니다. 옹색한 K-동물원과 달리 커럼빈 와일드 생추어리는 27만 제곱미터에 이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귀여움과 느릿함을 보다 못해 명상에 빠지는 코알라 예찬을 대하니 꼭 한번 보고 싶습니다. 웜뱃 똥이 정육면체라니 깜짝 놀라서 찾아봤습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초콜릿 모양을 닮았더군요. 호주 야생동물이 5억 마리 이상 희생되었다는 산불이 몇 개월씩 이어질 때 웜뱃들이 만든 굴속에 다른 동물들이 피신했다는 소식은 감동이었습니다. 웜뱃은 다른 동물이 자신의 땅굴로 들어와도 개의치 않는 성격이라 내쫓지 않는답니다.
투움바 플라워 페스티벌이 40분이나 지났는데도 시작하지 않아도 "지체될수록 시간은 1분이라도 더 봄을 향해 가까워지고, 꽃은 한 송이라도 더 피어(167)"난다며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코알라에게서 느긋함을 배워서 그랬나 봅니다. "젊고 아름다운 균질한 존재들만이 무대에 오르고 매순간 엄격하게 평가받는 한국에서, 내가 가장 멀리 와 있다고 느낀 여행의 순간(170)"이라며 꽃을 보러 왔다가 사람들을 봤다고 합니다. 딱히 보여줄 뭔가가 없는 사람들도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속도로 걸어가는 소박한 모습은 그래서 더 특별했습니다. 투움바 공원에는 "낯선 사람이 껴안아도 좋아하는 대형견들로 가득한(185)" 천국입니다. 물론 좋아하는 음악과 술이 있으면 금상첨화이고요.
브리즈번 공항 출국장에는 K-슬로건처럼 요란하지 않게 간결한 한 문장이 있습니다. Keep the Sunshine(햇살을 간직해). "여행이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일 뿐 아니라 우리 삶의 색깔을 조금씩 바꿔놓은 경험이라면, 그건 퀸즐랜드주의 햇살 같은 것이 오래 남아 우리 안팎을 밝히기 때문이다.(251)" 퀸즐랜드주에서 코알라를 보며 명상에 빠지고, 웜뱃 똥을 찾으며 이타심을 배우고, 투움바 플라워 페스티벌(Toowoomba Carnival of flowers)을 보며 천국의 햇살을 아주 조금이나마 피부에 묻혀 가져오고 싶습니다.
퀸즐랜드 자매로드/황선우, 김하나/이야기나무 20220525 256쪽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