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

Anthropocene: A Very Short Introduction, 2018
  • 당신이 살고 있는 행성의 역사, 그리고 그 안에서 당신이 해온 역할의 역사는 지금 새롭게 쓰이는 중이다. 이 역사의 새로운 장에서 당신은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우리 인간들, 즉 안트로포스(Anthropos)는 지구의 작동을 너무나 거대하게 변화시켜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제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 명칭을 통해 이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전 지질시대와는 달리 인간이 '자연의 거대한 힘'이 되었음을 표시하기 위해 인류세라는 용어를 쓰자는 제안은 학계 안팎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6)
  •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인 대기과학자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은 2000년 한 학술회의장에서 절망스럽게 외쳤다. 크뤼천은 자신의 동료들이 현시대를 여전히 홀로세(Holocene)라고 부른다는 점에서 좌절했는지도 모른다. 지난 빙하기가 끝난 이후로, 즉 홀로세가 시작된 이후로 인간은 너무나 명백하게 지구의 모습을 변화시켰다. 지구의 현 지질시대를 우리 자신의 이름, 즉 인간을 의미하는 안트로포스(Anthropos)에서 따와서 명명하자는 제안은 크뤼천이 외쳤던 순간부터 학계 안팎에서 대단한 관심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10)
  • 지질시대는 지구의 46억 년 역사를 지질학적 누대(累代, eon), 대(代, era), 기(紀, period), 세(世, epoch)로 세분화하는 공식적이고 국제적인 협의가 이뤄진 정리 방식이다. 새로운 지질시대를 선언하기 위해서는 지질학자들이 자신들만의 과학적 방법, 절차, 증거를 적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구적 차원에서 인간이 암석 안에도 분명한 표시를 남겼음을 입증해야만 하는 것이다. (63)
  • 인간은 단순히 지구의 대기권과 기후를 변화시킨 것에 그치지 않았다. 인간은 생물다양성을 지구적으로 감소시켰고 농업활동을 하면서 유출한 비료로 해양을 오염시켰으며, 바다로 가는 강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고 전 세계에 걸쳐 자연 서식지를 변화시켰다. (99)
  • 인간이 현재 전 세계의 토지 중 어느 정도를 사용하고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얼음으로 덮이지 않은 육지 표면 중 40%에서 50% 정도를 농업, 임업, 주거지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육지의 대략 11%가 작물 경작에 사용되고 25%가 목초지 및 가축 방목에 쓰이며, 약 1%에서 3% 정도가 도시나 여타 정착지, 그리고 기반시설을 위해 사용된다. 목재, 연료, 종이, 고무 등 여러 생산물을 위해 조성, 관리되는 삼림지대는 지구 육지의 2%에서 10%를 차지한다. (...) 결과적으로 육지 생물권의 4분의 3이 직간접적으로 인간의 토지 사용 때문에 변화했다고 할 수 있다. (100)
  • 인구 증가 속도가 더뎌지고는 있지만 부유한 인구 집단이 더 많은 자원을 요구함에 따라 식량, 물, 에너지 등 자연 자원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환경 단체는 현재 인류가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자원을 충당하려면 지구 1.6개가 있어야 하며, 이는 지구의 생물학적 수용력을 지탱할 수 없는 수준의 '낭비'라고 주장했다. (207)
  • 2014년 인구가 14억 명이었던 중국은 총 105억 톤, 1인당 약 7.6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미국의 3억 3000만 인구는 총 53억 톤, 1인당 16.7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으며, 인도의 13억 인구는 총 23억 톤, 1인당 약 1.6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중국의 배출 총량이 미국의 2배에 달하지만, 1인당 평균 배출량은 중국이 미국의 절반에 그친다. 평균적으로 인도인은 미국인의 10분의 1 정도를 배출하며, 몇몇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100명이 미국인 1명보다 더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한 국가 내에서도 차이가 매우 극명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부유한 도시 거주민은 가난한 교외 거주민보다 1인당 10배 혹은 그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도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빈곤한 10억 명은 화석연료를 써서 탄소를 배출하는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 (220)
  • 인류세는 인간이 지구를 너무나 심대하게 바꿔서 암석에 영구적인 기록을 남길 정도가 되었다는 사실에 의해 정의된다. (...) 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류세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으며, 단지 관측 가능한 현상일 뿐이다. 인류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다른 지질시대의 '세'처럼 인류세는 수백만 년을 지속할 수도 있으며, 그 기간 동안 인류가 계속 살아남을 수도,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인간 사회가 현재와 미래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인류세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것이다. (257)
  • 인류세라는 단어는 2014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면서 다음과 같이 정의되었다. 현재의 지질학적 시대. 인간의 활동이 기후와 환경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간주되는 시대. (261)
  • 인류세가 말해주는 것은 집합체로서의 인간이 자연의 힘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앞에는 더 나은 인류세와 더 나쁜 인류세의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 인류세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우리에게는 수백만 년 동안 비인간 자연과 인간이 함께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지구의 역사가 영구적으로 기록되는 암석 안에 우리들 각각이 더 나은 미래를 쓸 기회가 아직 있는 것이다. (264)

인류세Anthropocene, 2018/얼 C. 엘리스Erle C. Ellis/김용진, 박범순 역/교유서가 20210419 296쪽 14,800원

인류세에 관한 학술적 배경과 정의, 논쟁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했다. 명심할 것은 현재를 무엇으로 명명하든 인류세는 시작되었고, 인류는 더 빨리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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